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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5 - ‘내가 만만해 보이냐?’

 

 

 

바다에 익숙해지면서 바다에 대한 두려움은 완전히 사라집니다.

조오련 선수가 수영으로 현해탄을 건너기도 하고

육지와 섬을 잊는 커다란 다리들도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되면서

바다는 불굴의 의지와 과학기술로 얼마든지 극복 할 수 있는 곳으로 다가왔습니다.

 

중학교 1학년 즈음 여름 바닷가를 찾았습니다.

유난히 날씨가 화창한 그날 바다는 정말 잔잔했습니다.

모처럼 수영실력도 마음껏 발휘하고 싶어서 사람들이 별로 없는 쪽으로 갔습니다.

해안에 바위가 조금 있고 금세 깊어지는 바다였지만 그런 것은 문제되지 않았습니다.

 

간단히 몸을 풀고 풍덩 빠졌습니다.

햇빛이 부서져 반사되는 잔잔한 바다 물결을 따라서 유유히 수영을 시작했습니다.

그날따라 컨디션도 좋고 바다도 잔잔해서 수영이 잘 됐습니다.

점점 해안선에서 멀어지다보니 조금씩 욕심이 났습니다.

평소에는 10~20m 정도 나갔다가 돌아오곤 했는데 더 나가보고 싶었습니다.

바다의 흐름을 따라 호흡을 같이 하면서 어깨에 힘을 주기 시작하니 쭉쭉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멀리 나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50m 정도는 족히 나온 것 같았습니다.

더 나갈 자신은 있었지만 이 정도면 만족한다는 생각에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이제 내 수영실력도 꽤 된다는 자신감을 갖고 유유히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0m쯤 돌아오는데 해안선이 조금 멀다는 생각이 들었고

속도를 내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어깨에 힘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속도를 내서 다시 10m쯤을 더 왔는데도 해안선은 멀리 있었습니다.

약간 긴장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어깨에 힘을 더 주었습니다.

숨이 차기 시작했는데 겨우 10m를 전진했을 뿐입니다.

아직도 해안선은 멀리 있었습니다.

순간 머릿속이 하예 졌습니다.

 

바다 쪽으로 나갈 때는 잔잔한 파도의 흐름을 따라 몸을 맡길 수 있었는데

돌아올 때는 그 잔잔한 파도의 흐름이 몸을 거세게 옥죄는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잔잔한 바다였는데 말입니다.

 

죽을 둥 살 둥 해서 10m를 더 온 것 같은데 해안선은 아직도 눈앞에서만 아롱거릴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다가 죽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자 정말 무서웠습니다.

어깨에 잔득 힘을 준채 30m 정도를 왔더니 힘도 많이 빠져서 기진맥진해졌습니다.

힘으로 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해서 마지막 남을 힘을 아끼기 위해 바다에 몸을 맡겼습니다.

아주 천천히 바다와 호흡을 하면서 해안선만을 보고 쉼 없이 손과 발을 놀렸습니다.

 

정말 탈진이 되겠다 싶은 순간 손에 바위가 닿았습니다.

‘살았다!’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바위에 올라갔습니다.

다리는 완전히 풀려서 제대로 앉지도 못했습니다.

거친 숨을 몰아쉬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동안 하늘만 바라봤습니다.

무서워서 바다를 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에도 바다에는 자주 갑니다.

그리고 수영도 자주 합니다.

하지만 바다를 우습게 보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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