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었다

2009/11/27 17:07 잡기장

Eddie Martinez

[Eddie Martinez]

 

굉장히 오랜만에 낮시간 내내 집에 있었다. 그동안 계속 밖에 볼일이 있었거나, 딱히 그렇지 않아도 까페에 가서 있곤 했는데, 이제는 정말 돈도 떨어졌고 뭐 그래서 집에 있었다. 물론 어제처럼 기세좋게 신용카드를 긁으며 다음달에 내 인생은 내가 살아갈 것이 아닌 양 굴 수도 있었겠지만, 집에 있었다. 뭐 그런 생각도 있었다. 낮에 책 읽고 춤추고 나서 그림을 그리려고 하면 뭔가 다른데 쓰고 남은 에너지를 그림에 쓰게 된다는 생각. 뭐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니고, 어차피 낮에 읽는 책들도 미술책들이긴 하지만, 뭐 어쨌든 오늘은 집에 있었다.

 

라디오를 켜놓고 그림을 계속 그렸다. 마구 종이와 캔버스등을 낭비하듯 작업을 하고 싶은 데 그러지 못해서 좀 답답한 기분을 느꼈다. 그래도 낮에 집에서 작업하니 꽤 좋은 것 같다. 앞으로도 종종 그래야겠다. 이거 좋은것 같다. 다만 나도 치질이 생길까봐 좀 걱정이 된다. 책읽고 그림그리고.. 아무리 저녁때 춤을 춘다고 해도 앉아있는 시간이 비교도 안되게 훨씬 길어서 조금씩 그렇게 될 것만같다.  큰 작업을 하면 계속 서있을 텐데.. 라고 생각하면서 여건이 안된다는 생각때문인지 괜히 막 100호 넘어가는 작업을 하고 싶어졌다.

 

[Andy Warhol]

 

아침에 예전 핸드폰 고지서가 오는 이메일을 엄마 회사꺼로 바꿨다. 의외로 간단히 해결되었다. 이제 그 고지서도 안 받게 될 걸 생각하니 또 한번 좀 휴 한다. 하지만 또 그것 때문에 어제 밤부터 해결을 한 오늘 아침이후까지로 부모생각을 했다. 요즘에 계속 그래도 예전처럼 가라앉지는 않는다-라는 말을 많이 하는 데, 우울해지는 것까지 부정할 수는 없다. 그래서 또 그 모든 사건들을, 감정들을 또 다시 직면하기 위해, 혹은 조금이라도 해방되기 위해서 나는 그림을 좀 그렸다. 아 돈이 없으니 좀 마음이 답답하다.

 

 

지원한 까페알바는 연락이 없다. 역시 나이/경력등이 일 부려먹기에 부담스러웠던 걸까. 아니면 까페알바경험이 거의없어서 그런걸까. 아니면 그냥 아직 지원자들 중에 고르는 중일까. 돈이 없어서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 데... 역시나 다시 영어를 해야하나 하는 생각도 들고. 진심으로 복권이 당첨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평생 모르고 살았던 어떤 노인네가 죽으면서 나에게 재산을 물려줬으면 한다. 좀 편하게 습작들을 내다 팔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나도 길에다가 돗자리 깔고 그림 팔기를 해볼까 싶기도 하고.. 근데 추운데 ㅎㅎㅎ  이번 달에 돈을 주면야 다행이긴 한데, 사실 매달 이럴 걸 생각하니 갑갑하기도 하고.. 아닌가.. 분열한다!!!

 

아 진심 누가 작업만 열심히 하라면서 돈뭉치를 팍팍 쥐어주면 좋겠다. 근데 막 요새 옛날 화가들 책을 읽어보니까 그 사람들도 작품 팔아먹고 살기까지는 보통 꽤 걸리더라. 아 뭐 나도 그렇겠지. 그래도 돈 좀 주면 좋겠다 누가. 대체 누가!!

 

 

[Francis Bacon]

스펠링 맞나 ? 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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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7 17:07 2009/11/2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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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안  2009/11/30 22: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francis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