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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을 보았다.

 큰아이하고 산책을 하다 예정없이 보게 되었다. 큰아이는 ‘캐러비언 해적’을, 난 ‘밀양’을. 작은아이가 어디 가고 없고 처는 출근해 일하고 있는데, 저녁에 집에 돌아올 작은 아이 돌 볼 생각도 안하고 영화표를 끊어버려 처한테서 한 소리 들었다. ‘치사하다’고.

칸에서 호평이 있다잖은가! 외국 영화제에서 무슨 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영화를 우리 같은 속물이 안 봐줄 수 없지. 그리고 세속적이고 평범한 노총각 역을 한 송강호가 남편을 잃은 전도연에게 밀양, 즉 ‘비밀스런 햇볕’을 상징한다고 언론에서 들은 바 있어 이게 무슨 사랑인가(요새 두 사람 사이에 어떻게 사랑이 이루어지는가에 관심이 좀 있다) 호기심이 가던 터였다.

영화를 보는 중간 중간 그리고 영화를 보고 든 생각 하나! ‘칸’이 영화에 나오는 오늘날의 한국사회의 여러 현상, 즉 어린이 웅변학원, 독특한 한국의 개신교, 커피배달(지방에 아직도 이런 게 있나? 자신 못하겠다) 등을 제대로 이해하고 호평을 했을까 아니면 주제만을 따라갔을까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영화가 송강호의 전도연에 대한 어떤 독특한 사랑을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고, 그 사랑은 일상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세속의 삶의 한 구성요소로서 끌어들여진 것이었다. 

영화 내용을 이야기하긴 그렇고...

영화의 메시지? 구원은 ‘하늘’에 있는 게 아니라 여기 ‘세속’에 있다! 물론 내가 읽어낸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청준 원작(주인공이 아들을 유괴 살해한 유괴범을 신앙을 가지고서도 용서를 하지 못해 자살한단다)보다 영화로 각색된 이야기가 더 나은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영화의 결론, 즉 신앙속에서 용서를 하겠다고 찾아간 아들의 살해범이 자신은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용서를 할 수 없는 처지에 몰린(?!) 후 신앙을 멀리하고 정신병원까지 갔다 온 신애(전도연 분)가 남편과 아들의 상실을 딛고 정상적인 삶으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즉 구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암시를 주는 것들은?

첫째, 영화초반에 전도연과 사소한 불화를 겪는, 말실수가 잦은 동네가게 여주인과의 화해,

둘째, 전도연이 미장원에서 자신의 머리를 자르는 유괴범의 딸을 다시 만나 불편을 느끼는 것(이것은 약간 설명이 필요하다. 신의 장난 또는 운명, 즉 교통사고로 인한 남편과의 사별, 아무 죄 없는 아들의 유괴 및 피살 등의 피해자인 전도연을 가해자의 위치에 서게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이 아들 유괴자의 딸이다. 전도연은 이 딸이 사내아이들한테 맞고 있는 것을 유괴범의 딸이라는 이유로 외면했는데 영화끝에 예기치 않게 이 딸은 재등장한다. 정신병원을 나온 후 전도연이 머리를 자르러(정상적인 삶의 상징 혹은 개가의 상징?) 들어간 미장원에서 전도연의 머리를 자르는 이가 이 딸인데, 이 딸은 전도연의 머리를 자르면서 아버지의 죄를 대신해 눈물을 흘리면서 전도연을 불편하게 한다 - 전도연으로서는 아들의 살해자의 딸이어서 불편하고 그리고 종교를 통해 용서를 했다면서도 이 딸의 불행을 외면한 것 때문에 불편하다. 그래서 이 미장원으로 자신을 안내한 송강호와, 하늘에 대고 불만을 퍼붇는다).

셋째, 전도연이 머리를 자르면서 송강호에게 거울을 들게 한 것 등이다.

셋째 장면은 맨 마지막을 장식하는데 미장원에서 머리를 자르다 중간에 뛰쳐나온 전도연이 자신의 집 안마당에서 손수 거울을 앞에 두고 불편하게 머리를 자르고 있는데 송강호가 들어와서 거울을 들어주고, 신애는 그 거울을 보면 머리를 자르고 있는데 그 거울을 통해 작은 햇볕이 지저분한 마당 한 귀퉁이를 비춰준다.

원작 자체의 한계(이청준에겐 계급문제나 민족문제 등은 아예 안 보이는가? 구원이나 해방은 이런 것과 무관한 것인가?)를 딛고 세속의 삶을 주목하게 한 장점은 있지만 이창동의 이 영화 자체의 한계 또한 뚜렷하다. 영화적 주제의 선택이 사회의 근본적 문제를 다루고 있지 못하다.

배우의 연기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두 주연 다 잘 한 것 같다. 전도연이 쉽지 않은 신애의 역할을 잘 했다는 얘기는 많고 나도 뭐 대체로 동의가 된다. 그러나 송강호의 역할도 쉽지 않아 보인다. 속물스러워 보이는 송강호의 평소의 모습(전도연이 정신이상 징후를 보일 때 딱 한 번 다른 모습을 보였다)을 누가 송강호만큼 연기해 낼 수 있을까?

영상? 오늘날 한국사회의 자질구레한 측면을 잘 옮겨놓은 것 같고 영화의 제목이 제목이니만큼 햇볕에 신경을 많이 써 촬영을 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 영화 누가 많이 볼까 싶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어떤 아저씨 왈, "에이, 시간만 배렸네" 하고 나가버리는 것을 보면.

 

* 영화를 찬찬히 본다고 봤는데 워낙 예술작품 독해력이 떨어지는지라 잘못보고 잘못해석한 데가 많으리라 생각되지만 난생 처음 영화감상평을 써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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