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믿을 수 없는 이야기, 정말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 소녀가 성폭행을 당했다.

그것도 아주 끔찍한 방법으로!

소녀는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소녀에게 사건에 대해 얘기해달라고 했다.

그 끔찍한 얘기를 들려줬는데

사건을 맡은 경찰서의 담당형사가 와서 다시 그 얘기를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며칠 후 경찰서로 불려가 보충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또 당시 상황을 설명해야 했고 심지어 자필진술서까지 별도로 써야했다.

남성경찰들에 의해 진행된 이 과정들은 피해자에 대한 어떤 배려도 없이 기계적으로 이뤄졌고 피해자는 극심한 트라우마를 애써 누르면서 몇 번을 반복해서 얘기해야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고

탐문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고아인 피해자에 대한 조금은 불리한 얘기가 나왔고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은 부분이 발견되자

경찰은 피해자의 진술을 의심하게 된다.

그래서 피해자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당황한 피해자는 말이 꼬이기 시작했고

더 의심을 갖게 된 경찰은 피해자를 점점 코너로 몰아붙여서

자신의 진술이 허위였다는 자백을 강제로 받아낸다.

 

‘끔찍한 성폭행 피해자’에서 ‘관심을 끌기위해 끔찍한 거짓말을 지어낸 문제소녀’로 찍혀버린 소녀는

사람들의 신뢰를 잃기 시작했고

주변에서 소외되기 시작했고

직장에서 쫓겨났고

지내던 시설에서도 쫓겨났다.

심지어 위증혐의로 고발되어 재판까지 받게 된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는데

이 모든 것이 실화였다는 것이 더 믿을 수 없었다.

 

몇 년 후 다른 지역에서 끔찍한 성폭행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에 도착한 여성형사는 피해자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하면서 진술을 들었다.

진술을 다 듣고도 피해자의 안정과 치료를 위해 더 세심하게 배려를 하며 도왔다.

피해자를 안정시키고 경찰서로 돌아와 사건을 파헤치지만

끔찍한 범행에 비해 증거는 거의 없었고 수사는 헛돌기만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비슷한 사건이 다른 지역에서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지역 담당 형사와 만나서 정보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이 연쇄성폭력임을 알게 된다.

그렇게 두 여성형사가 함께 공동수사를 벌여나간다.

 

드라마는 위증혐의로 고발된 소녀와 연쇄 성폭행범을 쫓는 형사들의 이야기라는 두 개의 틀로 진행됐다.

소녀는 지옥 속에서 허우적거리면서 점점 고립되어 갔고

형사들은 어둠 속에서 방황하면서 계속 헛발질만 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세상의 비정함도 보여줬고

성폭력 피해자의 트라우마도 보여줬고

경찰 내부의 문제점도 보여줬고

사회시스템의 허점도 보여줬다.

또 한편

범인을 찾아나가는 헌신적 노력도 보여줬고

경찰들도 겪게 되는 트라우마도 보여줬고

원칙과 현실 사이 고민과 갈등도 보여줬다.

그 모든 것을 지켜보는 내 심정은 점점 간절함으로 채워져 갔다.

제발 범인이 잡혀서 저 소녀가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기를!

 

결국 범인은 잡혔고 소녀는 지옥에서 빠져나왔다.

마음 졸이며 간절하게 봤던 드라마는 너무도 아름답고 행복하게 마무리 됐다.

드라마를 다 보고나서 실제 사건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검색을 해봤다.

소녀는 결혼해서 애도 낳고 잘 살고 있다고 했다.

소녀에 대해 불리한 진술을 했던 위탁모는 나중에 사과를 했다.

소녀를 위증으로 몰아갔던 경찰은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범인은 감옥에 갇혀 있지만 그 피해자들은 트라우마를 갖고 그냥 살아가고 있다.

드라마의 아름답고 행복한 결말과 달리 현실은 아직도 어지럽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