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23

2010/04/23 00:40 잡기장

올해는 이별이 참 많은 해다. 4월달도 조금있으면 가니까, 상반기가 가고 있는 셈이다.

 

우울증은 이별을 잘 해내지 못하면 생긴다고 했다. 그래서 감정 하나하나를 허투루 보내지 않고 하나씩 다 느껴주고 가려니까, 지금 만큼은 참 괴롭다.

 

 

창밖을 보다가, 이별이 많으니까 만남도 많을거라고 생각했다. 이별하고 떠난 것들이 남긴 자리만큼 뭔가가 또 와서 들어차겠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정말 마치 오랜 연인과의 이별처럼, 부모와의 이별처럼, 가슴 한 쪽이 훅 내려앉는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그렇다. 너무나 확연히 옳은 결정이라,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결정이라 더 그런지도 모른다.

 

 

엄마와 한 지붕 아래 있지 않아도 되기 시작한 날에 나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절대로 뒤돌아보지 않으리라. 절대로 이런 상황을 다시 만들지 않으리라. 절대로 흔들리지 않으리라. 간절하고 지나치게 비장하기까지 했던 그 결심들이 지금 떠오른다.

 

이번 이별은 어쩌면 부모가 기른 나와의 이별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 일부와의 이별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살지말자 그렇게 살지 말자 그렇게 말만 하다가 처음으로 하는 실천인지도 모른다.

 

 

 

생각보다 꽤 오랜시간 동안 나를 증명해주고, 지탱해주고, 설명해주고, 전능감에 한껏 도취되게 해주었던.

 

 

솔직히 망설임은 없다. 준비가 되었으니까.

 

그런데 그냥 떠나보내는 중이라서, 그게 허전해서 공허해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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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3 00:40 2010/04/23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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