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은 노동자·민중이 정치·경제·문화의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 노동자·민중이 주체가 된다는 것은 직접적인 자기토론을 통해 대중들 스스로 문제를 결정한 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대중은 항상 말을 할 수 있어야 하고, 항상 자기주장을 선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중의 말하기와 글쓰기는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나는 정말 강성인가-투쟁하는 대중의 목소리』는 대중의 말하기와 글쓰기를 모아 놓은 것일 뿐입니다. 거기에는 어떤 정치적 해석이나 전문가의 평론이 들어있지 않습니다. 단지, 투쟁하는 대중들의 목소리 그 자체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그 대중들은 간부들이 아닙니다. 노조 활동을 처음 경험해보는 비정규직 노동자, 사회생활 5년여 만에 느닷없는 권고사직으로 갑작스럽게 거리로 나서게 된 20대 중반의 여성노동자,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팔 걷어붙이고 나선 주부, 인생 후반기에 사회 가장 밑바닥 삶을 경험해야 했던 늙은 간병사 등이 입을 열고 글을 쓴 것입니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억울함과 힘들지만 쓰러지지 않고 벌여나가는 투쟁의 당당함이 물씬 묻어 있습니다. 그들이 여성이든 남성이든,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대공장노동자든 중소사업장노동자든, 장애인이든, 이주노동자든, 그들의 억울함과 당당함 속에는 강한 힘이 느껴집니다. 이 책은 그냥 그 힘을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노조 간부들은 항상 말을 가려서 합니다. 그들이 투쟁을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그럴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항상 말을 정리해서 합니다. 그들이 투쟁을 분석하고 전망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대중들은 말을 함부로 하고, 정리되지 않은 얘기를 마구 쏟아냅니다. 복잡한 생각 없이 자신들의 억울함과 정당함만을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차이는 엄청난 차이를 보여줍니다. 간부와 전문가들이 대중의 목소리를 대변하려고 하면 할수록 대중은 입을 다물고 수동적인 존재로 전락합니다. 그래서 투쟁은 점점 활력을 잃어가고, 조직은 위축돼 갑니다. 간부와 전문가들이 대중을 신뢰하고 대중의 목소리를 그대로 드려내려고 하면 할수록 대중은 더 많은 얘기를 하고 당당한 투쟁의 주체로 섭니다. 그래서 투쟁은 강한 힘을 발휘하고, 조직은 활성화됩니다. 관료화된 조합주의운동이 휑휑하는 속에 민주노총은 총파업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노사관계로드맵의 통과를 지켜봐야 했습니다. 지금 민주노조운동에 필요한 것은 대중의 이 힘과 창조성입니다.
대중들은 항상 글쓰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있습니다. 글은 유명한 사람이 쓰거나, 글재주가 있어야 한다는 선입관 때문입니다. 가슴 떨리는 투쟁의 한복판에서 그들과 심장 박동소리를 같이 하며 ‘그냥 편하게 얘기를 써보라’고 하면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마지못해 승낙을 합니다. 그렇게 고민스럽게 자신의 얘기를 글로 써온 것을 받아보면 놀라운 글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가슴 속에 있는 얘기를 솔직하게 써놓은 그 글들은 어떤 뛰어난 선전활동가의 글보다 강한 호소력을 갖고 있습니다. 가장 뛰어난 선전문은 투쟁의 한복판에서 대중이 스스로 써놓은 글들임을 새삼스럽게 확인합니다.
울산의 인터넷신문인 울산노동뉴스는 2년 가까운 기간 동안 이렇게 대중들과 만나고 그들과 얘기를 함께 나눴습니다. 이 뛰어난 글들과 얘기를 좀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자는 뜻에서 이 책을 만들었습니다. 복잡한 생각 없이 투쟁하는 대중의 힘을 느끼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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