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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20일 ·
Gbus tv에서 갑자기 walk the moon 소개가 짧게 스쳐갔다. 깜짝이야! 2012년 겨울, 요괴소년 호야에서 혼자 술을 마시던 그런 날이 있었다. 호야의 벽에 빔으로 틀어놓는 뮤비를 멍하니 보고 있었다. 재밌는 뮤비가 나와 이름을 물어 집에 와 찾아 들었다.
그 무렵 운전면허를 따러 다녔다. 겨울도 시험장도 추웠다. 부천에서 인천을 오가며 노래를 참 많이 들었다. 운전면허는 힘들었다. 그 당시의 마음도 머리도 힘들었다.
2012년 겨울을 보면 밴드이름을 넣으면 비슷한 밴드를 마인드맵으로 보여주은 앱을 다운받았고, 악틱을 입력했을 때 뻗어나오던 밴드들을 찾아 듣고 있었다. 쿡스, 프란츠 퍼디난드, 블록파티, 리버틴즈까지가 멜론 2012 11월 가장 많이 들은 내역에 남아있다.(내역을 보면 그 해 9월에는 AAR, NFG, Simple plan같은 옛노래를 다시 듣고 있었다. 웃긴건 10월엔 14살에 좋아하던 힙합들이다. 과거 회귀 기간이었나?) 그 와중에 Walk the moon은 내가 처음 좋아한 뾰뵤뵹한 음악이었다.
꿀꿀한 일요일 아침부터 예상치 못한 곳에서 walk the moon을 보고, next in line을 들으니 그때 소사의 우리 동네도, 사라져버린 홍대의 요괴소년 호야도, 말할 수 없는 많은 것들도 마구 머릿속을 스쳐갔다.
호야에서 더 뻗어나간 기억선에 서교동 나다의 우리들도 스쳐갔다. 못되쳐먹었던 우리들ㅋㅋㅋ 이야기하고 놀고 싸우고 미워하고 술마시고 담배피고 웃고 떠들던. KMC와 미니스탑도.
그때 초등부 강좌를 듣던 사람이 고딩이 되어 나다에 와 그때의 나를 기억한다 말할 때의 민망함과 흐른 시간에 대한 놀라움도 떠오른다.
서교동에서 나아가니 지금 나다에서 시작되고 있을 초등 일상강좌도 떠오른다. 특강에서 만나 또 찾아와주는 친구들. 낮에 시작될 나다wom 회의에 찾아올 애들도. 어제 마신 술이 꿈틀거리는 뱃속도. 노래로 생각을 시작하면 기억은 늘 뻗어간다. 주절주절 말이 안멈출 정도로ㅡ 멍하니 앉아 블로그에 근황과 머릿속을 털어내고 싶어졌다.
2015년 9월 9일 ·
소녀팬이라며 부끄러움 없이 뛰어다니던 그 때에 대한 글을 썼다. 부끄러운 짓이 한둘이 아니다. 이불킥 백번감이지 정말. 그럼에도 쓰다보니 고맙고 따뜻하다. 그래서 머신카페에 한줄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왔다. 머신크루가 아니더라도 셭뤂 사람들도, 베레언니도 다들 다정했다. 정말.
그 글에는 자비로운 효드럼이 돈없는 청소년인 나를 가엾이 여겨 게스트로 넣어줬던 이야기도 적었다. 팬을 게스트로 넣어준다고 혼났던 것도. 내 앞에서 그 말을 했던 건 참 나빴다. 나 그래도 성실한 관객이었는데. 내가 진짜 돈이 없고, 어려서 얼마나 창피하고 부끄러웠는데!
글을 쓰려고 떨리는 손으로 싸이에 들어가 흑역사를 열어보니 성균오빠가 뜬금없이 네이트온으로 나에게 '안 움직이면 살쪄 임마' 했던 것도 있고, 재영오빠가 인터뷰 취소됐다고 나에게 소리질렀다는 이야기도 있다. 효드럼의 담뱃재가 바람에 날려 내 등에 흩뿌려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날 부를 땐 야임마였지만 그래도 다정했던 루나틱이었어.
학교도 안다니고 친구도 자주 못 만나고 혼자 집에서 심심했던 15살 나를 다들 어리다고 무시도 안하고, 부끄러움 모른다고 싫어하지도 않고 참 잘해줬구나 싶다. 그래서 나는 그 때 즐겁게 맘껏 뛰어다닐 수 있었다. 고맙다고 직접 말하기는 언제나 부끄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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