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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90회 –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기 위해서

 

 

 

 

1

 

읽는 라디오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아흔 번째 방송 시작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성민이입니다.

 

갑작스러운 참사로 고통을 당하시는 분들의 마음이 헤아려지지 못해

그저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는데

엉뚱한 곳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지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금 이 시점에서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상처치유와 진실규명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마치 부도덕한 권력이 숨기려고 했던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것처럼 당당하게 희생자들의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예전에 세월호 생존자인 김동수씨가 겪었던 힘겨운 이야기를 듣고 정리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의 증언에 의하면 희생자들을 기리고 호명하는 행위는 생존자들에게 ‘자신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과 ‘희생자들에 가려서 소외당하고 있다는 박탈감’만을 심어줬습니다.

생존자들이 이럴 진데 아직 마음의 상처를 확인하는 것조차 힘들어하는 유족들은 오죽 할까요?

 

참사와 관련해서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할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지 얼마 되지 않을 때에는 유족과 생존자들에게 더 예민해야 합니다.

그런데도 거리낌 없이 희생자들의 명단이 세상에 알려졌고 추모의 이름으로 그 명단이 널리 공유되고 있습니다.

 

정말 끔찍합니다.

저들은 유족과 생존자들의 고통에는 별 관심 없이 오직 윤석열 정부를 몰아세우기 위한 의도로만 희생자들을 이용할 뿐입니다.

권력투쟁에 눈이 멀어 물불 안 가리는 자들은 자기가 하는 짓이 뭔지도 모릅니다.

적당히 꼬리 자르고 상대편 뒤통수를 갈겨주겠다는 자들과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서 진흙탕으로 물고 늘어지겠다는 자들의 추악한 싸움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 허망한 요즘입니다.

 

 

2

 

일본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봤습니다.

어느 깊은 산골마을에 들어와 살고 있는 젊은 분의 얘기였습니다.

혼자서 농사짓고, 농사지은 걸로 요리를 만들어 먹는 아주 단순한 영화입니다.

그렇게 단순하게 살아가면서 마음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하고 있더군요.

 

줄거리랄 것이 없을 정도로 너무도 단순한 영화였습니다.

그저 자신이 흘린 땀만큼

자연이 내어주는 것만큼

정성스럽게 요리를 해서

남으면 이웃에 나눠주기도 하며

자연과 호흡하며 살아가는 그 삶이

너무도 편안하고 여유로워서 제 마음을 확 끌어들여버렸습니다.

마음의 상처는

애써 펼쳐보이지도 않고

부러 감추지도 않으면서

가만가만 아물기를 기다리는 게

마음을 촉촉하게 만들어버려서 자연스럽게 녹아들더군요.

 

영화를 보면서 제 얘기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영화 속 마을처럼 아주 깊은 산골은 아니지만

아주 정성스러운 요리를 만드는 것도 아니지만

정을 나눌 이웃이 많은 것도 아니지만

저도 그런 삶을 살고 있으니까요.

 

그러고 보면 저는 영화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샘입니다.

화려한 상업영화는 고사하고

매니아층이라도 있는 독립영화도 아닌

학생들의 과제용 습작 같은 별 볼일 없는 영화지만

저는 나름대로 아름답고 뭉클한 영화 속 주인공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멋있게 살아봐야겠네요.

 

 

3

 

읽는 라디오 시즌4는

조금 더 세상 밖으로 다가가 세상과 사람에 대한 애정을 가져보자는 의미로 시작했습니다.

사실

세상과 떨어져서 혼자만의 세계 속에 빠져들어 욕심 없이 살아가는 삶이 편안하고 좋기는 합니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과 나눌 수 없는 그 행복은 오래가지도 못할뿐더러 의미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와 사람들과 함께하며 애정을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노력이 무색하게 세상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은 혼탁하기만 하고

작은 충격에도 요동치는 제 마음은 점점 움츠러들기만 해서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혐오와 불신만 쌓여갑니다.

그럴수록 제 마음을 다독이기 위해 연민에 대한 기도문을 자주 듣습니다.

제 마음 속에 사랑과 연민의 감정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주문을 외우는 것이지만

그마저도 겉돌기만 하고 마음속에 와 닿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읽는 라디오 시즌4를 진행하고 있는 지난 1년 8개월은 이런 과정의 연속입니다.

그런데도

이렇게 방송을 이어가고 있는 것을 보면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는 기대를 버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그래서

다시 또 사랑과 연민의 기도문을 들으면서 제 마음을 열어봅니다.

그렇게

아흔 번째 방송이 이어지네요.

 

 

 

(정목스님의 ‘행복한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기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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