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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까?

 

민중대회를 보여주려고 점심 약속을 대학로에 잡았다. 밥을 먹고 부랴부랴 시간맞추면서 나왔다. 민중대회를 목전에 두고, 학생회 애들을 데리고 애써 민중대회를 외면하며 걷기 시작했다. 옆으로 슬슬 앞으로 가면서 대오를 가리키며 이런 이런 노동조합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다가 애들과 함께 학교 깃발도 찾고 왜 오늘 여기에 모였는지도 이야기 하는 순간도 아주 잠깐, 다들 추운 기색에 다들 들어가자는 표정이 역력했다.

무슨 생각으로 내가 이 아이들과 지금 이곳에 서있을까 라는 이상한 한탄과 함께,

1년동안 말하지 못했고, 어설프게 고민했던 내 모습이 아른거린다. 가슴 한켠이 시리다.

 

그렇게 민중대회 중간에 학교로 돌아왔다. 도서관에 멍하니 앉아있는데, 연행자 소식이 들려온다. 안그래도 걱정이 되어서 진보넷, 민중의 소리 새로고침만 눌러대고 있던 나에게 친구들의 연행소식은 가슴의 비수가 되어 돌아온다.

 

취업이 목전이고, 졸업못하는게 다리에 힘이 풀릴정도로 짜증나버리면서 그리고 당장

졸업하면 난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고민이 계속되었던 근 몇달동안, 나는 뚜렷하게 내가

주체가 될 수 있는 운동을 생각하기 보다는 돈도 벌면서  만들어져있는 투쟁판에 끼여들 궁리만 하고 있었다. 물론 그 투쟁판이 잘못되었다기 보다는, 내가 왜 운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스스로의 답을 아직 찾지 못한 탓에 더욱 짜증이 났으리라.

 

그리고 무방비 상태로 총파업을 맞이하고 말았다. 연행동지 소식을 전화로 접하면서 또 내 옆에선 겨울, 운동의 전망을 논의할 새로운 세미나팀이 구성되었다. 아마도 학교에 있는 세상을 갈망하는 사람들도 나처럼 그렇게 답답함일색이리라.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학교에서 이제 같이 운동하던 사람들이 끝이구나 라는 한탄을 잠시 접을 수 있게 되었었다. 여하튼, 난 이제 준비를 해야 한다.

 

어쩌면 마음속으로는 무슨 생각인가를 마구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노래도 부르고 싶고, 그림도 그리고 싶고... 두개를 한꺼번에 하고 싶기도 하고, 연극도 참 괜찮다는 생각도 한다. 또 한편으로는 공부도 하고 싶다. 휴. 사실 이런 어설픈 희망으로 몇달을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이번달 집세를 내면서 이제 닥쳐올 생계가 뚜렷히 보인다. 그리고 휘청거릴 내 마음과 반대로 독하고 싶은 내 의지가 교차될 것이다. 그런데 난 어디로 가고 있을까? 도대체 내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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