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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78회 – 창문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1

 

읽는 라디오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

일흔 여덟 번째 문을 열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들풀입니다.

 

날씨가 꽤 선선해져서 가을의 기운을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날씨가 선선해지며 가장 편안해지는 시간은 이른 아침입니다.

뜨거운 열기가 제대로 식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이글거리는 태양이 떠오르던

한여름의 아침은 사람의 기운을 빼놓기에 그만이었지만

새벽에 이불을 온몸에 덮고 자야할 정도로 서늘해진 요즘 아침에는

명상과 요가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숙면을 취해서 개운한 기운을 느끼며 눈을 뜨고는

물 한 잔으로 속을 깨우고 나서

화장실로 가서 밤새 쌓여있던 내장 속 찌꺼기들을 비우고

자리에 앉아 30분 정도 명상을 하며 내 마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만히 듣습니다.

그렇게 내 마음의 상태를 확인하고 나서

30분 정도 가볍게 땀을 흘리며 요가를 하고나면

몸과 마음이 아주 상쾌해집니다.

여름에는 미숫가루나 시리얼로 대충 때우던 아침식사도

된장국과 몇 가지 반찬들을 곁들어 하고나면

참으로 여유롭고 든든한 아침이 됩니다.

 

식사 후 설거지와 양치까지 다 미치고

소파에 앉아 물을 마시며

음악을 듣고 있으면

내 마음이 한 마디 툭 던집니다.

 

“너의 몸과 마음이 충전됐으니 세상에서 들려오는 소리들을 들어야하지 않겠어?”

 

 

2

 

밀렸던 일들을 하나씩 처리하고

금요일 저녁에 가볍게 술을 한잔 했습니다.

토요일 아침에 비교적 개운하게 일어나서

빌린 집안일을 가볍게 하고

책 한 권을 들고 침대로 올라갔습니다.

 

창밖에서 들리는 차 지나가는 소리나 사람들 걸어가는 소리를 배경음 삼아

가벼운 에세이를 읽어나갔습니다.

서울에서 반지하와 옥탑방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30대 직장인의 얘기가

잔잔하면서도 따뜻하고 발랄하기까지 하게 이어지고 있어서

읽는 즐거움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렇게 편안하게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있는데

창문으로 선선한 바람이 살살 불어와서

잠시 책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하늘을 봤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엄청나게 뜨거웠던 얼마 전의 하늘과 달라 보이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저 모습을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을 보니

가을이 다가왔음을 실감했습니다.

읽던 책을 내려놓고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했습니다.

“엄마가 한상자 보내준 참외가 많이 남았는데 가까운 동료들이랑 나눠 먹어야겠네.”

“sns에 어느 단체가 후원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던데 조금이라도 마음을 전해야겠네.”

“읽는 라디오에도 이렇게 편안한 가을의 분위기를 전해봐야겠네.”

 

 

3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보트파티에서의 오찬’이라는 그림입니다.

어느 화창한 날, 친구들과 어울려 강변에서 흥겨운 자리를 즐기고 있습니다.

왁자지껄하게 흥청거리며 노는 것이 아니라

나름 차려입은 복장으로 멋도 부리고

술 한 잔 하면서 흥도 돋우고

얘기를 나누거나 경치를 보거나 반려견을 돌보기도 하면서 여유롭기까지 합니다.

누구 하나 인상 찡그린 사람 없이 정말 편안하고 즐거운 한때입니다.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낭만적인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저 자리에 끼고 싶어지는 마음이 절로 생겨납니다.

물론 우리의 현실은 이 그림처럼 낭만적이지는 않죠.

그래도 마음속에 이런 낭만을 위한 공간 한 뼘쯤은 갖춰놓고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오늘 방송을 마치면서 들려드릴 노래는 경쾌한 재즈음악 한 곡 준비했습니다.

저 그림 속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

살짝 멋을 부리며 그 경쾌함을 맘껏 즐겨보세요.

 

 

 

(골든스윙밴드의 ‘Route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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