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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81회 – 이 가을에 저는 뭘 해야 할까요?

 

 

 

1

 

읽는 라디오 시작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오늘은 성민이가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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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나무가 낙엽을 우수수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저 낙엽들을 쓸어서 옮겨야 한다는 생각보다

가을이라는 계절을 실감하게 되는 감회가 앞섰습니다.

낙엽을 떨어뜨린 팽나무는 앙상해지기 시작해서

팽나무 아래 평상에 앉으면 그늘이 듬성듬성 해집니다.

여름 동안 저와 사랑이를 위해 그늘을 만들어준 팽나무에게 감사인사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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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한쪽의 부추는 화사하게 꽃을 피웠습니다.

안개꽃마냥 화사한 부추꽃은 보는 이의 마음을 다림질 해놓습니다.

가을이라고 떨어지는 낙엽만 있는 것이 아니라

꽃을 피우고 씨를 만드느라 바쁜 이들도 있다고 살짝 잘난 척을 하는데

그게 밉지 않습니다.

지난 여름 동안 부초도 열심히 잘라 먹었으니

이제 꽃을 활짝 피우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가지라고 얘기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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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나무 가지 묶는 작업을 마쳤습니다.

여름부터 두 달 가까이 낑낑거리던 일이 끝난 겁니다.

봄에서 여름으로 이어지는 분주한 일들이 거의 마무리 됐습니다.

이제 감귤나무를 상대로 해야 될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한껏 성장을 해온 감귤나무는 이제 서서히 겨울을 준비해야 하고

바쁘게 달려온 저도 조금 편안하게 여유를 부릴 수 있게 됐습니다.

 

이렇게 가을은 기지개를 켜고 있는데

이 가을에 저는 뭘 해야 할까요?

 

 

2

 

매우 불쾌한 일로 일주일을 마음고생 했습니다.

제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괜히 주눅 들어 있어야 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또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겁니다.

그 문제로 이런저런 고민들을 해봤지만 답이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고민을 할수록 마음만 불편해질 뿐이어서 고민을 하지 않으려 노력해보지만

머릿속에 자리를 잡아버린 그것을 쫒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명상을 하면서 배웠던 방법들을 시도해봤습니다.

심호흡을 하면서 부정적 것들을 드러내고 밝은 기운을 집어넣어보지만

활활 타오르는 장작불에 분무기를 살짝 뿌려댈 뿐입니다.

보왕삼매론을 암송하면서 삶의 고난을 받아들이려 해보지만

마음의 거센 파도는 물러갔다 몰려오기를 반복합니다.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그저 제 마음을 바라보려고 해보지만

10초 이상 평정심을 갖기가 어렵습니다.

 

이런저런 고민과 노력들을 하면서 새삼스레 제 현실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제 마음이 생각보다 너무 민감하고 외부 충격에 약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제게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청할 사람이 주위에 너무 없다는 것도 보였습니다.

이게 세상에서 한발 떨어져 홀로 편안하게 지내는 외톨이의 현실이라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별로 없습니다.

그냥 불편한 마음을 간직할 채 불편하게 지낼 뿐입니다.

그러면서 저의 부족함을 채울 방법을 고민해야겠습니다.

제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노력을 좀 더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중하다는 것을 생각하며 얼마 되지 않는 관계라도 잘 유지해야겠습니다.

제 마음 속에 비어있는 자리가 많은 만큼 애정과 사랑으로 그 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오늘도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고 주문을 외워봅니다.

 

 

 

(윤선애의 ‘아름다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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