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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렁 울렁(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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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07/03/06
    말도 안되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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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07/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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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07/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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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2007/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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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2007/02/07
    요새(9)
    벼루집

울렁 울렁

 

말도 안 되는 스케줄도 시간이 지나면 끝이 난다는 걸

알게 해준 한 주가 지나가고 있다.

천하에 쓸데 없는 강의안, 계획서 따위를 만들고 인쇄하느라

tex을 치고 아까운 A4 용지를 수십장 까먹기도 했다.

 

아무튼 느긋한 토요일 오후.

연우 보다는 우리를 위해서 산 도미노 중에서 스무 개쯤 꺼내서

어떻게든지 연우의 방해를 무릅쓰고 종을 울리려 애쓰고 있던 중이었다.

 

옆집, 아니면 윗집에서 갑자기 머리로 생각할 새 없이도

가슴을 먼저 울렁 울렁하게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와 여자 목소리인데 한쪽은 겁에 질려서 비명 지르면서 비는 소리,

한 쪽은  다른 사람을 공포에 몰아 넣는 목소리. (잘 묘사를 못하겠다.

사람마다 다르겠지..)

튕겨 일어나 주변을 살펴 보니 바로 우리 옆집 404호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 집 현관 앞에 가 보니

여자 목소리는 그 집에 사는 중학교 다니는 여자애가 내는 소리였다.

현관 앞에 서 있는 나에게 전해오는 겁에 질린 목소리.

 

" 제발 그러지 마요.."

 

내장이 밖으로 나올 것 같았다.

 

참지 못하고 현관 문을 주먹으로 쾅쾅 두들기고

ZL한테 나오라고 해서 다 들리게끔

" 안에서 막 죽는 소리 났어. 신고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어쩌구 큰 소리로 말하고 관리실에 가서 물어 봤다.

(그 집에 어른 드나드는걸 못 봤고 그 여학생과

대학생 정도 돼 보이는 남자애들 둘만 봤기에

걱정이 말도 못하게 됐다.)

 

아저씨는

" 그 집, 굉장히 점잖은 사람들이 사는 집이라

그런 소리 날 리가 없는데...

*** 상무인 아버지하고 어디서 어린이 집 하는 어머니랑

(이게 점잖다는 근거인가 보다)

아들들은 기숙사 살아서 주말에만 왔다 갔다 하고

딸만 같이 사는디."

라 한다.

 

남자 소리는 그 애 아빠였나 본데

참 이상한게 처음에 그 소음을 들었을 때는

분명 성인 남녀 간에 나는 소리 같았던 거다.

보통 아빠가 화를 폭발하는 상황이라면

--이것도 토할 것 같긴 마찬가지 이지만--

막 큰 목소리로 야단치고 애는

잘못했어요, 앞으로 잘 할께요. 안 그럴께요 등등

이런 소리가 들려야 할 것 같은데.

 

그 뒤론 조용하다.

 

계속 속이 울렁 울렁하고

철렁 내려 앉은 가슴이 진정이 되질 않았다.

부모같이 어린 자식한테 전권을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온통 폭력이 넘쳐나는 세상에 절대적인 공포란 걸

부모를 통해서 먼저 경험하는구나.

만일 내 맘 속 깊은 곳의 의심처럼

(반복되는) 성폭력 같은게 있었다면.

 

사람들에게 있는 어두운 그림자, 파괴적인 모습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양면이라고

자기 안에 그런 부분을 수긍하고 다독여 가야

성숙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내 안에 들어 있는 작은 사람은

그런 모습을 대면하는 걸 정말 힘들어 한다.

그래서  오늘 오후의 사건이 구체적인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앎을 넘어서서  나의 감정적인 근간을 흔드는 것 같다.

이건 내 문제고.

 

아무튼  저녁에 놀러온 슈아한테 얘기하고서 좀 진정이 되었다.

내 마음이 하도 멀미가 나서 미처 생각지도 못했는데

슈아 말대로

그 여학생이 정말 도움이 절실한지

엘레베이터에 타고 내리는 걸 잘 봐두었다가

말을 걸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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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되는

스케줄이 잡혀 있다. 내일 안성에 갔다가 밤에 광주로? 그리고 다음 날 아침 8시 반에 본관에 집결? 나 참 기가 막혀서... 무엇보다 기가 막힌건 지금 포스팅 하고 있는 당신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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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 안에 책 사기

 

 

연우 없을 때는 연구소가 딱히 출근도장 찍는 곳은 아니니까

날씨가 우중충하거나 몸이 찌뿌둥 하면 집에서 공부하기도 하고

휴일이란 개념이 별로 없었다.

이제는 확실하지.

휴일=이모가 안 오는 날 이니까.

 

수요일에 연세대 갔다가 지하철역 근처에

서점이 하나 있는 걸 발견했다.

연구소 복지카드를 이렇게 저렇게 궁리해봐도

안 받아주는 곳도 많고 책 사는게 결국 제일 맘 편한 일이란

결론을 내린 후론 석달에 15만원씩 쓸수 있는 건

주로  책 사는데 쓴다.

아, 지난 번에 ZL 농구공도 사 버렸구나.

 

복지카드로 사면 꼭 공짜로 무한정 살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슬프게도

몇 번 기분 냈다 싶으면 끝나 버린다.

당연한 일인데그럴 때마다 꼭 속은 것 같다.

 

맨날 알라딘으로만 사다가 서점에 들어가서

보고 싶은 대로 딱딱 사는 재미도 쏠쏠하다.

아무튼 이미 여섯시 반까지 집에 들어가긴

십분정도 늦은 시간이었지만 갑자기 이십여분 혼자 타고 갈

지하철안이 못 견디게 지루하게 느껴져서

서점에 들어갔다. 

좋아쓰~ 이제 이분안에 책을 골라 나오는 거야...

문 앞 잡지 코너에 사람이 몰려 있어

길을 뚫고 지나가는데 벌써 일분 소요.

계산하는데 한 삼십초 걸린다 치면 이제 눈에 들어오는 거

아무거나 사야하는 스릴 넘치는 순간이다.

마침 열린 책 출판사에서 내는 소설이 꽂혀있는 코너였다.

아이쿠, '연애 소설 읽는 노인' 이 있구나, 일단 뽑아 들고

돌아가려는데 고개를 드니 엉뚱한 자리에

'틸리히 사상과 생애' 란 책이 있다.

이거? 저거? 망설일 시간이 없다, 이젠.

둘 다 들고 계산대로 갔다.

 

 

연애 소설 읽는 노인은  지하철 안에서랑

집에 와서 화장실 문 걸어두고 변기에 앉아서 다 봐버렸고

틸리히는 .... 잘 못 산 것 같다.  70년대에 나온 비슷한 제목의

책인 줄 알았던 거지.   물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표지도 칙칙하고 연우도 거들떠도 안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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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운세

란 게 있다면 동북쪽에 가면

먹는 것에 관해선 일진이 안 좋다고 나왔을 것이다.

 

이번 주부터 ZL과 번갈아 늦게 오기로 했다.

지난 일년간 세식구가 (거의) 항상 저녁을 같이 먹는 호사를 누렸는데

이제는 그 기쁨을 잠시 보류하려고 하는 것이다.

우선 적응기로 월 , 화요일 저녁은 혼자 지키고

수요일엔 같이 저녁을 먹고 다시 목, 금요일은 번갈아 오기로 했는데

오늘은 이모가 어머니 이차 수술한다고 오후에 오신다 해서

점심까진 아빠가 연우를 보기로 하고 내가 일찍 들어가기로 했다.

 

아침에도 좀 늦게 출발해서  연구실 책상에 앉으니 열한시.

그래, 이제부터 점심시간도 아끼는 거야,

이동시간 각각 한시간에 점심시간까지 즐겨버리면 안돼지. 안돼.

오늘은 사과를 싸 가지고 왔으니 이따가 크로네에 가서 고구마 샌드위치를

사다 먹자.

(크로네는 연구소 옆 건물 1층에 있는 그렇고 그런 레스토랑이다.)

 

오호,  벌써 한시 반이잖아? 그럼 샌드위치 사러 가 볼까.

크로네 입구는 널찍하니 보통은 엘렌 머피 김 갤러리란 곳에서

전시물을 가져다가 전시하는데 오늘은 썰렁하니 암 것도 없다.

아니, 그런데 이 레스토랑이 비싸고 맛없긴 했지만 진짜 완전 철수 해버린 것이다.

기회다! 어차피 구내 식당은 문 닫은 시간이고

정말 정말 싫지만 컵라면 같은 불량한 걸 오랜만에 먹어 볼까~

또 다른 건물에 있는 매점으로 이동하여

꼼꼼이 글루타민산 나트륨, 모모 화학 조미 베이스, 농약을 무지 무지 살포하고

수입한다는 미국, 호주산 소맥등을 점검하고

다소 비싸지만 기름에 튀기지 않은 생생면이란 걸 샀다.

 

조리방법이 남다른데

먼저 끓는 물로 2-3분간 면을 퍼지게 한후 그 물을 따라 내 버리고

제대로 스프 넣고 물을 붓는 것이었다.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2분 30초후 바로 옆 화장실에 가서 물을 따르려고 했는데

오늘따라 청소 아주머니가 뭐 하시려는지 문을 딱 걸어 잠그고

안에서 물소리가 요란했다.

 

에이. 그냥 정수기  배수통에다 부어야지.

엉거주춤 숙이고 바께쓰에다 면 불린 물을 붓는데

면이 와르르 통으로 쏟아져 버렸다...

사실 와르르가 아니고, 아직 안 불었는지 덩어리 진 채

텅 하고 바께쓰 안으로 들어가버리고

라면 컵 안에는 서너가닥 만 남겨졌다.

 

월 수 금은 다과시간에 떡이 나온다, 세시 반에.

기다렸다가 그거 먹자, 그래. 꾹 참고 다시 연구에 몰두하자,

아니, 근데? ZL이 언제 내 외장형 하드에 프리즌 브레이크

(엄청 재밌는 미드)를 넣어놨지? 어차피 라면 먹으면 한 이십분

가니까 라면 먹는다 생각하고 보기로 했다.

이번 건 별로 재미없었지만 그냥 끄는건 예의가 아니니까

빨리 보기 단추를 클릭해 가면서 끝까지 채웠다.

 

다과시간에 떡이 안 나오고

트랜스 지방으로 가득판

페스트리, 롤케잌, 치즈머핀 이딴게 나와서

이건 선택의 여지가 없는거얏

하면서 막 주워먹었다.

 

호오...

이런 걸로 한 바닥을 채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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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초 엿새

 

3월이 다음 주라는게 퍼뜩 생각이 나서 우울해졌다.

한 것도 없이 나이만 먹고 있구나

이런 죄송스런 마음이 들어서.

그런데 우리 나라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헤아려 오던 책력에 의하면

정월 하고도 초엿새니까 괜찮다.

조삼 모사의 위력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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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간단 설 연휴 정리

우띠... 두 바닥 넘게 쓴 설 명절 관련 포스팅이

누가 찾아 와서 얘기하는 동안

노트북이 꺼지면서 날아가 버렸다.

그래서 초간단 정리를 하자면

0. 엄청 길고 긴 연휴였다.

1. 목요일 저녁 이후 엿새만에 혼자 있는 시간을 얻었다.

2.어머니가 다리를 다치셔서 시댁, 병원, 친정을 오가며 보냈다.

3.작은 집 아이들까지 아이 셋을 보다가 몸살 났다.

(너네 엄마, 아빠랑 이제 안 놀거야!)

4. 연우가 분리 불안이 왔다가 집에 오니 좀 괜찮다.

(그랬지? 갔지? 와 같이 '찌' 소리가 포착되면 득달같이

와서 '찌찌?' 하고 안 주면 서럽게 우는 증세 + 잘 놀다가

엄마, 아빠 얼굴만 보이면 울어버리는 증세)

 

누가 나를 들었다가 엿새후에 이 자리로 내동댕이 친것 같다...

내 시간 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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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찌

 

요새 연우가 나를 향해서 하는 말의 대부분은

찌찌?

이다.

그러면 나는

아니, 찌찌 이따가~ 밤에 잘 때만.

대답해준다.

일요일에는 이런 식의 대화가 한 스무번 있었나?

부작용도 있다.

ZL이 나한테

'우리 점심 지금 먹을까?' 해서 '아니, 이따가 먹자' 그랬더니

혼자 블럭 가지고 노는데 푹 빠져 있는 줄 알았던 연우가

고개를 반딱 들고서 

'찌찌?'

이런다.

 

그저께 밤에는 열한시쯤 갑자기 자지러지게 울어서

달래주러 갔더니 엉금 엉금 내 등 뒤로 기어와선

업어달랜다.

몇분 업어주고 내려서 재우려 했더니 이번엔 대성 통곡이다.

찌~찌~ 우와와앙

 

오늘 새벽에는 혼자 깨선 잠시 뒹굴거리다가

손가락으로 내 눈을 찔러 본다.

꿋꿋이 자는 척 했더니 이번에 배 위로 올라타선 발을 구른다.

으으윽, 장 파열할 것 같지만 참았더니

드디어 포기하곤 혼자 등 돌리고 누워서 잠이 들었다. 아싸~

그런데 화장실이 너무 너무 가고 싶어서 슬그머니 일어난게 실수.

엄마가 깼다는 걸 알고서 난리가 났다.

다시 들어와서 자는 척 했지만 통할리가 없다.

찌찌? 찌찌? 하면서

내 왼쪽 오른쪽으로 넘어 갔다 넘어 오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래도 원하는 걸 얘기하는 걸 보니

이제 나도 원하는 걸 얘기해줘도 되겠다.

연우야, 찌찌는 밤에 한 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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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내기

 

 

지난 포스트 제목이 '기운이 없어요' 이다 보니 나도 내 블로그에 들어오기가 싫어진다.

그래도 좀 과장스럽게 이래서 저래서 기운이 없다고 쓰고 보니

머 어떻게든 되겠지 싶고  일이 어떻게 풀려도 나름대로 좋은 구석은 있지 않을까 싶다.

 

오늘  HHJ 씨가

드디어 같이 하던 문제가 간단치 않다는데 동의하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적어도 서로 동의는 했으니까 다행이다.

 

HK대학이  4월 임용 계획으로 공고를 냈다는 걸 직원과 통화해서 알게 됐다.

이것도 다행.

 

연구소에 이번 달 말까지 안식년으로 와 계신

K 선생님과 같이 차를 마셨다.

아~ 너무 외모를 밝히면 안 되는데..

선생님은 진짜 미인이시다. 

얘기 들으면서 예쁜 이마 안에 컴퓨터 두뇌가 숨겨져 있는 걸 알았다.

나를 위로해주실 목적으로 만나자고 하신 것인데

도란 도란 이야기 나누면서 보니 어쩐지 나하고

주파수가 비슷한 구석이 있는 분이시다!

(으뜸 미모는 빼자면 말이다...)

선생님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것이

한 껏 냉소적으로 뻗어가려는 요즘의 나한테 적절한 처방전이 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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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이 없어요.

schua님의 [자리] 에 관련된 글.

지난 토요일엔 하루에 고속열차를 타고 700km를 왔다 갔다 하고

일요일에도 잘 쉬지 않았더니 이번 주는 계속  한 발만 더 나가면 감기

인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게 기초 체력이 떨어진 걸 말해 주는거겠지?

 

실은 몸이 찌뿌둥 하단 핑계를 대고 숨고 싶은 날들이란게 솔직한 얘기다.

아이랑 놀아줄때도 입만 웃고 있고 돌아서면 얼굴이 어두워지지 않았을까 싶다.

아이들은 부모의 모든 몸짓 언어를 기가 막히게 포착한다니까 연우를 속일 순 없었겠지.

이럴 때 아이에게 이중 메세지를 주는 것 보다는

"엄마가 오늘 기분이 팔랑 팔랑 하지는 않구나. 조용히 있고 싶어" 하라고 했던가?

 

우선 올 가을부터 거취를 찾아야 하는 당면한 문제가 있고

정말 영양가 없는 '원서 쓰기+ 계획서 쓰기'로 보낸 시간이

최근에 많았다.

 

지금  기분이 저조한 직접적인 이유는 

상하이 다녀와서 의욕적으로 공부해봤던 주제안에서

 할만하고 의미있는 문제거리를 찾기 어려울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이다.

물론 당장 문제를 찾으려고 세미나를 시작한 건 아니었고 이 쪽에서 주로 쓰는

툴을 익혀보려고 했던건데   애초 Allexandre의 강의 노트에 기대했던 내용이 알고보니

빠져 있어서 세미나 후반으로 갈수록 시들해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년에 교정보면서 조금씩 새로운 계산을 덧 붙인 것 빼고는

새로이 착수한 논문이 없는게 마음을 무겁게한다.  이런 저런 시도는 해봤지만

이제는  그냥 논문을 위한 논문이라고 생각되는 문제들은 제끼게 되고

의미있겠다 싶은 문제는 누군가 멘토없이 착수하기엔 겁이 나고 그랬다.

겁이 난다는건, 새로운 걸 시도해보기에 물리적인 시간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   꼭 하고 싶은게 있는데 아이보느라 못하는 상황이라는게 아니라

꼭 하고 싶은 단계로 접어들기까지 모색하는 시간을 낼 엄두를 못 내고 있단 말이다.

그 왜 큰 독에 물 부으면서 나중에 밑에 깨진 구멍도 발견하고 옆에 다른 독으로 물을

옮기기도 하고 그런 시간,

이젠 이거 말고 달리 할 수 있는 일도 없는 사람이 되버려서

요즘같은 이유로 기분이 저조할 땐 생활 전반이 근본 우울한 사람같이 여겨진다.

기분 전환으로 풀릴 문제가 아니니까.

푸우~ 그러나 역시 거취가 안정적이면 의욕이 특별히 솟아나는 날과 덜한 날 사이에서

잔잔한 파도만 있을 뿐 꾸준한 나날들일 것이다.

나란 사람의 큰 장점이자 단점이 꾸준하다는 거니까.

결국.

나에게 일자리를 주시오!

가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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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연우를 관찰 한 것 중에서 생각나는대로 적어보자.

 

이주간 할머니가 봐주시고 그제부터 다시 이모가 오셨다.

같이 식탁에 앉아서 아침을 먹고 있는데 현관에서 똑똑 하면서 이모가

발랄하고 우렁찬 목소리로 "연우야, 이모다~" 하고 들어오셨다.

이모 목소리 들릴 때부터 연우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온통 웃는 얼굴이 되었다.

그런데 이모가 막상 모습을 드러내고 바짝 얼굴을 들이대자

연우는 갑자기 고개를 돌리면서 약간 무안해서 화가 난 것 처럼 보이는

얼굴이 돼 버렸다.

푸하, 쑥스러웠나봐~

 

 

그리고 목소리가 두배로 커졌다.

작년 겨울부터 연우 또래 아이들과 그 부모를 같이 만나면서 내가 얻은 제일 큰 성과는

우리 딸이 씩씩한 기질이 있는 아이란 걸 알게 된 것 같다.

베이비위스퍼에 나와 있는 네가지 대표적인 기질 중에서

처음부터 '이건 아닐거야' 제껴놓았던 기질인데.

임신 막바지에 사서 읽으면서는 나랑 ZL이 씩씩한 성격과는 거리가 멀다는

자체 평가와 아무튼 씩씩한 베이비가 뭔지 통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비 논리적인 이유로 그랬고

신생아때는 대부분의 아이가  'I am not OK'  신호를 보낸다는데

우린 그걸 예민한 아이라고 지레 파악해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연우는 태어난 순간부터

진경맘이 미루에게 했다는 표현대로 소견이 뚜렷한 아이여서

젖먹을 때나 안아줄 때, 기저귀가 젖었을 때, 더울 때

하여간 자기랑 안 맞는 온갖 시간에 그렇게 싫다는 표시를 했나보다. 

그리고 더 솔직히 들여다본다면

나 자신은 자라면서 어른들이, 남자 아이들이 선호한다고 여겨지는

'귀엽고 깜찍하고 작고 도와주고 싶은'  여자아이완 거리가 멀었음에도

그리고 우리는 연우가 짓는 '남자아이 같은 표정'에 열광했음에도

씩씩한 여자 아이란 그림이 그려지질 않았던 것이다.

아무튼 연우는 요새 목소리가 두배로 커져서 여기 저기 팔자 걸음으로

걸어다니다가 내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거라도 발견하면 그 방문 앞에

떡 하니 서서

'"엄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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