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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과좌파3]괴기한 이중 슬릿 실험

/* 이 글은 노동자의 힘 기관지에 연재중에 있습니다. */

[양자역학과 좌파3]괴기한 이중 슬릿 실험

파동인줄 알았던 빛은 아인슈타인에 의해 입자의 특성이 발견되었고, 입자인줄 알았던 전자는 드브로이와 데이비슨에 의해 파동의 특성이 발견되었다. 이러한 입자-파동의 이중성은 1989년에 <이중 슬릿(구멍) 실험>을 통해 보다 명확하게 밝혀졌다. 이 실험을 살펴보는 것이 앞으로 양자역학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므로 자세히 살펴보자.


낮은 에너지의 전자총으로 서로 간섭현상을 일으키지 않게 낱개의 전자가 튀어나오게 한 다음 이 전자들을 그림과 같은 작은 구멍에 통과시키자. 그리고 그 뒷면에 전자를 감지할 수 있는 스크린을 두어 전자의 분포를 확인한다. 이 단일 슬릿 실험에서는 예상과 같이 구멍 뒷면에서 가장 많은 분포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림 1    

                             

                           

                                                        그림 2

 

여기까지는 고전 역학적 해석으로도 아무른 문제가 없다. 그렇다면 두개의 구멍사이로 전자를 통과시키면 어떻게 될까? 예상대로라면(입자라면) 두개의 구멍위치에서 가장 많은 분포를 얻을 것을 것이고, 각각을 합한 결과와 같을 것이다(그림 2).

                        

                                                   그림 3

그러나 실험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그림 3과 같이 스크린에 줄무늬모양의 간섭무늬가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전자는 어떻게 움직였을까? 쉽게 '전자는 파동과 입자의 성질을 갖는다.'고 앵무새처럼 암기해서 '이해한 척' 넘어갈 문제도 아니다. 양자역학적 해석에 따르면 전자 하나를 통과시켜도 이러한 간섭 현상이 일어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자 하나를 두 개의 구멍을 향해 발사했는데, 간섭무늬가 나타났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방법은 하나뿐이다. 전자 하나가 두 개의 구멍을 동시에 통과해서 스스로  간섭무늬를 만들어 낸 것이 된다.  


 이러한 실험 결과는 더 이상 고전 물리를 일부 수정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이 난해한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수학적 방법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온 수식이 슈뢰딩거의 파동 방정식(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인 것이다. 뉴턴의 운동 방정식(힘=질량X가속도)을 풀면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구할 수 있으며, 이 위치와 속도는 실제 공간에서 그대로 위치와 속도이므로, 이해하는데 아무른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파동 방정식을 풀어서 나온 해답인 파동 함수가 무엇인지 물리적 의미를 부여하기가 그리 쉽지가 않았다. 한 가지 대안으로 슈뢰딩거는 전자를 현실 물리 세계에서 자신의 파동 방정식을 따르는 파동으로 이해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의 해석은 단일 입자의 경우에만 잘 맞았다. 슈뢰딩거 방정식에 따르면, 다-입자(multi-particle)계에서는 관련된 파동이 다차원 공간에 나타난다. 만약 3개의 입자를 다루면 9차원 공간을 생각해야 한다. 9차원 공간?! 이 말은 슈뢰딩거의 파동이 존재하는 공간은 실제 공간이 아닌 수학적인 추상 공간인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슈뢰딩거 파동 방정식에서 전자와 관련된 파동은 실제 공간에서의 파동으로 해석할 수 없다. 그렇다고 양자역학을 무시할 수는 없다. 파동 방정식을 기반으로 한 양자역학은 그 어떤 역학보다 미시세계를 잘 기술하고 있음이 실험적으로 무수히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파동 방정식의 파동함수를 어떻게 해석해야 한단 말인가? 아인슈타인의 절친한 친구이자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보른(Max Born)은 이 문제에 대해 해결을 시도했다. 그는 수학적인 추상공간의 파동함수 크기를 제곱하면 측정시 나타나는 입자의 물리량(위치 혹은 속도)을 발견할 확률로 해석하자고 제안하였다. 이것이 아직까지 양자역학 주류에서 받아들이고 있는 파동함수의 해석 방법이다. 이러한 해석 방법 역시 부분적으로 해답을 주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전자의 파동성은 현실공간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림 4


다시 이중 슬릿 실험으로 돌아가 보자. 이중 슬릿 실험에서 전자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안다면 보다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전자가 매 순간 어느 구멍으로 통과하는지를 관찰하기 위해 위쪽 구멍에 '전자 측정 장치'를 설치해보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희한하게 간섭 무늬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입자 특성이 나타났다(그림 4). 이것은 측정방법에 따라 전자가 파동의 특성(스크린만 두었을 때)을 보이기도 하고 입자특성(전자 측정 장치를 두었을 때)을 보이기도 한다는 뜻이다. 

                                        

양자역학은 고전역학의 문제를 많이 해결하였지만 양자역학의 해석을 둘러싸고 여전히 혼돈 속에 있다. 주류과학자들은 양자역학의 난해한 현상들로 인해 오직 측정 가능한(경험적인 것)양에만 집착했다.(실증주의) 또 다른 과학자들은 보른의 확률적 해석을 완전한 우연적 현상으로 오해해서 불가지론을 주장하기도 한다. 또 소수이기는 하지만 관측방법에 따라 변하는 양자역학적 현상을 신비주의/종교에 빠져들기도 한다. 물론 아주 소수로 좌파적 해석도 있다. 그러나 주류 양자역학의 개척자들의 강한 실증주의적인 견해는 양자역학 해석을 더욱 혼란을 가중시켰다. 예를 들어 하이젠베르크는 "물리학은 공식적으로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들 사이의 관계로 나타낼 수 있다", "현대 물리학에서 우리는 원자의 구조와 같은 진리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원자를 관찰할 때 우리가 인식하는 현상만을 다룬다."고 주장했다. 다음에는 이러한 양자역학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에 대해 알아보자.(다음호에 계속)

 

/* 오래 기다렸습니다. 다음호 부터 진짜 본론으로 들어갑니다.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이 이중 슬릿 실험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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