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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비명

묘비명
―고 박일수 동지 영결식에 부처

그대
사슴처럼 순박한 눈망울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가
기타줄에 소줏잔, 인터기업 동료들
이 모든 것들을 뒤로 하고
이제 먼 길 떠나는가

50 평생,
딸이 성장하여 출가할 때까지
함께 살아보지 못한
그래서 더욱 서러운
진아의 피눈물을 뒤로하고
영영 먼 길 떠나는가

그러나 우린 동지를
이대로는 차마 보낼 수 없어
우리 가슴에다 묻겠네
우리들 가슴 가슴에 이렇게 새기겠네

―여기 한 하청노동자가
착취로 해가 떠서 착취로 해 저무는
차별로 해가 떠서 차별로 해 저무는
죽음의 공장 현대중공업
지옥 같은 하청노동자의 현실에
한을 품고
온몸을 불태워 고발하다

훗날,
하청이란 굴레를 벗어던지고
이 땅에 차별 없는 세상
미포만의 새벽이 밝아오면
그때사 동지를 떠나보내리―

동지여!
미포만의 하늘에서 늘 지켜보게
박일수 동지여!

2004, 4, 9. 안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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