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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73회 – 여유로운 여름

 

 

 

1

 

읽는 라디오 문을 열었습니다.

반갑습니다, 들풀입니다.

 

요즘 저는 새벽 4시쯤 눈을 뜹니다.

그리고는 누운 상태에서 편안한 음악을 듣거나 간단한 명상을 하고

5시에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일어나서 물 한 잔을 마시고 용변을 보며 몸속까지 개운하게 비우고 나서

가볍게 산책을 나섭니다.

 

다니는 차도 별로 없고 사람도 거의 없고 불 켜진 집도 거의 없는 골목길을

여유롭게 걸어갑니다.

열대야 때문에 잠을 설쳤지만 새벽의 공기는 선선함을 안겨줘서

찌뿌둥해진 몸을 조금은 개운하게 해줍니다.

아직 해가 뜨지는 않았지만 서서히 밝아오는 하늘을 보며

새로운 하루를 보낼 에너지를 충전하기도 합니다.

 

30분 정도의 산책을 마치고나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 양치와 세수를 하고나면

아침 햇살이 비추기 시작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한여름의 햇살이 반가울 리는 없지만

그 순간만큼은 여유롭게 햇살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여름을 장악하고 있는 태양보다

한 발 앞서 시작하는 새벽은

참으로 여유롭습니다.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곳은 성민씨의 여름철 명당자리라고 합니다.

비닐하우스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일을 하다 나와서

커다란 팽나무 아래 평상에 앉아서 쉬고 있으면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서 너무 좋다네요.

가끔 사랑이도 데리고 오면

평상 위로 날름 올라가서

성민씨 옆에 편안하게 자리 잡고 앉는답니다.

 

이 사진과 사진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나니

너무 부러워서 질투가 나기도 하지만

저 자리에 제가 앉아있는 상상을 하니

마음이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여러분, 오늘은 저 자리에서 방송을 즐겨보시겠습니까?

 

 

 

3

 

하루 일을 마치고 여유롭게 TV를 보고 있는데

뜬금없이 몇 달 전에 있었던 불쾌한 일이 떠올랐습니다.

전혀 그럴 상황이 아니었는데도 갑자기 머릿속에 자리 잡은 생각은

스스로 상상의 날개를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불쾌했던 상대를 대상으로 고소고발을 하고

상대가 저를 맞고소하고

상대의 약점을 찾아내서 응징하고

또 다시 상대가 저의 약점을 공격하고

응원군을 보아서 상대에게 위력행사를 하고

상대도 그에 맞서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이런 식으로 혼자서 신나게 춤추는 생각이 불편해서

손뼉을 한번 쫙 쳤습니다.

잠시 생각이 멈추는가 했더니 곧 다시 날개를 펼치려하기에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요가를 했습니다.

30분 정도 땀을 흘리며 요가를 하는 동안에도

생각은 수시로 춤을 추려했지만

제 거친 호흡에 묻혀 점점 수그러들더군요.

 

땀을 흘린데다가 이른 저녁으로 인해 약간 출출하기도 해서

시원한 물에 미숫가루를 따서 마셨더니

몸과 마음이 아주 상쾌해지더군요.

그 사이에 머릿속에서 춤을 추던 생각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창밖으로는 서서히 해가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양양의 ‘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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