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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념에 젖다.

MP3 Player 없이 하루를 지낸다는 것은 내게는 정말 고역이다. 일상에서의 소음이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아는 사람들은 내 말을 이해할 듯. 예전에도 한 번 언급한 적이 있었던 것 같긴 한데, 중학교 입학 선물로 워크맨을 선물받은 이후로는 등/하교, 야자시간, 출퇴근시간 따위의 혼자 있는 시간은 120% 늘 이어폰을 꽂고 다녔었다. (덕택에 청력이 상해 음향시설이 좋지 않은 극장에서 한국영화 보는 것은 거의 불가;;; 대사가 안들려!) 가사 따위는 이미 무시한 지 오래고, 가수의 음성과 멜로디에만 의지해 음악을 들어왔다. 한때는 마이클 잭슨에 빠져있었고, 고3때는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나왔던 'American Top40의 곡들을 모조로 녹음해서 들었으며, Smashing Pumpkins의 정규 앨범 전 음반은 음반 순서대로 전 곡 순서를 그대로 외운 나머지 마치 모든 곡이 하나로 이어진 듯한 착각까지 할 정도로 들었고, Keith Jarrett의 Koln Concert 실황 음반이 없으면 잠을 잘 수 없는데다 Gun's N Roses의 Estraged는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돌고래 꿈을 꿀 정도로 반복해서 들었다. Roy Buchanun의 The Messiah will come again은 들을 때 마다 내가 기타를 치고 있다는 환상(아... 대체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orz)까지 느껴질 때가 있다. 요즘 이 두 곡에 빠져있다. (아래 곡 듣기 클릭!) 나른한 목소리와 나른한 멜로디가 좋다. 그리고 더 좋은 것은, 곡을 들으면서 곡에 몰입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언젠가 동동이가 포스트에 썼던 만화 '쿨핫'의 대사와 정도는 다르지만, 언제 어디서 들어도 그 당시의 상황을 떠 올릴 수 있을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좋다. 그래서 잠깐 이런 저런 생각에 젖었다. 대단한 것들이 아니었기에 쓰는 동안 다 잊었다. -_-; 그래도 가끔 이렇게 편안하게 뭔가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는건 참 좋은 일이다. + 만화 [쿨핫]의 대사 다 그렇겠지만- 특히 노래같은 건, 그렇다. 처음 들었을 때의 주변 상황이 강한 이미지로 남은 경우- 나중에도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저절로 그 처음 순간이 생각나버리는 것이다... ... 많은 사람들이 많은 것들을 원하지만 원하는 것을 직접 손에 쥘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대신 사람들은 모든 종류의 [연관물]들을 원하게 되고... 상인들은 돈을 번다. 그런 걸 가져 봤자, 사실 그것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어도- [본체]와 어설프게나마 연관돼 있다는 것만으로도, 못내 사랑스럽고 탐이 나는 것이다. 그래서, 라디오에는 추억의 노래를 신청하는 엽서가 끊이지 않고- 자신에게 소중한 것으로부터 시작해서, 사람들은 자신의 세계를 넓힌다.


Lasse Lindh, C'mon Through
Fiona Apple, Across the Uni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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