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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알엠님의 [상담] 에 관련된 글.

저번에 같이 사는 사람에게

"이제 아기가 태어나면 한동안은 우리끼리 여행도 못 가겠다. 그치?"

그랬더니 같이 사는 사람 왈 "그걸 몰랐어?" 한다.

나 "응. 몰랐어." 그랬다.

난 이렇게 철이 없다.

 

며칠 전 모임에서 어떤 선배가 요즘 행복하다며 즐거워했던 모습이 생각 난다.

그 선배는 한동안 아이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었고 아이의 엄마는 일도 관두고 아이에게 전념해야 했다. 엄마가 노력한 만큼 아이는 많이 나아졌고 최근에는 공동육아를 하는 데 경제적 부담은 좀 되지만 아이도 엄마도 그리고 자기도 너무 행복하다는 것이다. 오랜만에 활기찬 선배의 모습을 봐서 난 사실 좋았다. '선배 계속 계속 행복해요.' 속으로 바랬다.

나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 때문에 한동안 힘들어 했던 선배와 다시 아이 때문에 행복한 선배......아이가 한 사람의 행복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에 살짝 두려워졌다.

 

집에는 TV 방송을 보지 않는데 작업실에서는 작업상 안테나를 연결해서 가끔 공중파를 볼 때가 있다. 우연히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를 보는데 부모의 무관심 때문에 4살이 넘었는데도 말을 못하는 아기가 나왔다. 아빠는 집에만 오면 컴퓨터 오락만 하고 엄마는 집안 일과 아이 돌보기에 지쳐서 워낙에 말 수가 없는 성격에 더 말수가 적어져서 아이와 이야기도 못하고 하루 종일을 지냈던 것이다.

 

어른들은 아기는 지가 알아서 큰다고 생각을 하지만...그 아이를 보면서 얼마나 큰 책임감을 가지고 아기를 대해야 하는 지 갑갑해지는 것이....

 

알엠과 뻐꾸기의 글을 읽으면서

난 무슨 준비를 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무방비 상태에서 아기를 맞아도 되는 걸까?

고민이 된다.

 

작업을 잘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별 다른 준비를 못했는데

이제 슬슬 걱정이 된다.

아기가 태어나도 난 내 작업만을 신경쓰는 이기적인 엄마가 되지 않을까?

혹은 아기에게 빠져드는 날 경계하느라 아기와의 소통을 무디게 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 아기가 나중에 외롭거나 쓸쓸해하지 않을까?

 

슬슬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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