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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과 분노

불량공주동거인님의 [차별받는 언니들] 에 관련된 글이라기 보다는 그냥 생각나서;;

한 여성이 "결혼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퇴사했어"라고 말할 때와 "'결혼하면 당연히 퇴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라고 말할 때, 첫 번째에서는 절망감을 느끼고, 두 번째에서는 분노를 느낀다.


중매 시장. 뭐 흔히 하는 말로 돈 많고 명 짧은(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이가 좀 있는) 사람이 하나 있다며 은근히 말을 건네시더니, 말은 은근했지만 그 뒤에 숨은 압력은 전혀 은근하지 않았다. -_- 안 나가겠다고 하면 친척들까지 다 동원할 기세였으니. (뭐..결국 귀찮아서 설득을 포기하신것 같지만) 내가 원래 좀 속물이라..전혀 유혹적이지 않았다고는 말 못하겠다. orz 돈 많은 배우자 만나 세상일 나몰라라 하고 살겠다면 욕이야 좀 먹겠지만 뭐 힘든 일도 아니고...라고 생각했었다는 의미다.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힘들겠더라. -_ㅜ) 나도 순간 등따시고 배부르게 살아볼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지만, 은근한 척 압력을 넣었던 부모님들도 마찬가지 생각이었나보다. 나를 뒤에 업고 좀 따뜻하게 살아보고 싶으신 욕심 같은 것 말이다. 뭐. 욕할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씁쓸한건 어쩔 수 없다. 언제부턴가 식탁에 내 자리가 없어졌고 언제부턴가 가족 대소사에 내가 함께하지 않게되면서 나는 명목상의 가족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터질때는 갑자기 가족의 존재를 새삼 느끼게 된다. 또 뭔가 딴 소리로 샜네;; 뭘 해도 남성이 디폴트값으로 설정되어 있는 사회에서 표준보다 못하다는 느낌을 받게 될때 참 열받고 분노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조건이라는데 더 절망하게 된다. 절망보다는 분노가 낫다. 차라리 분노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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