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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82회 – 이 가을이 편안하지 않은 분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

 

 

 

1

 

읽는 라디오 불을 켜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들풀입니다.

 

태풍 소식과 함께 잠시 뜨거운 열기가 올라오더니

태풍이 물러가자마자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완연한 가을이라고 선언이라도 하는 듯한 요즘입니다.

그래서 괜히 마음이 살랑살랑 움직이게 되는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이 가을이 편하지만 않은 분들이 있습니다.

태풍 피해를 입으신 분들도 그럴 테고

이래저래 삶이 고단해서 고민에 휩싸여 있늠 분들도 그럴 테고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섬뜩하게 느껴지는 분들도 그럴 테고

지난 방송에서 보여준 성민씨도 그럴 테지요.

 

그래서 오늘 방송은 ‘이 가을이 편안하지 않은 분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로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이 작은 음악회에서 세상의 모든 고통과 고민을 담아낼 수는 없으니

그저 가까이에 있는 성민씨의 불편한 일상을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합니다.

그 위로의 손길이 누군가의 마음을 터치할 수 있다면 조금 더 멀리 나아갈 수 있겠죠.

 

오늘 음악회의 첫 곡은

이 가을 분위기를 오롯이 담아낼 수 있으면서

중년의 감수성까지 촉촉하게 적실 수 있는 곡으로 골라봤습니다.

요즘 삶이 편안하지지 못하더라도

이 노래를 듣는 순간만큼은 편안하게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광조가 부릅니다,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2

 

도시에 살면 건물에 막히고 생활에 쪼달려 하늘을 바라볼 일이 별로 없습니다. 시원 시원한 가을하늘 아래 팽나무 친구, 아니 팽나무 할머니 잘 뵙고 갑니다. 방송 감사합니다. ^^

 

 

지난 방송을 보시고 득명님이 흔적을 남겨주셨습니다.

성민씨가 조금은 심란한 마음을 전하면서 남겼던 가을풍경을 보며

득명님도 팍팍한 서울살이에서의 고단함을 잠시 위로받았는지도 모르겠네요.

학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고 계시는 득명님도

요즘 일하시던 학교를 옮기게 돼서 이래저래 마음이 불편하신 일이 많으실 텐데

오늘 이 음악회에서 득명님의 마음속에도 편안한 가을의 기운이 전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득명님, 성민씨 옆에 자리가 마련되어 있으니 편하게 즐기시기 바랍니다.

 

새로 오신 손님까지 맞이하면서 무슨 곡을 들려드릴까 고민하다가

이승윤의 노래를 골라봤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승윤은 마이너리티로 존재하다가 tv 경연프로그램에서 우승하면서 스타가 됐지만 아직도 마이너리티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가수입니다.

그래서 그의 노래에는 잘난 척 하는 것은 별로 없는데 엄청 치열해서 가을에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는 아닙니다.

말랑말랑한 가을을 살아가는 분들을 위한 자리가 아닌 만큼 조금은 치열한 노래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 선곡해봤습니다.

이승윤의 ‘폐허가 된다 해도’ 듣겠습니다.

 

 

 

 

 

 

3

 

얼마 전에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개의 죽음’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한국에서 개산업이 어떻게 번성하고 있고 그 실상은 어떤지를 적어놓은 책이었는데요

번식장에서 생산된 강아지들이 애견샵에서 팔려가고, 이런저런 이유로 버려져서 떠돌다가 보호소로 끌려가고, 마지막에는 개농장에서 고기로 팔려가는 과정들이 아주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서 이래저래 들어왔던 것들보다 훨씬 끔찍해서 몸서리가 쳐질 정도였습니다.

 

반려인구 천만시대이고 시장규모가 4조원을 넘는다는 이 사회에서 개들은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저는 반려견을 키우지 않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이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한 사람을 전적으로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랑이는 행복할까?

성민씨에게 삶의 버팀목이 되고, 읽는 라디오를 읽는 분들에게 즐거움을 줬던 사랑이에게 우리는 제대로 된 사랑을 줬을까?

사랑이를 정말로 아끼고 사랑하는 성민씨 입장에서는 조금 서운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개의 입장에서 생각하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사랑이도 초대를 했습니다.

예전에 진행도 하면서 우리에게 즐거움과 행복함을 전해주기도 했었는데

그런 사랑이를 위해 고마웠다는 인사 정도는 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많은 사랑을 전해주지만 인간들에 의해 상처받고 고통받고 있는 무수한 사랑이들을 위해서도 미안하고 고맙다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낯을 좀 가리는 사랑이를 위해 성민씨 옆에 편안한 자리를 마련해 놓았습니다.

그냥 그곳에서 편안하게 오늘의 음악회를 즐겨줬으면 합니다.

 

사랑이와 함께 들을만한 곡이 무엇이 있을까 하고 찾아보다가

무난하지만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노래를 골라봤습니다.

제가 골라온 이 노래가 사랑이의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이와 함께 들어볼까요, 이오공감의 ‘플란다스의 개’입니다.

 

 

 

 

 

4

 

제가 나이가 들어서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를 가끔 생각해봅니다.

아마 저는 저렴한 요양원에서 휠체어에 의지해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곳 사람들과 섞여 지내는 스트레스가 싫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할지도 모르고

몸이 불편해서 소일거리를 찾을 수도 없어서 멍하니 하늘만 바라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넋 놓고 가을하늘을 바라보며 인생의 쓸쓸함을 곱씹으며 죽을 날만을 기다리지는 않을지...

 

지금 제 조건들을 감안했을 때 아주 현실적인 미래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씁쓸하기도 하지만 제 주위를 신경 써서 살펴보게도 됩니다.

이곳저곳 아픈 곳이 많은 몸으로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시는 친척 할머니, 다리가 불편하시고 초기 치매 증상이 있어서 약을 먹고 있는 큰고모, 아직 몸을 움직이시는데 문제는 없지만 홀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엄마, 얼마 전에 어깨 수술을 해서 팔을 움직이는 것이 불편해지신 삼촌

이분들의 모습이 저의 미래 모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한번이라도 더 찾아가고 연락드리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요양원에 있는 나이든 제가 하늘을 바라보며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며

지나온 삶이 머릿속에서 스쳐갈 때

그 추억은 어떻게 다가올까 하는 것도 궁금합니다.

떠올리기도 싫은 끔찍한 기억일지, 다시 돌아가 붙잡고 싶은 행복의 기억일지 모르겠지만

만약 그때 제 머릿속에 오늘 이 순간이 떠오른다면

가슴이 뭉클해지고 입가에 살짝 미소가 지어지는

그래서 무기력한 노년의 삶에 따뜻한 햇살 한줄기가 되어줄 수 있는

그런 기억으로 떠올랐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마음을 담아서 오늘 음악회의 마지막 곡을 준비했습니다.

저도 여러분과 함께 자리를 잡아서 같이 음악을 즐겨봐야겠네요.

이 노래를 함께 들으면서

성민씨의 불편한 마음도 편안해졌으면 좋겠고

득명님의 고단한 삶에도 작은 위안이 됐으면 좋겠고

사랑이의 적적한 일상에도 활력이 됐으면 좋겠고

저의 씁쓸한 미래에도 희망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아, 물론, 이 방송을 함께 즐기시고 계신 여러분의 마음에도 화사한 기운으로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서기가 부른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들으면서 작은 음악회 마치겠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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