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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과 좌파6]아무도 달을 보지 않으면 달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도 달을 보지 않으면 달은 존재하지 않는다?

-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실성의 원리 II


인간은 과학을 통해 무지에서 지식으로 진보시켰다. 그러나 알지 못하는 것과 알 수 없는 것 사이의 혼돈은 끊임없이 진보를 방해해 왔다. ‘모른다‘와 ’알 수 없다‘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역사적으로도 이런 저런 이유로 우리가 도저히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인간 인식에 한계를 두는 시도들이 있어왔다.


 칸트는 물-그-자체(Things-in-Themselves)가 아닌 오직 현상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버클리(Berkeley)와 흄(Hume)과 같은 주관적 관념론자들은 인간의 의식을 인식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그리고 인간의 의식으로부터 독립하여 존재하는 객관세계를 인정하지 않고, 다만 그것이 인간의 의식에 나타나는 한에서만 그 존재를 인정했다 하이젠베르크 역시 양자역학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지만 그의 전체적인 관점은 주관적 관념론을 반영하고 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실성의 원리


하이젠베르크에 따르면 측정할 수 있는(경험할 수 있는) 것만 의미가 있다. 이것을 '측정 = 의미 원칙 meaning principle'이라고 하는데, 이 원칙은 신(God)과 같이 측정되지 않은 것을 무의미한 것으로 취급하므로 종교적 미신을 물리치는데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인간의 의식과 독립해서 존재하는 객관세계를 인정하지 않았기에 새로운 미신을 만들었다.


 하이젠베르크의 ‘측정 = 의미원칙‘에 따르면 '입자의 위치'는 적절한 실험 장치로 측정할 수 있을 때에만 의미가 있다. 그리고 불확실성원리에 따르면 운동량(위치)의 불확실성은 입자의 '위치(운동량)'를 측정할 때 그 측정 장치가 ’운동량(위치)을 변화‘시키기 때문에 발생한다.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 각각은 최대한 정교하게 측정할 수 있지만 이 두 물리량(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교하게 측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입자가 정확한 운동량과 위치를 동시에 갖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다. 같은 논리로 우리가 하늘에 떠 있는 달을 측정할 수 없다면 달이 존재에 대해 말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원자폭탄을 폭발시켜 그 효과를 측정할 수 없다면 그 효과를 말하는 것 또한 무의미하다.


그렇다면 ‘입자의 위치를 아주 정확하게 측정하면 운동량은 변하게 된다’는 말을 ‘측정 = 의미원칙‘에 따라 정확하게 분석해 보면 재미있는 결론에 도달한다. 위치는 정확하게 측정되기 때문에 의미가 있지만,’운동량이 변하게 된다‘는 말은 측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의미한 말이 된다.


하이젠베르크는 스스로 빠진 이 모순에 대해 해결을 시도한다. 입자의 초기 운동량(pi)을 아주 정교하게 측정하고, 바로 이어 입자의 위치(x)를 최대한 정확하게 측정한다. 또 바로 다음에 다시 운동량(pf)를 측정했다고 해 보자. 이 값들은 모두 각각 따로 측정했기 때문에 최대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초기 운동량(pi)을 측정한 후 바로 위치(x)를 측정했기 때문에, 초기 운동량(pi)는 위치 측정 직전에 입자가 갖고 있는 운동량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위치(x) 측정 후 운동량(pf)도 측정했으므로 변한 운동량 |pf-pi|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불확실성 원리를 어기지 않고 ‘변하는 운동량’을 측정할 수 있다. 여기까지 그의 설명은 완벽한 듯 보인다.


아무도 달을 보고 있지 않다면 달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설명은 아직도 완벽하지 못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약간 다른 상황을 설정해 보자. 입자의 운동량(pi)을 측정하고 일정시간 후 그 입자의 위치(x)를 측정했다고 해보자. 이 경우 입자의 운동량을 측정한 직후부터 입자의 위치를 측정한 직전까지는 입자의 경로를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다. 그러면 그 기간 동안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정확하게 알 수 있으므로 불확실성원리는 유효하지 않다. 이러한 결론은 하이젠베르크도 인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하이젠베르크는 초기 운동량(pi)과 같이 과거에 측정된 값을 이후 측정된 위치(x)의 초기 값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다시 주장한다. 이들 두 시점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종국에는 입자의 “‘경로‘는 입자를 관찰할 때만 나타난다(실재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른다. 이것을 '측정 = 발생 원칙 creation principle’이라 부른다. 이 원칙에 따르면 밤하늘의 달을 아무도 측정하지 않는다면 달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1950년대 아인슈타인은 이러한 양자역학의 주류 흐름에 반발해서 '누군가 달을 보고 있을때만 달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1981년 물리학자 데이비드 머민(David Mermin)은 "아무도 달을 보고 있지 않다면 달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답한다. 


아무리 유명한 과학자의 결론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이 결론을 따를 이유는 없다. 하이젠베르크는 "다른 무엇보다 기저에 깔려 있는 철학적인 생각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그것은 "시간과 공간속에 객관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 있다는 관념을 제거하기 위해"필요했다고 한다. 바꾸어 말하면, 하이젠베르크의 양자역학의 철학적 해석은 과학적 실험에 의한 객관적 결과가 아닌 그의 관념주의 철학의 결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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