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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85회 – 다채롭고 화사한 가을

 

 

 

1

 

읽는 라디오 불을 켰습니다.

반갑습니다, 들풀입니다.

 

갑자기 훅하고 추위가 밀려들었습니다.

겨울 대비는 고사하고 여름 정리도 하지 않은 상태였는데

부랴부랴 따뜻한 옷을 꺼내 입었습니다.

 

갑자기 몰려온 추위가 물러간 후

햇살이 따뜻해서

일주일 간 묵어뒀던 빨래들을 하고나서

여름옷들을 정리해 넣었습니다.

정리할 옷이 많지 않아서 금방 끝났지만

이렇게 여름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열심히 보낸 지난 여름이 뿌듯하기도 하고

밀린 숙제로 남아있는 일들이 고민스럽기도 하더군요.

 

아직 털옷이나 파카를 꺼낼 정도는 아니어서

여름옷만 정리하려고 했는데

여름옷이 있던 빈자리가 허전해서

겨울옷들도 미리 정리해 넣었습니다.

 

여름을 열심히 보낸 만큼 겨울도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딱히 겨울에 대한 계획은 없습니다.

읽는 라디오를 진행하면서 맞이하는 두 번째 겨울이네요.

지난 겨울에는 움츠러든 제 자신을 붙잡아두는데 열중했었는데

올 겨울에는 조금이나마 마음을 열고 주위를 붙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봐야겠습니다.

나를 사랑하는데서 한발 나아가 사람을 사랑할 수 있도록 말이죠.

 

 

2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성민씨가 메밀꽃이 활짝 핀 모습을 보내왔습니다.

그동안 저는 메밀이 강원도에서 재배되는 줄 알았습니다.

이효석의 유명한 소설의 영향이죠.

그런데 메밀이 추운 강원도가 아니라 따뜻한 제주도에서 재배되는 것이 놀라워서 검색을 해봤더니 메밀의 주산지는 강원도가 아니라 제주도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메밀꽃이 이렇게 풍성한 아름다움을 전해준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됐습니다.

 

밭농사를 짓는 곳에서 살아가다보면 주변이 참 다채롭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모작을 하는 경우라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모습이 다 다를테고

대단위 재배가 아닌 소규모 재배인 경우는 재배하는 작물들이 달라서 그 풍광도 다양하겠죠.

지난 방송에서는 어린 모종이 초록 기운을 뽐내며 막 자라는 모습을 보여줬었는데

오늘 방송에서는 이렇게 하얀 메밀꽃이 만발한 모습을 보게 되고

조금 있으면 노란 감귤이 익어가는 모습도 볼 수 있을테니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한 장의 사진이 전해주는 포근함이 너무 좋네요.

가을은 이렇게 다채롭고 화사한 계절이었네요.

 

 

3

 

골목길을 돌던 자전거탄 아저씨 스피커서 나오던 '칼 갈아요~ 난로나 석유곤로 미싱 고쳐요~' 하던 골로네요. 저희 동네서는 골로 라고 불렀습니다. 국물이 끓어 넘치길 몇번하면 그을음이 많이 올라왔고 심지를 가위로 잘라주며 쓰곤 했던 그 곤로네요. 심지를 잘못 끼워도 그을음이 올라왔고, 후지카 곤로를 최고로 쳤던거 같은데.. 이렇게 사방이 막힌 최고급 곤로는 처음 봅니다. ^^ 자바라로 석유넣다 넘치기도 했고 밥도 하고 국도 끓이고 했었는데... 귀한 곤로 잘 봤습니다. ^^

 

 

지난 방송에서 제가 부모님 집에서 발견한 오래된 풍로를 소개해드렸더니

득명님이 이렇게 자신의 기억을 소환하셨네요.

저희도 부엌에서 성냥으로 심지에 불을 붙여서 쓰던 곤로를 썼었는데

고급스러운 풍로가 생기면서 부엌에서 쓰던 곤로는 찬반 신세가 됐었습니다.

곤로나 풍로나 같은 말이긴 한데

저희는 고급스러운 풍로가 들어온 후부터

부엌에 있는 구식 풍로는 이전부터 부르던 대로 ‘곤로’라고 불렀고

마루에서 사용하던 최신식 풍로는 ‘풍로’라고 불렀습니다.

곤로를 풍로라고 부르면 왠지 더 고급스러워지는 느낌 때문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제가 조금은 건조하게 소개해드렸던 예전 추억을

득명님이 좀 더 디테일하고 애정 어리게 받아주셔서

추억소환이 정겨워졌네요.

득명님, 고맙습니다.

 

오늘 방송을 마치면서 같이 들을 노래는

김목인과 빅베이비드라이버가 함께 부른

‘사려 깊은 밤’입니다.

오늘 방송이 얼마나 사려 깊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마음만은 전달하고 싶네요.

같이 얘기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 주에 다시 뵐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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