고장난 심장

분류없음 2013/06/20 13:20
심장이 고장났다. 그리고 몸뚱이가 아팠다. 일요일, 월요일, 아무 것도 먹지 못하다가 저녁 무렵 바나나 한 개를 먹고 커피를 세 잔 정도 먹었다. 바지를 입는데 살이 빠져서 벨트가 네번째 구멍에 맞는다. 어제, 화요일, 몸이 다 낫지는 않았지만 이러다가 자연사하겠구나 싶어 영차, 끙, 베이글 한 개와 커피 세 잔을 마셨다. 심장 이상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 지친 영혼을 달래는 데는 데모가 최고. / 오후 여섯 시부터 시청 앞에서 브라질리안들의 데모대에 합류. 브라질리안 친구 한 명을 거기에서 만나 이것저것 대화, 그 친구 남편 합류, 니미럴, 그 친구 남편은 터키에서 왔음. / 오후 일곱시 반, 던다스 광장에서 하는 터키인들의 침묵 시위 동참. 한 시간을 말없이 그냥 서 있는 시위. 경찰이 왔다갔다 하지만 뭐 딱히 하는 일이 없으니 걔들도 그냥 간다. / 체류 신분이 불안정하니, 나는 여기 시민이 아니므로 데모 나가서 경찰을 보면 기분이 가라앉는다. 나의 신분을 잊지 않게 해주는 사람들. /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몸부터 확인, 한시간 벌을 서서 그러나, 몸은 나아졌는데 멘탈리티에 이상이 온 것 같다. 심장이상이 멘탈로 전이한 것 같은 / 고장난 심장은 언제 고치나. 아, 이 상처받은 영혼이여.
2013/06/20 13:20 2013/06/2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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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민주주의 2

분류없음 2013/06/18 13:28
언젠가 가라타니 고진이 그의 책에서 언급한 '제비뽑기' 를 읽고 이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사실 어릴 적엔 그 방식을 '제비뽑기'라는 그 불확실성을 인정할 수 없었다. 개인의 의식과 민주주의 훈련이 천차만별인 처지에서 '뽑기'로 대장을 뽑는다면? 그 조직의 명운은 이미 볼짱 다 본 겨,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더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진정한 민주주의에서는 구성원 어느 누구라도 이른바 '지도부'를 자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구성원들은 누구라도 자임하는 그 사람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일상에서 이러한 훈련이 가능하면 우린 누가 나를 지도한다고 할 때 그것을 지도로 바라보는 게 아니라, 처분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함께' 그 지도와 처분을 해나가는 게 된다. 다만 지도부를 자처하는 그 일이 당번처럼 자연스레 돌아오는 일이 될 것이다. 그래도 어떤 확률의 불확실성은 남는다. 글쎄, 먼저 한 사람은 제비에서 빼면 될 일 아닐까. / 정말 중요한 문제는 뭘까. 배운 사람들이, 먼저 해 본 사람들이 대중을 신뢰하지 못해 아, 쟤는 잘 못할거야, 동지를 신뢰하지 못해 정보를 차단하고 판단을 기다려주지 않고 속도전으로 몰아가는 데 있지 않을까. 그러다보니 그 물이 그 물이고 뭔가 새로운 게 나오지 않고 위기만 계속 지연되고 그런 거 아닐까. / 최근 나는 대단히 중요한 경험을 했다. 저 친구, 잘 해낼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었다. 두려웠고 일을 망치치는 않을까 걱정했다. 옆에 있는 친구가 기다려보자고 했다. 기다렸다. 그 친구는 나보다 훨씬, 결국 잘해냈다. 미안했고 스스로 창피했다. 시간을 주면, 믿음을 주면, 글자를 읽을 줄 알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들은 잘 해낸다. 조바심과 불신, 오만과 편견이 모든 걸 망친다는 걸 깨달았다. / 우리 주변엔 배울만큼 배우고 알만큼 아는 사람들이 널렸다. 그러나 조바심과 불신 없이, 소처럼 넉넉히 가는 삶의 지혜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자본의 위기는 가속화하고 깊이도 더 심해가는데 정작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채울 반자본 동력은 계속 쇠잔해간다. 아직 그만한 위기가 아니란 반증인가. 우리들 중 누가 대장이 되어도 너를 믿어, 이만한 패기는 아직 먼 건가, 부족한 건가. 싶다. 나는 계속 '제비뽑기'를 하는 조직을 찾아다니고 있다. 그러다보니 동네 '계'도 들지 못하고 있네, 내 팔자야.
2013/06/18 13:28 2013/06/1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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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Twins

분류없음 2013/06/18 03:34
얘들아, 내가 요즘에 너희들 때문에 산다.
2013/06/18 03:34 2013/06/18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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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변화

분류없음 2013/06/15 00:39
고향을 떠난 지난 3년여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그 가운데에는 긍정적인 것도 있고 다소 한계적이거나 부족한 것도 있지만 많은 면이, 많은 게 변했다. 그것을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느끼고 있다. 변치 않은 것, 아닌 변치 않았다기보다 조금 더 강화된 것은 노동조합의 파업이나 집단행동에 대한 지지, 라고나 할까. 당장만 해도 지금 전세계에 흩어진 캐나다 대사관에 속해 이민관련 서류를 처리하는 사람들(PAFSO)이 파업을 하고 있다. 내 워크퍼밋 연장 서류를 보낸 뒤에 시작된 일이라 나는 이 영향권 아래 바로 놓여있다. 하지만 이들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퍼밋을 늦게 받아도 괜찮으니 노동자들이 작으나마 성과를 얻기 바란다. / 여튼 여러 가지가 바뀌었다. 사랑에 대한 생각, 죽음에 대한 자세, 가족이나 결혼에 대한 가치관... 특히 이 가운데 죽음에 대해서는 더 깊고 넓은 소견을 갖게 되었다. 늘 자살로 삶을 마감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원래 많기도 했지만, 나부터 십대 시절 자살을 세 번이나 시도했었고 -결국 실패했으므로 아직까지 살고 있지만 - 스스로 선택하지 못한 삶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에 무거운 책임을 갖고 있었다. 그러다가 재작년 집 아파트 건물에 불이 나 파자마 차림으로 탈출한 뒤로 삶의 중단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그러니까 나는 나의 의지로, 순전히 100% 나의 의지로 내 삶의 중단을 선택하고 싶지, 집에 불이 난다거나 교통사고를 당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내 의지와 무관하게 삶을 마치고 싶지는 않다는 거다. 그 확신이 더더욱 강해졌다. / 그리고 몇몇 부분에서 무게중심이 약간씩 혹은 현저하게 옮아가고 있다. 예컨대, 조직->개인, 거시사->미시사, 텍스트->컨텍스트 등이다. 한편, 과거에는 신경쓰지 않았던 것들, feelings을 규명라는 일에 관심을 대단히 많이 갖게 됐다. 이것은 이나라 사람들을 관찰한 결과, 공부한 결과 얻은 소득이다. 감성을 지닌 인간, 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반증이겠지. 예를 들어 기쁘면, 어떻게 기쁜 것인지, 슬프면 어떻게 슬픈 것인지, 뭐 그런 거다. 아직 갈 길이 멀다. / 마지막으로 억측, 추측assumption이 얼마나 무의미한지를 배워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나 자신을 얼마나 멍들게 하는지도 / 이 모든 것은 이 나라에 온 뒤 바뀐 것이긴 하지만 만약 고향에 있었더라도 조금씩은 바뀌었을 것 같기는 하다. 다만 그 속도가 달랐을 것 같기는 하다. 어쨌건, 나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그렇게 믿고 있다.
2013/06/15 00:39 2013/06/15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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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꿈이 아니다

분류없음 2013/06/13 23:42
나는 세 살 무렵, 선데이서울을 마을 어귀에서 발견한다. 표지를 보고 그 여자에게 반해서 표지를 북, 찢는다. 고이고이 세 번 접어서, 입고 있던 상의의 안주머니에 폭 들어갈 만큼 접어서 마침내 품에 넣는다. 사랑에 빠진다. 누군지도 모르고, 왜 그녀가 그 책의 맨 앞에 그렇게 들어있는지도 모른 채 말이다. 그러나 소중하다, 는 인식은 있다. 그래서 그녀가 보고싶을 때면 지붕에 올라가 펼쳐본다. 어느날,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르신다. 금방 마당에서 봤는데 사방을 둘러보시던 엄마는 지붕 위에 앉아 있는 나를 발견하신다. 거기 어떻게 올라갔어. 사다리 타고요. 당장 내려와. 얼마나 위험한데. 수십 번도 더 올라왔던 곳인데 왜 위험하다는 걸까. 조용히 내려갔고 사다리는 종적을 감춘다. 어느날, 엄마는 내 웃옷을 '빨아버리'신다. 그렇게 나는 내 첫사랑과 이별한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내 첫사랑의 잔영, 분명 지붕 위에 앉아있던 그 순간 내 뒤통수로 해맑은 광휘가 비추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2013/06/13 23:42 2013/06/13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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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민주주의

분류없음 2013/06/09 12:17
나는 2001년 12월부터 2009년 상반기 모월까지 노동자의 힘이라는 데에 소속하여 나의 정치활동을 하였다. 상반기 모월이라고 표현한 것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일 따름이다. 나는 열과 성을 다하여 정치활동을 하였고 그 때 만난 과거의 동지들에게 일말의 부채의식도 갖고 있으며 그리고 그 때 당시 나를 만들어주었던 사람들에게 진 빚을 살면서 어떻게 갚을 것인가, 그리고 큰 길에서 어떻게 만날 것인가 그게 나에게 사실은 여전히 큰 삶의 화두이다. 오해말라. 그들에게 되갚겠다는 것이 아니다 (물론 당연히 그것은 포함하지만). / 최근에 이 곳의 한국인 진보 단체 몇 곳과 소통하고 있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동안 캐나다 공산당을 비롯해 몇 곳의 진보적인 그룹과 소통하기도 하고 데모도 나간다. 역시, 데모를 하면 살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너ㅡㅡㅡㅡㅡ무 좋다. 힐링하는 느낌? 뭐 somewhat! / 그런데 이상한 건, 아니 재미난 건 내가 지금껏 겪고 몸을 담았던 조직 가운데 '노동자의힘'이 가장 근대적인 민주주의의 형식과 내용을 갖추었던 조직이었다는 점이다. 근대적이라 함은 가장 그나마 진보적이었다는 표현이다. 당시에는 몰랐다. 왜 이렇게 구려, 느려, 했으나 사회주의 운동사적으로 봐도 그렇고 현재 -contemporary - 운동사적으로 봐도 그렇고 '노동자의힘' 같은 데는 없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고 말하면 건방진 거지만. / 글쎄, 유럽은 어떨는지 몰라도 북미 대륙의 조직들은 일단 느리다. 총회? AGM (연차총회)이 기본이다. 지도부? 글쎄, 한 번 만들어지면 화석화된 덩어리라고나 할까. 이에 반해 내가 경험했던 '노동자의힘'은 반차총회 (육개월에 한 번) 가 기본 베이스였고 일상적인 인터널 보드를 통해 회원 누구나 의견을 올리고 이른바 '지도부'는 그 의견을 늘 볼 수 있고 요즘 그네언니처럼 수첩만 있으면 회원 하나하나의 의견을 늘 경청할 수 있는 그런 구조라고나 할까. 육개월에 한 번 있는 총회에서, 나는 한 번도 소수의 의견이 소수라는 이유로 묵살당하는 것은 보지 못했고 어떻게 올바르게 정치활동을, 정치적 발언을 할 수 있는가를 배웠다. 그래서 늘 총회는 새벽을 맞이하기 일쑤였다. 물론 그런 자유주의적인 흐름을 왜곡하는 지도부가 간혹 있기도 했지만, 회원들은 똑똑했고 책임감이 강했으며,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노동자의힘'에서 상근활동을 하는 동안 총회는 나에게 empowered 하는 경우가 반대 경우보다 훨씬 많았다. / 내가 지금 서있는 곳은, 그에 비하면 정말이지, 엉망진창이다. 그래도 나는 조용히 묵묵히 바라보거나 물색없이 곤조부리기에 급급하다. / 결국 과거가 그립다는 거냐, 이런 포스팅으로 끝날 것 같지만 천만의 말씀. 내가 몸담았던 '노동자의힘'은 나에게 가장 근대적인 조직이었다는 말로 마치면 이뇬아 그럼 너는 현대냐, 라는 욕을 쳐뮥을 것 같으임. 결론은 아직 우리 모두 근대와 현대의 경계에 사는 디아스포라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에게 그런 삶과 정치를 알게 해 준 내 과거의 인연들을 (연인들을) 모두 사랑한다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당신들에게서 민주주의를 배웠단 말이다. 쌩유. ※※※※ 아! 저는 궁금한 게 있어요. 옛날에 노힘 비난하고 살던 중세의 분들은 머 하시나?
2013/06/09 12:17 2013/06/0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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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냉동해물을 둘러싼 피해의식의 고찰 씨ㅡ이

분류없음 2013/06/08 12:42
짝의 보스를 집에 초대한 날. 한껏 요리솜씨를 뽐내어야지. 아침부터 청소하고 메뉴에 따라 재료를 고르고 이 재료는 여기 가서 사고 이건 저기 가서 사고. 니미랄. 해산물 생물은 동네에서 살 수가 없네. 버스를 타고 두어 정거장 가면 Sobeys라는 식료품점이 있는데 갈 때마다 이상한 건 황인종은 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다들 흰둥이이고 서비스하는 사람은 간혹 브라운인데 당신 혼자 황인-옐로우라면, 긴장하지 아니 하겠는가? 옘비. 치즈와 다른 것들은 대충 찾아서 샀는데 조개관자 scallops 가 눈에 안 띤다. 역시 흰둥이 해산물코너 오빠에게 물었더니 후레쉬랑 후로즌이랑 있는데 너 머 살거야 묻더니 냉큼 이 씨방새 후로즌 코너로 날 델구 간다. 야 이 씹새야 나 무릎 아퍼. 안 가. 그냥 여기서 후레쉬루다 살래. 말로는 사실, 여보셔요, 저는 후레쉬를 무척이나 좋아하여요, 라고 했다지. 이 색히 반색하며 뤼얼리, 씨바. / 중국인들은 싼 것만 좋아하니까 드립다 나를 싼데로 이끄는 너는 이 걔쌰놈아 하지 못하고 내 안의 피해의식을 느끼지만 니미 이것은 피해의식 아니고 엄연한 피해가 중첩된 결과의 반영이라고라!!! / 씨발 노동자들한테 여성들한테 한번만 더 피해의식 운운해봐, 아주 그냥, 피의 식을 치러주겠어...............라고는 말 못해.
2013/06/08 12:42 2013/06/08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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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분류없음 2013/06/07 00:40
습기 많고 바람이 높고 거센 날들이다. 무릎이 아파서 잠을 잘 못 이루고 있다. 아프다는 말도 옆사람에게 하지 못하고 있다. 5월 말, 예상하지 못한 육체노동을 한 뒤로 무릎이 계속 말을 듣지 않는다. 괜찮았다가 아팠다가 계속 반복. / 2002년엔가 교통사고를 겪고 병원에 한 달 입원한 적이 있다. 그 때가 꼭 그랬다. 겉은 멀쩡하고 다 괜찮은데 밤만 되면 허리와 무릎이 아팠다. 젊으니까 괜찮아. 위로와 격려, 지금은 매말랐나. 괜찮지 않다. 날씨야, 어서 화창하거라!
2013/06/07 00:40 2013/06/07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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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소회 (Separation Anxiety) / 사람의 연민 / 꿈

분류없음 2013/06/04 12:02
5월 31일자로 지난 해 8월부터 일하던 한 군데 일자리를 그만 뒀다. 일도 많이 배웠고 캐나다 사회의 비즈니스 문화도 아울러 습득할 수 있어 참 좋았다. 무엇보다 대단히 훌륭한 상사를 모실 수 있어 그 분을 통해 참 많은 상상력과 자신감을 배울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 게, 그 양반이 나보다 무려 열두 살인가, 열세 살인가 어리다는 점이다. 언젠가 띠 (Chinese Zodiacs) 를 물어봤더니 나랑 같은 띠라서 설마, 이 양반이 나랑 동갑? 이랬던 적이 있다. 하긴 백인들 외모가 겉늙어 보이기는 하지. 일을 마치고 내가 왜 이렇게 힘들어 하는 거야, 찬찬히 되짚어보니 이런 사람을 다시 상사로, 수퍼바이저로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 그런 공포(?)가 내게 있는 것 같다. 가득 있는 것 같다.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 개개인은 각자 자기 연민과 자기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하고 자기 슬픔이 가장 크다. 어떤 이에게 지구의 자전축은 바로 자기 자신인, 그런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이 드문 게 아니라서 새롭진 않지만, 온-오프에서든 만나면 피곤하다. 피곤하기는 하다. 게다가 이에 더해 지적 허영까지 갖춘 사람일라치면 거 뭐랄까, 읽던 책도 때려치고 싶게 만든다. 책을 읽었으면, 마음의 양식을 쌓았으면 적어도 밥값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피로가 누적된다. / 꿈에 썩 괜찮은 책을 샀다. 사려고 했다. 오다 노부나가의 일대기와 역사를 다룬 안티크 책이었다. 영어판인지 일본어판인지 한국어판인지 그건 기억나지 않는다. 값을 치르려는데 책파는 사람이 퀴즈를 맞춰야 그 책을 살 자격이 있다면서 너댓 개 퀴즈를 냈다. 주로 무로마치 막부에 관한 거였는데 마지막 답을 못했다. 책파는 사람이 넌 이 책을 가질 자격이 없다면서 그 책을 보자기에 쌌다. 슬펐다. 아마 요즘 그린비출판사 생각을 많이 해서 일본역사를 다룬 책을 꿈에서 만난 게 아닐까 그런 유추를 해 본다 (그린비 출판사는 일본사를 다룬 좋은 책들도 많이 만들었다). 한편 "너는 아무리 애를 써도 네가 원하는 건 가질 수 없어" 따위의 저주 내지 차별(인종 차별 등등)을 암시하는 게 아닐까 싶어 괴로웠다. 아, 또 다른 악몽이 시작되었다.
2013/06/04 12:02 2013/06/0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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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노동 플러스

분류없음 2013/05/31 07:51
어제 낮부터 4시간, 야간노동 10.5시간, 그리고 오늘 아침 10시부터 5시까지 연달아 잇는 노동을 마치고 집에 왔다. 한국에 있었으면 아마 이런 살인적인 노동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 그보다 더한 일도 했으니까. 어찌되었든, 죽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렇게 일하지 않으면 도무지 먹고살 방도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내가 시간을 조절해서 동료들과 스케쥴을 분배하거나 도맡더라도 의논해서 하는 형편이었는데 여기서는 그게 불가능하다. 일할 수 있을 때 하지 않으면 나는 산 입에 거미줄을 쳐야 할지도 모르니까. / 그래도 나는 뭐랄까, 대단히 훌륭한 수퍼바이저들을 모시고 있는 편이라 다행인 축에 든다. 지금껏 만난 상사들은 모두 '인간적'이었다. 또 재미난 것은 대부분 게이 혹은 레즈비언, 퀴어 아이덴티파이하는 양반들을 상사로 모셨다는 것. 그렇게 하려고 애써도 어려운 일인데 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이런 양반들이 다 나이스한 건 아니지만 내가 만난 사람들은 다행히 괜찮았다. 아, 이런 행운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으려나. / 몸이 너무 힘들다. 정신은 말짱한데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다행인 것은, 정말 다행인 것은 다소 젊은 친구들과 일하니까 힘든 줄을 모른다는 거다. 하지만 일을 마치고 집에 왔을 때 물먹은 솜 같은 내 육신을 느끼노라면 아, 그래서 어르신들이 모든 일은 때가 있다고 하시는구나. 그 말을 되새기게 된다. 하지만 내가 살아있는 한 이 영겁의 노동은 지속될 것이다. 그것을 알고 믿기에 나는 오늘도 자분자분 걷는다. / 그러나 언제 그칠지 모르는 눈을 맞는 듯한 이 신비로운 고통은 감당하기에 때론 힘들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이 아침은 내 것이 아니야, 그렇게 주억거려도 시간은 재깍재깍 돌아가고 나의 발길은 어느새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 시간을, 약속을 지키는 것. 그것은 나에게 가장 중요하니까. 남들이 뭐라해도 그래야 내 속이 편하니까. 그런데 점점 불편한 건가, 이건 뭐지. 계속 살이 빠지고 있다. 살이 계속 빠져서 저번에 산 바지가 아예 헐겁다. 바지가 늘어난 건 아니겠지, 계속 그런 헛물음을 하고 있는 중이다.
2013/05/31 07:51 2013/05/31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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