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 2013/07/09 23:23
요즘 부쩍 주변에 딸을 낳는 친구들이 많다. (결혼여부, 파트너유무, 이성애-동성애-양성애자불문) / 딸이라니, 딸이라니, 딸이라니!!!!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얼마나 이쁠까. 천연자연에 가까운 (좋게 말하면 이렇고 좀 더 직설적으로포현하면 짐승-바야바에 가까운) 아들에 비해 천연자연과 사람의 속성도 지닌 딸을 키운다는 것!!! / 나는 여전히 아이를 새로 낳는 것에 반대하지만 딸을 낳았으니 잘 키우기 바란다. 그녀들이 잘 성장할 세상을 위해 나도 나름대로 애써보마. / 딸이라니... 부러우면 지는거다.
2013/07/09 23:23 2013/07/09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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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에 관하여

분류없음 2013/07/08 13:47
이 곳에서 낯선 삶을 시작했을 때 가져온 시디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다운로드받은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나는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모바일폰을 구입한 뒤 96.3FM을 통해 언제든 클래시컬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을 때 나의 감사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지경이었다. 어느날, 바이올린이 찢어지는 음색이 나자 모바일폰 라디오를 꺼버렸다. / 집안이 부유하진 않았어도 높은 교육열 때문에 어릴 적 큰언니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며 자랐다. 엄마는 날품팔이 행상을 해도 큰언니의 바이올린 활은 꼭 바꿔주셨고 집안에서 울리는 그 깽깽이 소리는 내 유년 시절의 '귀'가 트이는 데(?) 일정 한 몫을 했다. 집인 형편이 나아지자 어머니가 가장 먼저 하신 일은 피아노를 사신 것이었고 나는 늦은 나이에 피아노를 배웠다. 피아노가 이루는 화음과 손가락의 향연을 나는 맛보았고 그 극치가 무엇인지도 사실은 조금 알고 있다. / 음악을 들을수록 양질의 씨디를 사고 싶다. 라디오나 유튜브로는 만족할 수 없는 그런 소리의 차이를 나는 솔직히 말해 '알고' 있다. 오늘 가만히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던 그 날들을 복기했다. 나는 아마도 씨디를 사면 오디오를, 최상의 오디오를 사고 싶어 할 것이다. 오디오를 사면 이 공동주택, 아파트에서는 누릴 수 없는 양질(?)의 스튜디오를 원하게 될 것이다. 글렌굴드와 헬렌그리모의 라흐마니노프를 선택적으로 최적화해 각각 들을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갖추고 싶어할 것이다. 과거 유럽의 귀족들이 그러했듯이 직접 퍼포머들을 부를 지경은 못되어도 그들의 음악을 마치 '내 것'인 양 듣고 싶어할 것이다.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그럴 것 같다. / 이 자본주의 사회에선 그렇게 개인의 욕망이 소비로 체계화된다. 지불할 수 있는만큼 그 미세한 '욕망'을 누릴 권리도 갖게 된다. 커뮤니티가 그것을 담보하려면 음악을 듣는 일부터, 각인의 취향이 다른 것부터,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느리더라도 서서히 가면 될 일이지만 이 자본주의 사회는 그런 느림의 미학을 소비의 속도전으로, 아니 그 전에 생산의 속도전으로 대체해버렸다. 나는 알고 있다. 이렇게 내가 '개인'으로 머무는 한 타인은커녕 나의 '귀'조차도 해방할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못내 괴롭다. / 예민한 귀를 갖게 된 것이 불행한 것은 아니다. 슈베르트 5번 교향곡을 듣고 흥얼거릴 중 아는 섬세함이 주는 쾌감은 내 귀의 축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 음악은 사실 얼마나 흥겨운가. 그러나 때론 이 '귀'를 저주하게 된다. 차라리 몰랐으면. 그저 바이올린은 깽깽이 소리에 지나지 않아, 듣지 않고 귀 기울이지 않고 다른 친구들처럼 뛰놀기만 했던 유년의 기억만 있었더라면.
2013/07/08 13:47 2013/07/0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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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Hate relationships

분류없음 2013/07/05 00:37

어제 엄마와 통화를 했다. 진짜 진짜 오랫만이다. 지난 토요일에 큰 맘을 먹고 전활 했는데 엄마가 받지 않았다.

엄마는 무릎이 많이 아프시다고 했다. 아마 연세가 많이 드셨으니까 그리고 여성이니까 그리고 자식 넷을 키우시느라 생고생을 하셨으니까. 마음이 아팠다.

그런데 나도 왼쪽 무릎이 많이 아프다. 특히 비오기 전날 많이 아프다. 엄마에게 나도 무릎이 아픈데 엄마 닮아서 그런가보다, 하고 장난을 치려는데 엄마는 속상하신지 젊었을 때 - 엄마 나 여전히 젊어요 - 몸을 함부로 굴려서 그렇다고 하신다. 참 재미난 엄마. 딸한테 하시는 말씀치곤 참... 그리고 글루코사민을 먹으라고, 캐나다산 글루코사민이 좋다고 하신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엄마는 목소리를 들어서 좋다고 하셨다. 나는 조금 더 용기를 내어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엄마는 그만 이야기할 것을 아주 정중하게 말씀하셨다. 정중한 거절.

전화를 끊고나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엄마를 향한 분노가 아니다. 어디로 향하는지 나도 잘 모를 분노. 베르디의 레퀴엠을 들으면서 분노를 다스렸다.

엄마는 예의 그 정중한 거절을 언제까지 지속하실까. 나는 얼마나 더 살아야 이 정중한 거절에 익숙해질까.

2013/07/05 00:37 2013/07/0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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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NLL 논란 중단하고 민주주의 사수 위한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

분류없음 2013/07/03 11:07

[성명] NLL 논란 중단하고 민주주의 사수 위한 국민의 소리를 들으라!
-    지금은 민주주의를 훼손한 자들을 엄단할 때이다.



서해북방한계선(NLL)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치열하다. 7월 2일, 국회는 산적한 민생입법을 뒤로 한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자료 제출 요구서’를 통과시켰다. 그들은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공개하면 논란을 종식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이제 더 큰 논란의 파고가 뒷따를 것임은 삼척동자도 안다. 과연 누구를 위한 논란인가?  왜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가 NLL 문제에 이토록 목을 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비록 지금은 이역만리 타국에서 살고 있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난한 역사를 통해 일궈온 내 나라의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에 분노한다. 이름없이 싸워온 선배열사들과 1980년 광주민중항쟁, 1987년 민주주의 대투쟁을 통해 일궈온 민주주의의 고결한 가치가 보수 정당들과 박근혜 정부의 당리당략에 의해 부스러지는 현실에 분노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NLL 논란을 언급하기에 앞서 지난 이명박 정권과 현 박근혜 정부에 걸쳐 국가정보원(국정원)이 저지른 초법적 위법 행위를 규탄하며 시민사회단체, 재야, 학생들의 촛불을 적극 지지한다. 이들의 힘과 이들의 손에 든 촛불이야말로 민주주의를 사수하는 진실의 힘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회와 박근혜 정부는 NLL국정 농단을 당장 중단하고 민주주의를 짓밟은 ‘국정원 사태’의 책임자를 발본색원하여 국내외로 추락한 국격의 회복을 위해 총매진할 것을 요구한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현 사태를 직시해야 한다. 국정원이 직접 기밀을 해제해 촉발된NLL 논란의 칼끝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야당,  대북관계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다. 이 문제는 헌법이 정한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바로 박근혜 대통령 자신에 관한 문제이다. 이 칼끝이 언젠가 자신에게 되돌아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 부여한 대통령으로서의 지위와 권한을 망각하고 계속 당리당략에만 몰두한다면 언젠가 반드시 국민을 기만하고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죽을 때까지 대통령 자리에 있을 수 있다거나 끝까지 국정원과 정국을 자신의 입맛대로 움직일 수 있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역사는 같은 식으로 반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개인 박근혜, 새누리당원 박근혜가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 박근혜’로 존재한다는 것을,  따라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으로서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켜야 할 소임이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의 피와 땀으로 가꿔온 민주주의, 그 가치를 옹호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을 원한다. 그런 사람이 내 나라의 대통령이기를 바란다.

 


현지 시간으로 2013년 7월 2일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꽃을물고뛰는개

2013/07/03 11:07 2013/07/0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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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컴백 안도 미키((영))

분류없음 2013/07/03 01:42
아침에 일어나면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엘지트윈스를 비롯해 세계적(?) 스포츠 뉴스를 가장 먼저 훑는다. 혹은 아침에 눈뜨자마자 떠오르는 느낌을 가장 잘 표현할 음악을 듣는다. / 오늘은 너무나 반가운 안도 미키의 컴백(의 의사를 밝힌) 소식을 접했다. / 나는 사실 김연아나 아사다 마오보다 이 여자에게 관심이 더 많았다. 피규어 스케이팅을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이 여자의 퍼포먼스를 보면 뭔가 인생의 파도가 짙게 묻어나는 것 같아서 따로 챙겨보기도 했는데 어느날, 이 여자가 사라졌다. / 지난 4월 건강한 여아를 출산했단다. 그리고 엊그젠가 아사히 티비 인터뷰에서 복귀 의사를 밝히고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링크를 떠나고 싶다고 했다는. 안도 미키는 그간 올림픽에서는 그다지 큰 인상을 주지 못했다. 피큐어 스케이터로서 두 번이나 세계 선수권을 석권했음에도 올림픽에선 썩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으니 그 올림픽에서 마지막까지 불꽃을 태우겠다는 것은 의당 그럴만한 일. / 그런데 이 여자의 복귀는 일본에서는 물론이고 일본 밖에서도 그닥 큰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 이유인즉슨 지난 2년간 무수한 의혹을 낳았던 행보 포함, 덜컥 '애비 없는 아이'를 낳아버린 것 아닌가. 여성 피규어 스케이터의 '위상'을 이렇게 참혹하게(?) 짓이긴 사람을 누가 환영하겠는가. 생각해보라. 김연아 선수가 덜컥 임신했다는 뉴스를 듣는다고. 혹은 남자친구를 사귄다고. 입에 개(게 아님)거품 물 사람 아마, 한둘 아니리라. / 당연한 수순인 듯 애 아빠가 누구냐는 둥, 미혼모 안도 미키, 아이에게서 아버지를 가질 권리를 빼앗았다는 둥 말이 많다. 왜 그런 거지? 왜 애 아빠가 궁금한 거지? 왜 안도 미키가 미혼모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지? 안도 미키는 단지 자신의 결정으로 자신의 아이를 낳은 것 뿐인데? 왜 아이의 권리를 그딴 식으로 걱정하지? 원자력 에너지의 무시무시함과 자연과 지구 파괴, 성폭력 등등 이제 갓 태어난 아이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박탈당한 다른 권리는 왜 걱정하지 않지? 지들 멋대로 결혼하거나 지들 멋대로 아이를 낳았다가 책임지지도 못하는 이성애자 커플들이 이 지구상엔 더 세고 센데 왜 그러지? 정말 아빠가 없는 게 걱정되면 직접 안도 미키 아이의 아빠가 되어주면 될 일 아닌가?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재미나게 놀아주고 정기적으로 양육비를 보내고 아이의 안전한 성장을 위해 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힘쓰고 그런 계획을 세우는 게 훨씬 생산적이지 않을까? 대체 원인이 뭐지? 그 끝도 없는 지랄 오도방정의 오지랖은? 너나 잘하세요. / 안도 미키가 소치 올림픽 일본 대표로 뽑힐 가능성, 올림픽에서 메달 순위권에 오를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낮아보인다. 아울러 아사다 마오의 니미청순시발요정스런 이미지는 더 강해지겠지. 그러나 나는 안도 미키를 더 열렬히 과거보다 거 열렬히 응원하련다. 못해도 좋아. 최선을 다해 당신의 열정을 불태우세요. 당신이 링크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일 때 당신의 드레스 너머 출산한 여성의 엉덩이를 비난할 저질 음심 똥덩어리들에게 분노의 가운뎃 손가락을 함께 내질러 봅시다. 환영해요, 안도 미키. 지지해요, 당신의 도전을. / 흥.
2013/07/03 01:42 2013/07/03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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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변신 중

분류없음 2013/07/02 11:57
Allison Balsom의 트럼펫 연주를 듣다가 차라리 블로깅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포스팅을 한다. / 이 곳 생활을 지속할수록 청각과 후각이 발달하고 있다. 시력은? 글쎄, 나빠지지는 않는다. 아니, 뭐야, 나 이러다 진짜 개가 되는 거냐? 특히 청각이 예민해져서 미치겠다. 여기 사람들은 왜 그렇게 폭죽놀이를 좋아하는지 정말 정말 정말 괴롭다. 팡 팡 팡 팡 도대체 어디서 터지는 건지 감잡을 수도 없는 이 못된 소리들이 무슨무슨 날, 기념일이면 언제나, 늘, 나를 괴롭힌다. 이제는 화약 냄새까지 맡을 수 있다.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심장박동이 빨라져서 터질 것 같다. / 아마도 나는, 이 곳 생활을 견디기 위해서 살아남기 위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동물적 감각들을 드높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아무렴. 내게 위해가 될만한 요소들을, 특히 소리와 냄새로 파악하여 대처하려는, 태초에 인간들이 지녔을 그런 능력들을 재개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을 해도 상대가 알아듣지 못할 때는, 알아먹으려 하지 않을 때는 그냥 목줄을 하고 다니는 개가 낫겠다 싶을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을 많이 해서 그런 걸까? 개로 변신 중인 내 상태의 원인은? 좋아. 이왕이면 귀여운 웰시코기로 변신하자. 털이 날려도 좋아, 그런 것쯤은. 주인님, 귀마개는 잊지 마세요.
2013/07/02 11:57 2013/07/0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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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다 말다 하루

분류없음 2013/07/01 13:11
지난 주는 사실 마음이 무척 복잡했다. 미국 연방법원에서 VRA 위헌 판결을 내렸고 바로 다음날 DOMA 합헌 판결을 내렸다. 전자는 1960년대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시기에 소수자 -이 때는 아마도 흑인이 소수그룹의 다수였으리라-의 권한을 보호할 수 있는 일종의 장치였고 후자는 비이성애자들에게도 결혼권, 결혼에 따른 혜택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미 연방법원의 말은 '시대에 걸맞게'라고 하는데 나는 도무지 이게 무슨 개수작 돋는 말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 마침 전세계적으로 프라이드 Pride 주간이기도 해서 미국 본토는 물론 이 곳 캐나다까지 DOMA 판결을 환영하는 글들, 기쁨의 소리들이 울렁울렁 했다. 나? 물론 기쁘지. 뭐, 슬플 일은 아니잖아. 그런데, 나는 점점 이 나라에 머무는 날이 늘어갈수록 세상 끝날 날까지 멸절하지 않을 것은 인종차별이라는 확신이 든다. 그리고 이 인종차별은 웨스터나이즈 컬쳐와 아주 굳게 결합하여 언어, 관습, 음식, 교육 등 삶 전반을 장악하고 있다. 이 곳의 백인들이 주도하는 게이커뮤니티에서 겪는 인종차별과 황인종들이 주도하는 게이커뮤니티에서 겪는 '인종'차별은 그래서인지, 어떤 면에서 같고 어떤 면에서 비슷하거나 다르다. / 나는 솔직히 말해 DOMA를 진심을 다해 반길 수가 없었다. 아니, 너 혹시 백인하고 결혼하고 싶은 거 아니었니? 뭐, 이렇게 물을 철딱서니는 없겠지. 나는 백인도, 황인도, 흑인도, 퍼스트네이션도, 심지어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도 지금 같아선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아니, 그런 마음이 싹 달아나버렸다. 소수자 우대, 우대는 젠장, 그나마 있던 최소한의 장치도 '시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빼앗겨버리고마는 마당에 뭔 놈의 결혼이냐. 그냥 이게 가장 심플한 생각이고, 내가 VRA 를 내어주면서까지 DOMA를 쟁취해야만 하는 어떤 이유가 있는가, 이게 그 다음 생각이다. 막말로 나는 백인도 아니고 미국시민은커녕 북미대륙에서 3등 시민도 못되는 사람인데, 젠장. / 미국의 이민법이나 연방법은 주변 나라에 영향을 많이 끼친다.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세부 영역과 따아서 학문에까지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사회학자들이 좀 바빠지겠지, 뭐 이렇게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이게 바로 내 마음이 복잡했던 원인이었다. / 그러나 나는 오늘 토론토 Pride 행진에 참여했다. "물지 않아요; We don't bite you" 배너를 업고 토톤토 시내를 친구들과 걸었다. 슬프면서도 기쁘고, 환하다가도 우울한 그런 행진이었다. 웃다가 말다가 웃다가 말다가.
2013/07/01 13:11 2013/07/0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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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 온 시

분류없음 2013/06/29 01:22

두고 온 시

고은 (Ko Un)

 

그럴 수 있다면 정녕 그럴 수만 있다면
간난아기로 돌아가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을 때가 왜 없으리
삶은 저 혼자서
늘 다음의 파도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가던 길 돌아서지 말아야겠지
그동안 떠돈 세월의 조각들
여기저기
빨래처럼 펄럭이누나

가난할때는 눈물마저 모자랐다

어느 밤은
사위어가는 화툿불에 추운 등 쪼이다가
허허롭게 돌아서서 가슴 쪼였다.
또 어느 밤은
그저 어둠 속 온몸 다 얼어들며 덜덜덜 떨었다.

수많은  내일들 오늘이 다 될때마다
나는 곧잘 뒷자리 손님이었다
저물녘 산들은 첩첩하고
가야 할 길
온 길보다 아득하더라

바람불더라
바람불더라

슬픔은 끝까지 팔고 사는 것이 아닐진대
저만치
등불 하나
그렇게 슬퍼하라

두고 온 것이 무엇이 있으리요만
무엇인가
두고 온 듯
머물던 자리를 어서어서 털고 일어선다.
물안개 걷히는 서해안 태안반도 끄트머리쯤인가

그것이 어느 시절 울부짖었던 넋인가 詩인가

2013/06/29 01:22 2013/06/29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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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기 2013/06/27

분류없음 2013/06/28 14:37
이틀 연속 밤근무 (graveyard shift) 를 했다. 다행히(?) 지난 밤 파트너와 조율이 잘 되어 아침이 되자 컨디션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아침 퇴근 후, 도서관에 들러 폰을 충전하면서 라흐마니노프 2번 교향곡을 듣는데 시간이 모자랐다. 공공도서관은 1시간만 쓸 수 있다. 커피와 베이글로 아침을 때우고 켄싱턴 마켓에 갔다. 밴쿠버에서부터 쓰던 가방이 헐어 어깨끈이 제 역할을 못한다. 가방가게에 가서 이것저것 훑어보는데 역시 인도 사람들 장사 잘한다. 속는다는 걸 알면서도 가방을 사고 모자가게에 들러 여름모자를 하나 샀다. /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볼 수 있겠냐고. 방금 핫요가를 마친 친구를 만나러 버스 타고 이동. 친구의 소개로 타이식당에 들러 점심을 같이 먹었다. 각자 계산을 하려는데 친구 왈, 자기가 가자고 했으니 자기가 내겠단다. 뭔가 할 얘기가 있는 것 같아 그럼, 커피는 내가 낼께, 하곤 식당을 나섰다. 오후 한 시 무렵인데 날이 우중충하다. 펍에 가서 맥주를 먹었다. 친구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나도 내 이야기를 했다. 인생 참, 단순한 사람이 없구나. / 집에 와서 잠을 자려니 생체리듬이 바뀌어 잠이 오질 않는다. 다시 맥주를 먹다가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았다. 일을 마친 짝이 돌아와 깨운다. 짝은 오늘부터 시작한 프라이드 행사 벌룬티어 스케줄이 밤에 있어 다시 나가야 한다. 급하게 밥을 먹는 짝 앞에서 재잘거리다가 짝이 나가고 난 뒤 잠을 청했다. / 밤 열 시에 일어나 짝 마중을 나갔다. 술을 먹고 자서 그러나, 몹시 배가 고파 피자 가게에 들러 피자 한 조각과 콜라를 먹었다. 프라이드 기간이라서 티나는 게이 오빠들이 참 많다. 그런 오빠들 사이에 혼자 앉아 있으면 꼭 반드시 후킹을 당한다. 노 땡큐. 자정 무렵, 자원활동을 마친 짝이 나타났다. 짝과 함께 지하철 역으로 걸어가는데 이번 프라이드 특대호, 트랜스 특집에 실린 한 친구가 걸어온다. 그 친구와 함께 차를 타고 신문을 구경하고 재잘재잘하다가 내일 트랜스마치, 모레 다이크마치에 오라는 엄명을 받았다. 나는 내일 벌룬티어 스케줄이 있는데... / 집에 와서 이제 자려고 한다. 긴 하루를 이렇게 마쳤다.
2013/06/28 14:37 2013/06/2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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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을 잃다

분류없음 2013/06/24 11:54
중학생 때인가, 어느 해부터 손목 시계 욕심이 생겨 어린 중학생이 대여섯 개나 되는 시계를 갖게 되었다. 그 가운데 가장 아끼던 것은 작은 나침반이 달린 시계. 그 시계만 있으면 어딜 가도 길을 잃을 것 같지 않았는데 아, 그만 글쎄 그 시계를 잃어버렸다. 아마도 그 겨울날, 생사를 오가던 그 겨울날 밤에 잃어버린 것 같다. 죽다 살아났으니 그 다음부터 사는 것도 시큰둥하고 시계 욕심도 그럭저럭 잦아들어 하나둘 누군가에게 주고 잃어버리고 서랍 속에 방치했다. 다시 정신을 차린 뒤로 나침반 달린 시계를 찾았는데 그리 썩 마음에 드는 시계를 구하지 못해 이것저것 사다가 잃어버리다가 또 사다가 잃어버리다가를 반복했다. 그 와중에 황학동에선가 아주 작은 나침반을 구했고 그 나침반은 한국을 떠나기 전까지 수첩 속에 들어 있었다. 그런데 그 사이 어느덧 모바일을 시계처럼 쓰는 시절이 왔다. / 이제는 모바일에 나침반 어플리케이션을 장착할 수 있는 시대라 딱히 별도로 나침반을 갖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지금 사는 곳은 동서남북 구별이 대단히 중요한 곳이다. 지하철도 동서 방향을 구별해야 하고 지하철 역에서 내려 출구를 찾아도 동서사이드를 알아야 제대로 스트릿카로 갈아탈 수 있다. 거리 이름에도 동, 서가 따로 붙어 미리 확인하지 않으면 낭패를 본다. / 길 위에서 길을 잃으면, 방향을 잃으면 해를 보고 그림자를 보고 시계를 보고 동, 서를 구별한다. 그래서 딱히 또 나침반 어플리케이션을 열어볼 일도 없었는데 비가 죽죽 내리는 해없는 날은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어디가 동쪽인가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으면 열에 여덟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중 몇은 찾아갈 주소를 알려달라고 하기도. / 길을 잃으면 나침반이나 해와 그림자를 이용하거나 사람에게 물어 잃은 길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물을 사람도, 나침반도 없고 태양도 비추지 않는 이 외로운 인생에서는 스스로 길을 찾아내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길 위에서 길을 잃는다는 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The night of Super Moon, Buffalo Moon.
2013/06/24 11:54 2013/06/2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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