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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79회 – 태풍을 앞에 두고 기분 좋아지는 법

 

 

 

1

 

읽는 라디오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일흔 아홉 번째 책장을 펼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들풀입니다.

 

‘기분 좋아지는 책’을 읽었습니다.

책 제목이 ‘기분 좋아지는 책’입니다.

유아용 그림책처럼 둥글둥글한 그림에 짧은 대화가 전부인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유아용 그림책을 보듯이 편안하게 봤습니다.

 

책의 내용은 그림만큼 단순했습니다.

인간의 생각과 감정들이 어떻게 생겨나고 움직이는지를 얘기하고 있었습니다.

심오한 내용을 담거나 진지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감정들의 움직임을 그냥 단순한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표현들이 너무 공감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내 머릿속에도 이런 생각들이 자리를 잡아서 힘들었었는데, 그것을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구나”하면서 공감하다보니 금방 내용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내 머릿속에서 생각들은 어떻게 움직이는지, 감정들은 어떻게 자라나는지, 걱정들은 어떻게 커지는지 하는 얘기들을 따라가면서 공감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공감과 사랑에 대한 얘기로 이어지고 그 얘기를 들으면서 위안을 얻다보면

희망에 대한 얘기로 너무도 기분 좋게 마무리를 합니다.

 

30분 만에 책 한 권을 다 읽고 났더니

제목처럼 정말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며칠 후에 기분이 조금 가라앉았을 때

또 다시 이 책을 펼쳐들어 그 얘기를 따라가다 보니

다시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정말로 신기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책에 나오는 한 부분입니다.

정성을 다해서 나무를 보살피면

그 나무가 자라서 나를 보살피는

공생관계라는 것을 얘기하는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보면서 저와 읽는 라디오의 관계가 이렇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더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읽는 라디오를 더 정성스럽게 진행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기 때문입니다.

 

 

2

 

예전의 신영복의 책을 읽다가 ‘대교약졸(大巧若拙)’이라는 말이 와 닿은 적이 있었습니다.

원래 노자에 나오는 말인데 ‘훌륭한 기교는 마치 서투른 듯하다’는 뜻입니다.

신영복은 이 말을 서도에 비유했습니다.

 

 

어린 아이로 되돌아가는 환동還童을 서도의 으뜸으로 칩니다.

어수룩함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자기도 그렇게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고 격려합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춘 최고의 예술입니다.

 

 

어린아이가 장난스럽게 써놓은 것처럼 편안하고 만만하게 보이는 글이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고 서로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앞에서 얘기했던 ‘기분 좋아지는 책’도 그랬습니다.

유치한 유아용 그림책처럼 성의 없이 그려놓은 것 같은 그림들이

편안하게 제 마음과 교감하면서 저를 무장해제 시켜버렸거든요.

 

사실 이 단순한 책 속에는 명상, 뇌과학, 힐링에세이 등에서 얘기하는 것들이 다 들어있었습니다.

단지 그것을 설명하려 드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서 교감하려고 했을 뿐이었습니다.

상대에게 가장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자신을 낮추면서 말이죠.

앞으로 읽는 라디오도 그렇게 진행하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3

 

엄청난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고 며칠 전부터 난리지만

사실 제가 있는 이곳에서는 아직 태풍에 대한 것들이 그리 실감이 되지 않습니다.

그저 언론에서 얘기하는 것들을 들으면서 ‘그렇구나’하는 정도지요.

하지만 남쪽지방에 계신 분들은 많이 다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남단 제주도에 살고 있는 분과 연결해서 현재 상황에 대한 얘기를 들어볼까 합니다.

 

제주에 계신 성민이 특파원

태풍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데요

현재 그곳 상황은 어떻습니까?

 

 

아, 예, 저는 제주시 애월읍에 살고 있는 성민이입니다.

그런데 특파원이라니요? 여기가 바다 건너 있는 곳이기는 하지만 외국은 아니잖아요, 하하하.

 

지금은 9월 4일 일요일 오전인데요

하늘에는 구름이 잔득 끼어있지만 비나 바람은 아직 없습니다..

단지 기온과 습도가 꽤 높아서 여름 장마철 같이 후덥지근한 날씹니다.

언론에서는 제주도에는 벌써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비와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하지만

비가 내렸다가 그쳤다가를 반복하는 것 말고는 아직 태풍의 영향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이 평온함이 폭풍전야의 평온함임을 알기 때문에

주변사람들이 많이 긴장하고는 있습니다.

저도 하우스 주변을 미리 점검하고 살펴보고는 있지만

엄청난 태풍이 온다고 해서 특별히 대비할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히려 언론의 설레발 때문에 심란해지는 마음을 다잡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태풍경로에 예민해지는데요

태풍이 이곳에서 멀리 떨어져서 지나가거나

가까이 지나더라도 태풍의 왼쪽에 놓이게 되길 바래봅니다.

하지만 그 얘기는 누군가 다른 쪽에 있는 사람들은 피해를 본다는 거잖아요.

그렇게 바란다고 태풍이 이곳을 피해가는 것은 아니지만

괜히 내가 살자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서 그런 바램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곳은 태풍에 워낙 이골이 난 지역이기 때문에

태풍이 오면 조금 긴장하면서 맞이합니다.

그리고 태풍이 몰아칠 때는 집안에서 가만히 태풍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릴 뿐입니다.

그렇게 태풍이 지나가고 피해가 있으면 복구를 하고 피해가 없으면 다시 일상을 살아갈 뿐이죠.

다음 번 방송이 나갈 때면 태풍이 지나고 난 후의 이곳 상황이 어떤 지에 대한 얘기를 들려드릴 수 있겠죠.

그때 다시 상황을 전해드리는 것으로 하고 이만 마치겠습니다.

이상, 태풍의 길목에서 특파원 성민이였습니다.

 

 

 

(Leonhard Roczek와 Herbert Schuch의 ‘Spiegel im Spiegel for Cello and Pi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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