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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Mar.2013 :: 봄맞이는 비틀비틀 스카스카 :)

봄이 왔나보다 하고 한껏 들떠서 따뜻한 날씨를 즐겼다. 하지만 깜박한 것은 새로운 계절은 언제나 내 몸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 환절기는 왜이리 아픈 걸까. 봄을 맞이하기에는 너무 비틀비틀.

 

몸만 아프면 좋겠는데 마음도 좀 아프다. 어딘가 현실에 발 붙이지 못한 채로 떠다니는 기분이 든다. 일기를 쓰지도 않는다. 그 무엇도 기록하고 싶지 않다. 이 혼란을 글로 쓰려고 하면 자꾸 절망적인 말들만 내뱉게 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가볍게 페이스북에 이래저래 떠들어 대고, 그 것 또한 즐겁다.

 

최근들어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들과 연락을 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기분이 묘-하다. 그리고 신기하고, 보고싶다. 간만에 만난 예쁜이랑 앉아있는데 날 물끄러미 보다가 한마디 한다. '누나도 이제 늙었네.. 예전의 그 쩡열이 아니라 정열쯤?' 나쁜놈. 내가 이제 스무살이거든!! 하며 패악을 좀 부리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정말이야? 나 어쩌지? 예전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여전히 초조하고 혼란스럽다.

 

내 마음의 병은 놀아야 풀린다고 생각하니까, 놀러갔다. 베레언니의 페북을 보고 버닝과 썩스라니. 전철을 타고 가는 내내 두근두근 너무 떨리고 신나서 행복했다. 간만에 스팟으로 갔지만 아 뭔가 많이 달라졌다. 바가 늘어나고, 사람도 없고, 계단도 없고, 예거도 없어. 그래도 공연은 즐겁지만 아 왠지 예전만큼 눈물날 듯 짠하지 않아. 루나틱이 없어서 그런 걸꺼야 라고 혼자 중얼중얼. ENFP오빠들이 건네는 예거밤. 서른살언니가 쥐어주는 하이네켄.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다들 만났다 하하하) 아까 마셨던 맥주로는 간의 기별도 안 갔나보다. 예거는 참.. 하하... 기다렸던 썩스터프는 뭔가 좀 아쉬웠고, 버닝과 순서가 바뀌었던 바로 그 팀...은 신났다. 하이네켄을 흡입하고 달려들어가 스캥킹을 시작했지만 아 물배가 아프다. 게다가 한 곡이상 뛸수가 없다. 그치만 이야 신난다. 신난다. 정말 신난다.

열 넷, 아니 열 셋, 태어나 처음으로 클럽이란 곳에 갔었고, 홍대 놀이터가 어디예요? 하고 물어봐가며 겨우 찾았던 게 스팟이었다. 뭔가 앞에서 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호준오빠 앞에 자리를 잡았다. 슬램무리에 휩쓸리지 않게 조심조심하며 그냥 모든 게 다 너무 행복해서 가만히 있었다.  저 음악들이 내 눈앞에서 연주되고 있다는 것이, 처음 마주한 이 세계가 너무 가슴 벅찼다. 그렇게 정말 열심히 놀았었다. 공연을 보는 게 가장 행복한 일이었고, 내 유일한 놀이였다. 어느덧 그렇게 만나게 된 사람들, 그렇게 알게 된 음악들이 내 세상을 조금씩 채워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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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선을 다해 공연보러 다니던 그 때, 스팟 포스터는 대강 다 예뻤다. 그리고 슬모스라고 줄여부르던 공연시리즈는 몽키글로벌 밴드들이 늘 나와 참 행복했었다. 아 저게 당연한 줄 알았다ㅋㅋㅋㅋ

 

 

가장 중요한 건 공연이었고, 핫 플레이스는 홍대 놀이터, 가장 흥겨운 건 스캥킹, 뭐 이런 식이었다. 그치만 그 때처럼 공연내내 서서 뛰놀수가 없었다. 한팀 이상이 힘들었던 건 2010년쯤부터인 것 같은데, (몇 년간 유일하게 봤던 루나틱 공연은 뛰다 말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듣는데 집중했었다.) 아, 이제는 한곡 이상이 너무너무 힘들다. 뭔가 우울해졌다. 하루 지난 오늘은 하반신이 마비된 채로 걷지를 못한다. 발목은 왜 아픈 걸까 허허.. 레이지본 공연에서는 이렇게 나자빠질 시간이 없는데.. 모조리 느끼고 즐기고 와야하니 운동을 해야겠다. 남은 2주라도! :( 

 

+ 아 그래도 뭔가 자아존중감이 회복되었다. 아주 조금. 조금 부끄럽기도 하지만, 조금 속상하고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냥 좀 내가 뿌듯해서 칭찬해달라고 으쓱거렸다. 문제는 회복된 게 한 5쯤 된다면 데미지는 한 4.... 으으 1밖에 안 남았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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