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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89회 – 슬프지만 감사합니다

 

 

 

 

1

 

읽는 라디오 오늘도 문을 열었습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들풀입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뉴스를 들여다봤습니다.

살릴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던 현실의 정황들

추모기간이 끝났다고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는 이들

공허하게 목소리만 높이는 이들

그 추함을 가릴 생각도 하지 않고 서로 똥물을 뒤집어씌우려는 이들

 

마음이 답답해서 하늘을 바라봤더니

하늘이 더없이 맑고 파랬습니다.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마저 포근한데

지금 이 순간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응어리진 마음을 풀지 못하고 있을 이들이 떠올라

그 하늘을 외면하고 말았습니다.

 

더없이 맑고 화창한 가을 하늘 아래서

추하거나 고통스러운 그들과 같이 숨을 쉬고 있다는 현실이

슬펐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

 

명상방법 중에 자신에게 도움을 줬던 은인을 떠올리며 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감사의 마음을 가슴 속에 가득 채우고 그것을 서로 나누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명상방법 중에 제가 가장 즐겨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른 새벽에 일어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고

마음속에 사랑의 에너지를 가득 채워

은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에너지를 전하다보면

제 마음이 더없이 포근해지곤 합니다.

 

그런데 그 순간 제가 떠올리는 사람들의 얼굴이 그리 많지 않더군요.

항상 저를 걱정해주고 위해주는 우리 가족들, 어릴 때부터 저의 가족들을 위해 신경을 많이 써주셨던 친척 할머니, 초등학교 시절 다정하게 저를 위해주셨던 선생님, 제가 한참 힘들 때 끝까지 제 손을 놓지 않으셨던 선배님

제가 떠올릴 수 있는 은인들은 이분들이 전부였습니다.

그리 짧지 않은 생을 살아왔고, 그동안 무수히 많은 이들을 만나왔고, 그 삶이 그리 팍팍하지도 않았고, 나름 성실하게 살아오려고 노력했는데

지금 와서 감사의 마음을 전할 이들이 별로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가만히 지난 삶을 돌아보면서 그동안 만나왔던 사람들을 떠올려봤습니다.

이런저런 관계들이 많았고, 그 과정에서 좋고 싫었던 기억들도 떠올랐지만, 사람들과 모나게 지내온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감사할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봤더니

어릴 때는 저를 귀여워해주고 보살펴주신 많은 분들이 떠올랐지만

점점 커가면서 제 욕구가 강해지다 보니 감사보다는 불만과 갈망이 많아졌고

사회생활하면서 이래저래 부딪힘이 많아지다 보니 점점 움츠러들게 되는 저를 확인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감사할 사람들을 털어내며 살고 있었습니다.

 

음...

이제는 사람들을 털어내고 정리하는 삶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하면서 마음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삶을 살아봐야겠습니다.

그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게 변하도록 노력해보려고 합니다.

 

감사명상을 할 때

떠올릴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늘려가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커피 사러갈 때 가끔 내 것도 사다주는 동료, 아주 가끔 연락을 하며 편하게 안부를 물어주는 선배, 드문드문 한적한 이곳에 찾아와 흔적을 남겨주시는 애독자, 많은 것을 느끼고 변화하게 해주는 성민씨, 어릴 적 잠깐 다녔던 교회에서 사랑으로 저를 대해주셨던 목사님, 고등학교 때 방황하는 제 등을 다정하게 토닥여주셨던 상담사선생님

이렇게 생각을 하다 보니 감사를 전해야할 분들이 꽤 많더라고요.

이제부터 이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면서 살아가도록 노력 노오~력 해야겠습니다.

 

 

 

(김민기의 ‘가을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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