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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77회 – 뒷모습

 

 

 

1

 

읽는 라디오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들풀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르네 마그리트의 ‘금지된 재현’이라는 그림입니다.

한 남자가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는데 거울에는 그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그런데 그 느낌이 묘합니다.

그림의 제목이 ‘금지된 재현’인 것처럼 자신의 뒷모습을 바라본다는 것은 뭔가 해서는 안 될 짓을 하는 듯한 그런 느낌이랄까요.

 

이 그림을 보면서 생각해봤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그의 앞모습만이 아니라 뒷모습까지 보면서 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기를 좋아하지요.

그런데 정작 자신의 모습을 볼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가끔 거울을 보거나 셀카를 찍으며 자신의 앞모습을 확인하기는 하지만

거기에는 남들이 바라보는 제 모습이 남는 것이지 저와 대면한 제 모습은 아니거든요.

더군다나 남들은 자주 보지만 저는 볼 일이 거의 없는 제 뒷모습을 본다는 것은

뭔가 자신의 약점을 확인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또 생각해봤습니다.

‘거울에 비친 내 앞모습을 보며 오롯이 내 자신과 마주할 수 있을까?’

‘만약 내 뒷모습이 보인다면 거기에서는 무엇을 마주할까?’

음, 지금 제 뒷모습이 궁금해지네요.

 

 

2

 

저도 가끔은 누군가에게 저의 힘겨움을 얘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도움을 기대하거나 위로를 받으려는 마음이 아니라

그냥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는 답답한 마음을 얘기하면 좀 시원해질 것 같은 그런 생각이죠.

그런데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그런 얘기를 편하게 들어줄 사람이 없더라고요.

 

 

오래전에 블로그에 올렸던 글 중에 한 부분을 옮겨와 봤습니다.

아마 주위에 이런 분들이 많을 거예요, 저도 역시 그렇지만.

그럴 때 여러분은 어떻게 마음 속 답답함을 해소하시나요?

저는 코인노래방에 가서 혼자 콘서트를 하고나면 조금 시원해졌었는데

코로나국면 이후로는 그것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 대신 읽는 라디오를 통해서 제 얘기를 주절주절 늘어놓으며 저를 위로하고 있지요.

 

 

이 방송이 그런 언니 같은 존재가 됐으면 합니다.

저도 세상사는 게 힘들고 어렵지만

저랑 똑같이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그런 방송

그 하소연을 듣고 해줄 말이 별로 없어도

그냥 들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한 그런 방송이었으면 합니다.

 

 

예전에 정밀아의 ‘언니’라는 노래를 소개하면서 제가 남겼던 멘트입니다.

그 노래를 듣고 감정이 조금 올라온 상태에서 남겼던 멘트라 지금 다시 보니 조금 쑥스럽네요.

외롭고 힘든 사람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방송을 표방했지만 찾는 이가 별로 없는 방송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저는 이 방송을 통해서 원 없이 하소연을 늘어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렇게 1년 6개월을 뚜벅뚜벅 걸어왔더니 제 얘기에 귀 기울이는 법을 알게 됐습니다.

 

제가 거울 앞에 섰을 때

앞모습이 보일지

뒷모습이 보일지

옆모습이 보일지

아무 것도 안 보일지

모르겠지만

거울 속의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읽는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얻게 된 아주 큰 소득이지요.

 

 

3

 

청귤은 일반인들은 잘 구하지 못하는 몸에 좋은 약재로.. 말려서 썰어 차로 드시면 탈모와 혈액순환에, 피부미용에 효험이 있다 알려졌습니다.

며칠전 제주에도 비가 많이 왔던데 피해 없으신가요? 벼게의 평안도 빌겠습니다.

 

 

지난 방송에서 성민씨가 요즘하고 있는 감귤 열매솎기에 대해 얘기했었는데

득명님이 그 내용을 보시고 청귤로 활용해 보실 것은 제안해주셨네요.

그리고 ‘벼게의 평안’도 빌어주셔서 마음이 살짝 들썩이기도 했습니다.

 

득명님은 읽는 라디오 시즌2부터 8년째 꾸준히 찾아주시고 계신데요

무신한 듯 가끔 한마디씩 남겨주셔서 이곳이 무인도 아님을 확인해주고 계십니다.

그래서 이곳에도 사람의 온기가 느껴질 수 있다는 것도 확인해주고 계시기도 합니다.

 

오랜 기간 이 방송을 접해오셨으면

그동안의 부침과 변화들도 확인해 오셨을 텐데요

득명님은 읽는 라디오의 뒷모습이 어떤 모습으로 보였을지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여러분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을지도 궁금해집니다.

 

 

 

(찰리 정의 ‘Land Of W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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