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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도 배아복제 논란에 뛰어 들어가 보자.

 

노동자도 배아복제 논란에 뛰어 들어가 보자.

현장에서 미래를 제 111호

 

지난 5월 20일 서울대 황우석ㆍ문신용 교수팀과 미국 피츠버그대 제럴드 섀튼 교수팀은 18명의 여성에게서 기증받은 난자 185개로 31개의 배반포기 배아를 복제하고 여기서 11개의 복제배아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배아줄기세포 11개는 남성과 사춘기 전 여성, 폐경기 이후 여성 등 연구 참여자(남성 8명, 여성 3명)의 체세포를 이용한 것으로 이 중에는 3명의 난치병 환자도 포함돼 있다


이번 배아 복제의 성과는 불의의 사고로 반신불수가 된 댄스그룹 클론의 구성원인 강원래씨 와 슈퍼맨의 크리스토프 리브, 그리고 요한 바오로 2세와 모하메드 알리의 파킨슨 병, 로날드 레이건의 알츠하이머(치매)나 선천적인 (제 1형) 당뇨병 등 치료약이 없어 고생하는 수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12월 마리아 생명공학 연구소의 박세필 박사팀은 인간 배아줄기 세포로 쥐의 파킨슨병 치료에 성공했고, 황우석 교수도 척수를 다친 개의 치료에 성공한 바 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하여, 중국, 싱가포르, 이스라엘, 영국에서는 비교적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소위 좌파정권인 브라질 정부는 줄기세포 연구 지원계획을 공식 발표했으며, 스페인의 좌파 정부 역시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지원을 발표했다. 이 연구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찮은데, 미국의 부시정권을 포함하는 종교적 우파와 그리고 일부 녹색당이 여기에 속한다. 스위스에서는 줄기세포 관련 법안이 당초 2003년 12월 의회에서 채택됐으나 가톨릭교회와 녹색당, 의료윤리단체들이 반발로 인해 국민투표에 붙여지기도 했다. 독일의 녹색당의 볼커 벡 하원 원내총무는 줄기세포 관련 정책을 바꾸는 일은 `위장한 식인(食人)주의'라고 격렬하게 비난하기도 했다.(2005.06.16 연합) 이 처럼 배아복제를 둘러싸고 그 양상이 복잡하게 나타나고 있다.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복제 ‘화려한’ 성공과 정부와 언론의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거대 제약회사의 움직임은 아직 둔하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자본의 욕구는 ‘돈(자본증식)’에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 황교수의 연구결과에서 돈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 각종 반자본주의 투쟁에 지쳐 있는 우리 노동자들에게도 배아복제 문제를 신중하게 고민할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배아복제란 무엇인가?


우리 몸에 세포는 크게 두 가지 종료가 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체세포가 있고 정자와 난자의 생식세포가 있다. 세포의 종류와 같이 세포 복제도 두 가지 종류 즉, 생식세포 복제와 체세포 복제가 있다.


생식세포 복제는 정자와 난자를 이용한다.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키면 세포 분열이 일어난다. 이때 분열할 때 마다 난세포 크기가 작아지므로 ‘난할’이라고 하며 이 작은 난세포를 ‘할구’라고 부른다. 복제의 핵심은 분열과정이 있는 이 할구와 수정되지 않은 난자의 핵과 치환하는 것이다.

 

 

(a) 생식세포 복제

 

 

 

   (b) 체세포 복제

그림. 생식세포 복제와 체세포 복제

(그림 출처 : http://www.cfe.org/parkup/t_ecodemia_4/HYS.hwp)

 

만약 수정란이 8개의 할구로 분열했다고 하면, 난자 8개로 염색체가 동일한 8개의 복제 난자를 만들 수 있다. 즉, 1개의 수정란으로 8개의 일란성 쌍둥이를 낳게 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이에 비해 체세포 복제는 수정란의 세포가 아니라 몸을 구성하는 세포(체세포)를 떼어내어 난자의 핵과 치환하는 방법을 말한다. 현재까지는 난자는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두 복제과정(생식세포 복제와 체세포 복제) 모두 여성들로 부터 새로운 난자를 제공 받아야 한다.


할구나 체세포는 핵이 제거된 난자에 주입된 후 세포융합과정을 거치고 인큐베이터에서 체외배양 과정을 거친 후 복제 난자로 성장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성장한 복제 난자를 대리모의 자궁에 주입해, 임신과 출산 과정을 거쳐 복제 생명체가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일반 적으로 배아란 정자와 난자가 만나 결합된 후 조직과 기관으로 분화가 마무리되는 8주까지의 수정란을 뜻한다.


복제양 돌리가 유명했던 이유는 생식세포 복제가 아니라 처음으로 체세포 복제로 태어났기 때문이며, 황우석교수의 연구가 주목받은 이유는 역시 최초(2003년 2월(논문 발표는 2004년 2월))로 ‘인간’의 체세포 복제를 성공시켰고 복제 수정란을 4∼5일 배양한 배아(배반포기 단계)에서 ‘줄기세포’라는 것을 얻었기 때문이다.


배아줄기 세포와 성체 줄기 세포


줄기 세포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나 조직의 근간이 되는 세포로 몇 번이나 반복하여 분열할 수 있는 자기-재생산(self-renewal)기능과 여러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다분화 능력을 가진 세포로 정의된다.


식물의 줄기에서 자기-재생산과정을 거쳐 가지와 잎이 나오듯이, 배아시기에 줄기 세포는 대량으로 존재하며 자기-재생산 과정을 통해 근육, 신경, 심장 그리고 혈액 등 모든 조직과 장기로 다-분화된다. 성장 후에도 이 줄기 세포는 소량 남아 상처를 치유하는데 이용된다. 이때 배아시기에 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조직과 장기로 분화될 수 있는 줄기 세포를 배아 줄기 세포라 하고 성인이 된 후 남아 있는 미량의 줄기 세포를 성체 줄기 세포라고 한다.


배아줄기 세포는 모든 장기를 재생할 수 있는 잠재 능력 때문에 ‘상품’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현재 기술로써 그 능력을 통제할 수 없다. 반면 성체 줄기세포는 주로 본래 자신이 있던 조직과는 성격이 같은 세포를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그 양이 적기 때문에 ‘상품’으로 매력은 떨어진다. 그러나 특정 조직이 손상되면 치료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통제가능하기 때문에 현재 현실화된 치료 방법이다. 대표적으로 백혈병 치료로 사용되는 골수 이식이 바로 성체 줄기세포인 골수 세포를 이식하는 것이다. 골수 세포에서는 혈구 세로를 끊임없이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성체줄기세포를 가지고 있는 기관으로 뇌, 골수, 말초혈액, 혈관, 근육, 피부와 간 등이 있다. 학자들은 성체줄기세포를 세포배양을 통해서 증식 시키고, 특정세포로 분화를 유도하여 우리 몸이 상처를 받거나 질병에 걸리면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인간인가 세포 덩어리인가? 


 가톨릭이나 반-낙태주의자들은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즉시 한 영혼을 가진 생명주체인 태아로 간주한다. 체세포 복제의 경우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것이 아니지만 자궁 내에 착상시키면 인간으로 자라기 때문에 역시 예외일 수 없다고 한다. 영국의 반-낙태주의자 단체 Life는 배아세포 연구를 신종-학살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미국의 가족 연구위원회라는 보수주의 단체는 “나치는 일부 인간들을 ‘종속 인간’으로 분류해서 그들을 소모해도 된다고 했다. ... 사람들은 배아를 종속 인간으로 보고 있다.”라고 나치의 학살에 비유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수정란은 수정 후 두 배수씩 분열해 16개가 되면 딸기 모양의 세포가 되는데, 이때가 14일쯤 되는 시점이다. 이때부터 인체의 근본이 되는 척추와 신경 등 구체적인 신체기관으로 성장하게 된다. 과학자들은 14일 이전 단계의 세포는 인간이라기보다는 세포 덩어리로 볼 수 있기 때문에, 배아 세포 조작을 통해 치료에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배아를 인간이냐 세포덩어리냐의 논쟁을 인간중심(배아=세포덩어리) vs 생태중심(배아=인간)적 사고의 대립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큰 의미는 없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맑스주의는 인간중심적 사고방식에 포함시키며, 인신론적 전환을 요구한다. 만약 생태 중심적 사고와 인간중심적 사고가 다르다면 생태계에는 이로우나 인간에게는 불리한 것들이나 생태계에는 불리하나 인간에게 이로운 것 들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은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생태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또 배아의 구분을 인간-비인간으로 구별하지 말고, 새로운 지위를 설정해서 배아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김환석, 배아의 사회학, 한겨레신문) 이 주장은 생명을 담보로 하는 연구는 신중에 신중을 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어떤 경우라도 민주적 통제가 용의해야 하고 연구의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판단에서 의미 있는 주장이다.


마지막으로 배아를 둘러싼 논쟁에서 같이해야하는 것들이 있다. 낙태와 여성의 권리를 어떻게 볼 것이며, 불임부부를 위해 인공 수정 후 남은 대량의 잉여 배아에 대한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현재 불임시료를 위한 인공수정에서 과배란을 유도하고 있고, 배아를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이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적어도 10만에서 50만 이상의 잉여배아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잉여 배아의 경우 시간이 지나면 자동적으로 폐기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이렇게 버려지는 잉여 배아를 대상으로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허용하고 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 논쟁의 한가운데 기독교로 무장한 부시정권이 있고 그가 배아의 인권을 위해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이라크 전쟁의 주범인 부시 정권은 전쟁으로 인해 수천 명의 아이들이 부상당하고 있는 이라크를 위해 의료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그가 종교적 신념을 바탕으로 배아 복제에 반대하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배아줄기 세포의 경제학

 

치료 목적의 배아 복제 기술은 환자들에게 유전적으로 특별한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장점은 일반 환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범용 치료제가 아니라는 뜻이므로 자본의 입장에서 큰 매력이 없다. 올해 황우석 교수팀은 배아 복제의 효율을 10배 증가시켰다. 작년에는 1개의 배아를 복제하기 위해 242개의 여성 난자를 필요로 했는데 이번에 기술을 더욱 정교화해서 올해는 10개 이하로 성공했다. 이러한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배아 줄기 세포를 통해 개발된 약이 모든 대중 약국의 선반에 진열될 정도의 상품으로 될 가능성은 아직까지 희박해 보인다.


특히 여성에게서 난자를 많이 얻기 위해서 과배란 처방을 해야 하는데, 한명의 환자 치료를 위해서 여성들에게 한번 혹은 두 번 정도 인공 수정시와 유사한 위험하고 고통스러운 처리를 해야 한다. 그러므로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이 배아 복제 기술은 백만장자들을 위한 치료방법으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정말로 배아복제 기술에 노다지가 보인다면 자본은 엄청난 투자를 감행할 것이다. 물론 그들의 관심에는 수백만 명의 고통 받는 환자들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주요 제약회사는 10년에서 20년 후에나 배아복제 기술이 상품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래서 대기업들은 명확한 상품화 가능성이 보일 때 까지 공적자금을 이용하기하거나 중소 벤처기업들이 그러한 위험을 떠안기를 원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자본의 전략은 원천기술의 특허를 확보해 놓는 것이다. 원천기술만 확보 해놓으면, 혹시 모를 누군가가 치료약을 개발했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EGE(European Group in Ethics in Science and New Technologies)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줄기세포 관련 출원이 2000건이 넘고, 그 중 1/4이 배아줄기세포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배아복제 실험을 거부하던 부시도 초기 배아줄기 세포에 투자한 자본가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미국 최대의 생명공학회사인 제론 (Geron)사 등이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배아줄기 세포에 대해서만 연구를 허용했다.


문제는 여성의 보호와 상품화


이미 한국에서는 불임부부들에게 정자·난자를 판매하는 회사가 영업 중이며 법적으로 이들을 규제하는 법은 없다. 인간배아복제 기술이 성공해서 치료 기술로 이용된다고 해보자. 이 과정에서도 여전히 필요한 것은 난자 기증자일 것이다. 어떤 경우든 배아복제 기술이 자본주의 상품에 가까워질수록 여성 몸의 상품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황우석 교수 연구에서도 여성 기증자에 대한 논란은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황교수는 올해 사이언스지에 발표한 논문에 미국과 같은 수준의 윤리 기준을 준수했음을 밝히고 그때 사용된 [동의서]까지 실었다. 그런데 그의 연구를 조사한 두 명의 미국의 생명윤리학자들은 황 교수에서 D-의 성적, 그러니까 수우미양가로 따지만 ‘양‘의 점수를 주었다. 이들은 스탠포드 대학 생물학 윤리센터 소속의 데이비드 매그너스(소장)와 밀드레드-초인데, 보수적인 성향의 학자들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들은 황우석 교수팀의 연구에 대해 매우 높게 비판하고 있는데, 그 주요한 이유는 실험 참여자들에게 위험성을 적절하게 설명하지 않았고, [동의서]에서 환자들과 기증자를 구별하지 않았으며, 환자 자신의 난자를 실험에 기증하는 것을 거부할 수 있음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기술이 환자 당사자의 치료약 개발로 단기간 내에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실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황 교수가 기증받은 난자 중에는 30이하의 여성으로부터도 기증받은 것도 있다. 30대의 여성으로부터 받은 난자의 경우 한 개의 줄기세포를 얻기 위해 30번의 처리를 해야 하는데 30대 이하의 여성으로부터 받은 난자는 평균 13번의 처리를 거치면 되기 때문에 연구자들이 선호한다. 이러한 사실은 작년 [네이처]지가 황 교수 팀에 제기한 연구실 대학원생의 난자를 사용했다는 의혹과 함께, 배아 복제 연구는 보다 공개적이고 엄격한 통제의 필요성이 있음을 다시 한 번 시사한다.


배아 복제 기술 정말 안전한가?


2001년 초 미국에서 파킨슨병을 치료하기 위해 태아 뇌세포를 환자의 머릿속에 주입하는 실험이 있었다. 파킨슨병은 뇌의 신경전달물질 중의 하나인 도파민(dopamine)의 결핍으로 인해 나타나는 병인데, 태아의 뇌세포가 도파민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에서 이루어진 실험이었다. 물론 이 실험은 배아 줄기세포와는 같은 실험은 아니지만 원리상 유사하다. 처음 1년 동안은 60세 이하의 환자들에게는 성공적인 것으로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그들 중 몇 사람은 도파민이 과다 분비되고 통제가 불가능하게 되었고 심하게 몸을 뜨는 증세가 나타나는 등 치료 전보다 더 악화되었다.

줄기세포 연구 결과로 얻을 수 있다고 기대되는 가능성과 세포치료의 현실과는 아직도 많은 기술적인 괴리가 있다. 줄기 세포에서 조직 세포로 어떻게 분화하는지를 정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고 또 통제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작정 주입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지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성공적으로 착상된 복제배아들 가운데 출산 뒤까지 정상적으로 자란 동물은 2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유산(33%), 기형(12%), 급사증후군(22%), 거대체중증후군(8%)로 죽었다. 이러한 부작용이 복제된 배아의 줄기세포 치료에서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볼 수 없다. 한 영국의 유명한 줄기 세포 과학자는 영국 의학 논문지에 배아줄기 세포로 “치료에 성급한 이용은 환자들에게 치명적인 질병 혹은 프리온 질병과 같이 뇌에 독성 단백질이 모여 발생하는 질환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배아복제의 마지막 종착지; 인간복제


배아복제 기술에서 항상 나타나는 것은 인간 복제의 유령이다. 황우석 교수의 논문에서도 어떠한 인간 복제 시도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명목으로 연구되고 있는 수많은 복제기술들이 하나씩 성공할 때마다 인간 복제의 유령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실천윤리학 교수이면서, 의료윤리에 관한 유명 논문지에 영향력 있는 편집인이기도 한 사부레스쿠(J. Savulescu) 교수는 ‘복제 기술은 가장 위대한 과학 기술진보 중의 하나이다. 복제기술은 인간의 운명에 기회와 힘을 준다. 점차적으로 인공 번식이 자연 번식보다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될 것이다. “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사회학자 이진경교수도 황우석 교수에게 “생명공학의 발달로 인간의 ‘인위적인 변이’가 가능해졌다면 이제 인간을 넘어서는 ‘새로운 변이’의 가능성을 볼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사회학자나 윤리학자뿐만 아니라 DNA를 발견한 제임스 왓슨 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복제에 본질적으로 잘못된 것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우리가 추구하는 대안사회는..


대체적으로 배아복제연구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더 나은 인공 수정기술 발전시키고, 치명적인 질병치료를 위해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연구과정에서의 오용가능성이나 위험으로부터 배아를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인간 배아에 대한 연구는 적극적 우생학으로의 길을 열 수 있으며, 출산과 가족의 가치를 경시하고, 낙태를 조장하는 심각한 윤리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부시정부가 배아 복제를 굳건하게 반대하고 그의 종교적 신념(?)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그것은 아직까지 배아복제 기술에서 돈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이며, 또 자본가들에게 세금 감면 정책을 쓰고 있고 무엇보다도 이라크 전쟁으로 공적자금이 여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한국이나 기타 자본주의 국가에서 배아 줄기 연구는 정부 주도로 공적자금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연구 결과의 공공성을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하에서 공적 자금은 단지 자본가들의 위험을 분산시키는 기능만 할 뿐이다. 투자 위험이 높거나 미래에 상품화가 불분명한 곳에 공적자금의 연구비가 투여된다. 또 자본주의 기술 혁신은 상품화를 전제로 한다. 아무리 공적 자금이 투여되었다고 하더라도 연구 방향은 자본이 소유하기 쉬운 고수익의 상품 개발로 향해져 있다. 즉 개발된 치료 방법은 특허로 소유하거나 비밀로 포장할 궁리만 하지 환자들의 고통과 그 기술의 사회적 이용에 대한 고민은 그들의 대차대조표에서 찾아 볼 수 없다. 결국 공적자금이 투여되어 배아복제 기술의 획기적인 돌파구를 찾을 즈음, 이미 이 기술은 상당부분 사적으로 소유된 고가의 상품이 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여성 신체의 상품화는 가속화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배아 복제 기술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고 일부는 새로운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는 대안사회에서 배아 복제 연구는 과학기술의 생산, 분배와 함께 내용까지 다를 것이다. 배아 복제 과정에서 모든 윤리적-철학적 문제는 투명한 토론할 것이며 어떤 내용, 어떤 방법으로 연구할 것인지를 합의해 나갈 것이다. 합의하기까지 시간이 길어져도 결코 비효율적이지 않다. 모든 연구는 공동으로 상호 협력 하에 진행되기 때문에 한번 시작된 연구는 매우 효율적이며 빠르게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결과는 모든 통신수단을 통해 빠르게 공유될 것이다. 이를 위해 제약 산업과 바이오산업은 민주적으로 통제될 것이며, 이들은 주주의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약을 개발하는 것이 유일한 목적이 될 것이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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