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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역학과 좌파5] 하이젠 베르크의 불확실(정)성 원리(uncertainty principle) I

 

[양자역학과 좌파5] 하이젠 베르크의 불확실(정)성 원리(uncertainty principle) I


물리학자들은 입자가 움직인다는 것을 운동량이라는 개념으로 나타내는데, 이것은 움직이는 입자의 질량과 속도를 곱한 값으로 정의한다. 반면에 파동은 다른 형태의 물리적 과정이다. 예를 들어 잔잔한 물 표면에 돌멩이를 던졌을 때 발생하는 왜란과 같은 것을 말하는데, 이 과정에서 움직이는 것은 에너지가 된다. 파동의 경우 파장으로 나타내는데, 그림에서와 같이 파장의 가장 큰 값(마루)에서부터 다음 마루까지의 거리를 말한다. 양자역학의 창시자들의 이론적, 실험적 연구결과 이후 물리학자들은 운동량과 파장이 서로 직접적으로 관계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입자의 운동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특정 순간에 입자가 어디에 있고 또 어디서부터 와서 어디로 향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속도(운동량)와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해야 한다. 이 두 물리량이 정확하게 측정되면 입자의 운동에 대한 원인과 결과는 명확하게 알 수 있다.


하이젠베르크는 이중슬릿 실험의 이상한 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전자의 속도와 위치를 동시에 측정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고 그 결과를 1927년에 불확실성원리(*)로 발표했다. 일반적으로 불확실성 원리는 인과론을 부정한다고들 하는데, 하이젠베르크는 불확실성의 '원인'을 상상실험을 통해 명쾌하게 설명하였다. 당시 물리학자들은 전자와 같은 미세 입자의 운동을 실험적으로 측정하기 불가능했기 때문에 머릿속 생각으로 실험을 하곤 했는데, 그것을 "상상실험(thought experiment)"이라고 한다.

 

 



 

전자의 위치와 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전자의 움직임을 관측할 수 있는 강력한 현미경이 있다고 해보자. 이 현미경은 전자에 빛(광자)을 쪼여 전자와 충돌해서 나오는 빛으로 전자의 움직임을 알아낸다. 먼저 전자로부터 반사되어 나온 빛을 다시 렌즈로 집속하면 전자의 위치를 측정할 수 있다. 또 반사되어 나온 빛으로 전자의 속도도 측정할 수 있다. 이것은 마치 경찰관이 레이저 총으로 자동차의 속도를 측정하는 것과 같은 원리로 반사되어 나온 빛의 파장을 측정하면 된다. 


그러나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렌즈로 작은 전자에서 반사되어 나온 빛을 집속해서 위치를 측정하기에는 전자가 너무 작다. 일반적으로 빛을 집속해서 위치를 측정할 수 있는 해상도는 빛의 파장 길이에 비례한다. 그러므로 전자의 위치는 빛의 파장 길이만큼 불확실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현미경의 해상도는 아주 큰 렌즈를 사용하거나 짧은 파장을 갖는 빛을 이용하면 증가한다.


현실적으로 무한히 큰 렌즈를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전자의 위치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는 파장이 아주 짧은 빛을 쪼여야 한다. 그런데 빛이 파장이 짧다는 것은 아주 높은 에너지를 가졌다는 뜻이다. 높은 에너지의 빛을(광자를) 전자와 충돌시키면 전자의 속도는 변하게 된다. 그러면 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 만약 정확하게 속도를 측정하고 싶다면 낮은 에너지의 빛(광자)을 충동시켜야 하는데, 이때에는 파장이 길어져서 정확한 위치를 측정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새로운 종류의 현미경을 개발한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이젠베르크는 결코 그럴 수 없다고 한다. 모든 에너지는 양자로 나타나고 또 모든 물질은 미시 세계에서 입자와 파동성을 뛰기 때문에 어떤 측정 장치를 가져와도 같은 문제에 부딪힐 것이기 때문이다.


하이젠베르크 상상실험에서는 측정 장치(현미경)와 측정대상(전자)간의 상호 작용에 의해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에 대한 불확실성이 나타난다. 이 결과는 고전적으로 보더라도 이상한 결론이 아니다. 그러면 다시 이중슬릿 실험으로 돌아가 보자. 측정 장치로 전자를 측정하지 않으면 전자는 어떤 상호작용도 없으므로 전자는 명확한 속도와 운동량을 가져야 한다. 그러면 이중 슬릿실험에서도 전자의 움직임을 모두 예측할 수 있고, 그 결과로 입자특성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고 파동 특성인 간섭무늬가 나타난다.


결국 측정하지 않을 때에도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고전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아무튼 위치와 운동량은 거시적인 측정 장치에서 관측되는 고전적인 개념이며 이 개념을 미시 세계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지는 명확하지 않다. 희한한 점은 위치와 운동량 각각은 명확하게 측정되지만 동시에 측정할 때 불확실성이 나타난다. 또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할 수 없다는 것은 입자의 운동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는 뜻으로, 지금까지 물리학을 지배해온 결정론은 위기를 맞는다.


그러면 두 가지로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먼저 전자는 측정 장치와 무관하게 비결정론적으로 랜덤하거나 운동하거나 아니면 아직까지 우리가 모르는 어떤 변수(숨은 변수)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이젠베르크는 측정할 수 없는 숨은 변수에 대한 설명을 거부한다. 그에 따르면 불확실성의 원리가 인간이 측정(경험)할 수 있는 ‘최종적인’ 한계이며, 그리고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없는 것에 대해 그 기저에 인과론적인 진실이 있다고 가정하는 것은 ‘형이 상학(metaphysics)일 뿐이라고 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이 자연을 인식할 수 있는 한계가 불확실성의 원리이며, 그 이상 인식하고자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인식과 무관한 객관적인 자연이 존재한다는 설명을 반박할 수 는 없다. 이것을 부정하기 위한 유일한 종착지는 측정되지 않는 것(경험하지 않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경험주의, 실증주의). 하이젠베르크는 이 입장을 고수한다. 그래서 전자의 운동은 비결정론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전자운동에 대한 정확한 지식의 부족이라는 의미에서 불확실성이라는 용어 보다는 대신 결코 결정할 수 없는, 즉 비-결정성(indeterminism)의 원리라고 불리는 것을 선호하며, 그것은 자연현상은 근본적으로 완전한 우연에 의해 지배한다고 주장한다.


불확실성 원리는 과학자들로부터 새로운 발견을 이끌어 내게 한다. 이 원리의 진리성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렇다고 불확실성 원리가 자연이 완전한 우연에 지배받는다는 것을 설명하는 법칙은 아니다. 그런 해석은 변증법을 거부한 물리학자의 해석일 뿐이다. 만약 전자의 운동을 변증법적으로 이해한다면, 입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입자의 운동이란 위치의 부정을 말한다. 변증법에 따르면 입자가 운동 중에 있을 때는 입자의 움직이는 경로는 존재하지만 어떤 특정위치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이젠베르크가 혼란에 빠진 이유는 비변증법적으로 전자의 운동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며, 그 결과로 특정 시간에 특정위치에서 입자를 찾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하이젠베르크는 결국 전자가 움직이는 “경로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식의 비 실재론으로 치닫고 신비주의에 빠지게 된다. (다음에 계속)


(*) 비 결정론적(indeterminism)이라는 뜻과 명확하게 구별하기 위해서 이 글에서는 불확정성의 원리 보다  불확실성의 원리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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