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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5/10/19
    [Box]하이젠베르크와 나치(1)
    해민
  2. 2005/10/19
    [양자역학과 좌파6]아무도 달을 보지 않으면 달은 존재하지 않는다?(2)
    해민

[Box]하이젠베르크와 나치

 

하이젠베르크와 나치


독일 출신의 물리학자 하이젠베르크는 양자역학에서 자신의 독특한 이론을 개발하였다. 1932년에 그의 행렬 역학 시스템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기도 했다. 플라톤(Plato)의 <<대화Timaeus>>에 강한 영향 받은 그는 학생 때부터 유명한 관렴론자였다. 이러한 관념론자의 반동적인 결론은 하이젠베르크 삶의 변화과정에서 잘 보여준다.


 1919년 하이젠베르크는 반동적 자유군단(Freikorps)에 가입하여 독일 노동자들을 탄압하기도 했다. 자유군단은 훗날 히틀러가 권력을 잡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나치돌격대(SA)가 된다. 이러한 과거의 부끄러운 경력을 그는 다음과 같이 변명한다. 당시 그의 아파트가 한번(!) 강도당한 적이 있을 만큼 매우 혼란한 시기였고 또 호기심 많은 젊은 날의 모험심 때문에 자유군단에 복무하게 되었다고.


그러나 하이젠베르크의 친-나치 행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2차 세계대전 동안에 나치의 원자폭탄(A-bomb) 계획의 총 책임자였다. 다행히도 나치의 원자폭탄 계획은 성공하지 못했다. 2차 세계대전 후 연합군 포로가된 그는 원자폭탄 계획의 실패 원인을 그와 그의 동료과학자들이 나치에 비협조적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의 집안은 히틀러의 오른팔인 히믈러(Himmler)집안과 오랫동안 친밀하게 지내왔다. 그리고 나치가 그를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았다면 원자폭탄 계획을 그에게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역사학자들은 나치의 원자폭탄 계획의 실패 원인을 리더로써 하이젠베르크의 자질 부족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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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과 좌파6]아무도 달을 보지 않으면 달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도 달을 보지 않으면 달은 존재하지 않는다?

-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실성의 원리 II


인간은 과학을 통해 무지에서 지식으로 진보시켰다. 그러나 알지 못하는 것과 알 수 없는 것 사이의 혼돈은 끊임없이 진보를 방해해 왔다. ‘모른다‘와 ’알 수 없다‘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역사적으로도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가 도저히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인간 인식에 한계를 두는 시도들이 있어왔다.


 칸트는 물-그-자체(Things-in-Themselves)가 아닌 오직 현상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버클리(Berkeley)와 흄(Hume)과 같은 주관적 관념론자들은 인간의 의식을 인식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리고 인간의 의식으로부터 독립하여 존재하는 객관세계를 인정하지 않고, 다만 그것이 인간의 의식에 나타나는 한에서만 그 존재를 인정했다 하이젠베르크 역시 양자역학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지만 그의 전체적인 관점은 주관적 관념론을 반영하고 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실성의 원리


하이젠베르크에 따르면 측정할 수 있는(경험할 수 있는) 것만 의미가 있다. 이것을 '측정 = 의미 원칙 meaning principle'이라고 하는데, 이 원칙은 신(God)과 같이 측정되지 않은 것을 무의미한 것으로 취급하므로 종교적 미신을 물리치는데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인간의 의식과 독립해서 존재하는 객관세계를 인정하지 않았기에 새로운 미신을 만들었다.


 하이젠베르크의 ‘측정 = 의미원칙‘에 따르면 '입자의 위치'는 적절한 실험 장치로 측정할 수 있을 때에만 의미가 있다. 그리고 불확실성원리에 따르면 운동량(위치)의 불확실성은 입자의 '위치(운동량)'를 측정할 때 그 측정 장치가 ’운동량(위치)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발생한다.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 각각은 최대한 정교하게 측정할 수 있지만 이 두 물리량(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교하게 측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입자가 정확한 운동량과 위치를 동시에 갖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다. 같은 논리로 우리가 하늘에 떠 있는 달을 측정할 수 없다면 달이 존재에 대해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원자폭탄을 폭발시켜 그 효과를 측정할 수 없다면 그 효과를 말하는 것 또한 무의미하다.


그렇다면 ‘입자의 위치를 아주 정확하게 측정하면 운동량은 변하게 된다’는 말을 ‘측정 = 의미원칙‘에 따라 정확하게 분석해 보면 재미있는 결론에 도달한다. 위치는 정확하게 측정되기 때문에 의미가 있지만,’운동량이 변하게 된다‘는 말은 측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의미한 말이 된다.


하이젠베르크는 스스로 빠진 이 모순에 대해 해결을 시도한다. 입자의 초기 운동량(pi)을 아주 정교하게 측정하고, 바로 이어 입자의 위치(x)를 최대한 정확하게 측정한다. 또 바로 다음에 다시 운동량(pf)를 측정했다고 해 보자. 이 값들은 모두 각각 따로 측정했기 때문에 최대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초기 운동량(pi)을 측정한 후 바로 위치(x)를 측정했기 때문에, 초기 운동량(pi)는 위치 측정 직전에 입자가 갖고 있는 운동량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위치(x) 측정 후 운동량(pf)도 측정했으므로 변한 운동량 |pf-pi|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불확실성 원리를 어기지 않고 ‘변하는 운동량’을 측정할 수 있다. 여기까지 그의 설명은 완벽한 듯 보인다.


아무도 달을 보고 있지 않다면 달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설명은 아직도 완벽하지 못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약간 다른 상황을 설정해 보자. 입자의 운동량(pi)을 측정하고 일정시간 후 그 입자의 위치(x)를 측정했다고 해보자. 이 경우 입자의 운동량을 측정한 직후부터 입자의 위치를 측정한 직전까지는 입자의 경로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그러면 그 기간 동안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정확하게 알 수 있으므로 불확실성원리는 유효하지 않다. 이러한 결론은 하이젠베르크도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하이젠베르크는 초기 운동량(pi)과 같이 과거에 측정된 값을 이후 측정된 위치(x)의 초기 값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다시 주장한다. 이들 두 시점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종국에는 입자의 “‘경로‘는 입자를 관찰할 때만 나타난다(실재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이것을 '측정 = 발생 원칙 creation principle’이라 부른다. 이 원칙에 따르면 밤하늘의 달을 아무도 측정하지 않는다면 달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1950년대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양자역학의 주류 흐름에 반발해서 '누군가 달을 보고 있을때만 달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1981년 물리학자 데이비드 머민(David Mermin)은 "아무도 달을 보고 있지 않다면 달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아무리 유명한 과학자의 결론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이 결론을 따를 이유는 없다. 하이젠베르크는 "다른 무엇보다 기저에 깔려 있는 철학적인 생각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시간과 공간속에 객관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 있다는 관념을 제거하기 위해"필요했다고 한다. 바꾸어 말하면, 하이젠베르크의 양자역학의 철학적 해석은 과학적 실험에 의한 객관적 결과가 아닌 그의 관념주의 철학의 결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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