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4/07

2010/04/07 21:12 잡기장

우울증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속으로 다들 다른 생각들을 하겠지.

 

그래서 참 말하기 어렵다.

 

 

 

내 상태가 제일 티가 날 때는 내가 춤을 출 때이다. 이제 1년이 넘게 거의 매일 해오고 있는 운동, 그 일상이 내 상태로 인해 뒤틀어질 때, 그 때가 제일 티가 많이 날 때이다. 그래서 춤추는 곳에서는 숨기기가 어렵다. 나의 표정, 행동 이런것들을 사람들이 금새 알아채곤 한다. 하지만 나는 그곳의 아무에게도 나의 우울증에 대해 자세히 밝힌 적은 없다. 사람들이 그것에 너무 의식해서 챙겨준다거나 혹은 어쩔줄 모르거나 억지로 기분을 업시키려고 한다거나 할까봐 그런 것도 있고, 그냥 폐 끼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괴롭다.

 

요며칠은 새로운 안무를 머리에 넣지 못했다. 우울증에 수반되는 각종 아픔들, 두통이나 근육통 같은 것으로 인해 평소에 잘 하던 것들도 잘해낼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고맙게도 일주일이 넘게 나에게 괜찮냐고 물어봐주고 아픈 곳이 있다고만 하면 마사지도 해주겠다고들 하지만, 모르겠다. 그냥 말할 수도 없고 말을 안하면 또 괜히 뭔가 미안한것도 같고 묘한 기분을 느낀다. 어쩔 때는 우울증이라고 말하면 관심도 더 받고 사랑도 더 받을까하는 유치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뭐 구리지만 그게 나다.

 

Edvard Munch

Ghosts. Family Scene

1920 Lithograph

 

2-3달 만에 만난 상담 선생님 께서는 내가 상담과의 이별을 애도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씀하셨다. 그게 내가 최근에 겪은 가장 큰 이별이며, 그것이 지금 나를 힘들게 하는 거라고 하셨다. 나에게는 친구들도 있고 그동안 길러진 힘도 있으니, 당분간은 버텨보라는 말씀도 하셨다. 본인은 요요처럼 언제든지 줄만 당기면 있는 곳에 있어주겠다는 고마운 말씀도, 선생님의 대체물로써 책도 한권 선물해주셨다.

 

죽고 싶은 욕구는 그 만큼의 잘살고 싶은 욕구라고 하셨다. 나는 그냥 답을 못찾겠다.

이렇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싸울것, 감내할것, 고통스러운것들이 많은데,

어째서 삶이 죽음보다 나을까.

이 질문에 만족할만한 답을 찾을 때까지 나는 한동안 더 힘들것 같다.

 

 

전과는 조금 다르지만, 나는 상담을 받던 모드로 돌아오려고 한다.

휴식이 필요하다.

사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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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07 21:12 2010/04/0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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