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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머리속에 나노 입자

노동자 머리속에 나노 입자 
                                                                                                           김영식

과학기술자 머릿속에 지우개

일반적으로 나노 입자라고 하면 100나노미터 길이(폭) 이하의 아주 미세한 입자를 말한다. 대략 머리카락의 지름이 8만 나노미터 정도이고 피 속의 적혈구는 5천 나노미터 그리고 DNA분자는 2.5나노미터 정도이다. 이러한 나노 입자는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항균특성이 있는 은-나노 입자는 세탁기와 휴대폰에 적용되었다. 그리고 피부흡수를 좋게 한다는 이유로 화장품, 샴푸 등에도 다양한 나노 입자들이 적용되고 있다. 심지어 아기 젖병에도 적용되고 있을 정도다.

나노 입자 중 가장 유명한 것은 ‘탄소 나노 튜브’와 ‘나노 탄소 공(일명 버키볼(buckyball))’이다. 1985년에 처음 발견된 버키볼은 60개의 탄소 원자로 구성되어 있고 축구공 모양을 하고 있다. 탄소 나노튜브는 지름이 1 나노미터정도 이고 이름대로 튜브 모양을 하고 있으며 인장력은 강철보다 100배 강하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 도체, 반도체, 초전도체 등 다양한 특성을 보이기 때문에, 첨단 윤활유, 연료전지, 약물전달체계, 차세대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 등에서 연구되고 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탄소로 구성되어 있어 탄소를 다량 함유하고 있는 우리 몸에 큰 해가 없을 것으로 추측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추측일 뿐이었다. 물리적으로 화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잘 알려진 물질이라도 나노 크기로 가공하면 완전히 새로운 특성을 보이고 있다. 영국 리버풀대의 독성학자인 비비언 하워드 교수는 "나노입자는 물질 자체의 독성보다 크기가 작아질수록 표면적이 상대적으로 넓어지면서 생체조직에 대한 반응성이 증가해 독성이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실 물질이 작을수록 더 위험한 공해물질이 된다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굵은 먼지는 기도나 코의 점막에서 배출되지만 미세먼지는 폐포 속 깊이 박혀버리기 때문에 훨씬 해롭다. 석영도 덩어리일 때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석영을 캐는 광산노동자, 수정을 연마하는 노동자는 미세 수정입자에 노출돼 폐 조직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나노입자는 미세먼지보다 100배-1000배 더 작다. 그렇다면 과학자들 사이에 나노입자의 잠재적 위험성은 충분히 예측 가능했다. 그리고 60년 전 과학자들은 나노크기의 입자들이 신경계를 따라 콧속이나 폐 그리고 뇌로 쉽게 침투하여 돌아다닐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은 그 기억을 자본주의 상품 개발의 압력에 밀려, 강압적으로 망각해 버린 것이다. 이제 그 망각에서 깨어날 때가 된 듯하다. 

 



내(노동자) 머리속에 나노 입자

지난(2005년) 3월에  미국의 독성학 학회에서는 탄소나노입자들이 동물실험을 통해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쏟아 내었다. NASA의 제임스(John T. James) 박사는 쥐의 호흡기관에 탄소 나노 입자를 주사했을 때, 탄소나노튜브는 폐 기능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켰고 몇 몇 동물들은 죽기까지 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면역체계내의 백혈구(대식세포)가 주입된 나노튜브를 잡아버리지만 그 뒤 그 세포는 죽어버리고 뒤이은 염증이 폐 조직에 상처를 낸다.

국립 직업 안정과 건강 학회(National Institute of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y)의 페티아 시메노바(Petia Simeonva)박사는 비슷한 양의 탄소 나노튜브를 주입 받은 쥐에서 나노입자를 다량 포함하는 거대세포인 폐 육아종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또 주입된 나노 입자는 대동맥이나 심장의 미트콘트리아 내 DNA에 손상을 입히는데, 이후 동맥경화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한다.

앞의 실험들은 인위적으로 나노입자를 주입한 실험이지만 인공의 나노 입자는 매우 작기 때문에 어디에서든 들어올 수 있어 비현실적인 실험이 아니다. 더욱이 쥐에게 나노 입자를 주입하지 않고 흡입시켜도, 쥐의 콧구멍 속, 폐 그리고 뇌에 나노입자들이 축적된다는 사실이 로체스트 대학의 환경 의학과 교수 권터 오버되르스터(Gunter Oberdorster)박사의 실험에서 확인되었다(2004년 1월). 또 같은 해 3월에 그의 딸, 환경독극물학자인 에바 오버되르스터 박사는 미국화학회(ACS)에서 나노기술의 산물인 버키볼이 물고기의 뇌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수조관속에 버키볼 500ppm을 첨가하고 48시간 후 어린 농어의 뇌 조직을 조사한 결과 정상보다 손상이 17배나 심각했다. 농어의 뇌 조직에 생긴 손상은 정상적인 세포막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인간의 알츠하이머병과 관련이 있는 증세라고 한다.

 

한국 그리고 나노기술

요즘 과기부는 [과학기술 혁신 본부] 신설하여 과학기술을 ‘혁신(?)’하느라 정신이 없다.  나노기술 분야 혁신은 과학기술부가 맡고 있던 연구개발과제의 상당부분을 산업자원부로 넘겨버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순수‘과학‘을 버리고 응용 ’기술‘로 몰아가겠다는 정부 혁신의 신자유주의적 본질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정부 '혁신'사업의 실적을 위해서 나노기술 기술은 연구소에서 그대로 벤처로 그리고 공장으로 빠르게 이전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나노 물질의 안정성에 대한 엄밀한 검토는 뒤로 밀려날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도 특이한 점이 있다면 올해 나노기술 영향평가제도가 실시된다는 점이다. 기술영향평가란 ’한 사회와 그 구성원들의 안녕과 복지에 막대한 규정력을 미치는 중요한 과학기술 주제의 영향을 주로 사회, 윤리, 환경의 측면에서 연구 초기에 미리 평가하는 제도‘를 말한다. 무엇인가 '합의'하고 '논의'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나노기술 개발 촉진법‘에 의해 나왔다는 점과 그 평가기관이 과기부 산하기관이자 그의 시녀역할을 해온 과학기술평가원(KISTEP)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진행될 결과를 충분히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설사 기술 영향평가 자체가 공정하게 잘 진행되었다고 하더라도 이 법 자체가 ’나노기술을 촉진‘시키기 위한 법의 시행령이기 때문에 그 결과가 제대로 반영될지 여부도 미지수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든 길은 하나로 통한다. 다른 정책과 마찬가지로 과학기술 정책도 정부와 자본가 그리고 시민사회 대표들(전문가들)만의 골방 속 합의로 이루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유일한 정책 대안은 노동자-민중의 투쟁 속에서, 그들의 민주주의를 향상시키는 방향과 고민 속에서 나올 것이다. 핵폐기물 부지 선정사례와 위성방송 기술 대응 실패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참고로 캐나다의 과학기술 감시단체인 ETC 그룹은 '기술영향평가제도' 대신 잠재적인 위험성이 분석될 때까지 나노과학 연구를 일시 보류(모라토리엄을 선언)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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