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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part 1

# 방글라데시 part 1 1. 방글라데시 이야기는 두번으로 나눠야 할 것 같다. 아무래도 이야기꾼이 아니다 보니 한번에 쌈박하게 잘 정리하지 못할 것 같다. 글이 너무 길면 읽는 사람이나 쓰는 사람이나 정신이 혼란스럽기도 하고... 2. 의문들 이주노동자 작업을 하면서 정말 끊임 없이 들었던 질문이.. "왜 이들은 본국을 떠날까" 였다. 쉽게 이야기하면 먹고 살기 힘들어서 일 자리가 없어서.. 그것 말고 다른 이유는? 혹은 그것이 가지는 의미는 뭘까? 왠지 그것만 가지고는 설득이 되지 않는 뭔가 석연찮은 것이 있었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다 자기 나라를 떠나지는 않으니까. 떠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렇다고 그 의문만 가지고 어디에 붙었는지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지는 않지. 3. 다른 정체성 다른 정체성... 이주노동자가 아닌 내가 이주노동자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다른 대상과는 아주 다른 맥락에 있었던 것 같다. 잘 지내다가도 카메라만 들면 말을 멈춰버리거나 몸을 움추리는 사람들 앞에서 나도 그만큼 움추려 들고 당황스럽고 기가 죽기도 했다. '왜 나를 못 믿을까?' 어휴...이런 흉칙한 질문을 했던 기억도 난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철 없이 쪽팔린다. 그때 존 버거 아저씨의 '제 7의 인간'을 읽게 되었다. 거기에는 뭐랄까? 다른 정체성을 가진 것이 뭔지... 이주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 둘 풀어 나간 글에서 난 다른 정체성, 다른 경험이 뭔지를 느끼게 된 거 같다. 출발, 일, 돌아감 이주가 겪게 되는 각 시점 마다 정확하게 표현해낸 글과 사진에 난 머리를 쳐야했고 가슴을 쳐야했다. 확인하고 싶었다. 정말 그러한지. 4. 떠나기로 맘 먹자 관계트기, 의문들, '제 7의 인간' 확인하기 방글라데시에 간다는 이야기가 나자 알고 지내던 이주노동자분들이 본국의 식구들에게 가져다 달라면서 하나 둘 짐 보따리를 맞기기 시작했다. 자꾸 들어오는 짐 때문에 나는 한 사람 당 1kg으로 제한해야했다. 그런데 한번은 한 친구가 한 보따리 뭔가를 주는데 그 안에는 비누, 치약, 화장품, 머리핀, 심지어는 화장품 샘플까지 5kg 정도 됐던 거 같다. 난 '어휴 1kg만 받는 다니까요' 하며 외로 꼬아 보았지만 식구들에게 이런 것들을 전해 주고 싶은 마음, 그걸 전해 주려고 하나 둘 모았던 마음들이 전해져 그저 서글프기만 했다. 하지만 더 서글푼 건 그의 가족을 만난 이후였던 것 같다. 본국의 식구들은 너무나 당연하단 듯이 그가 몇날을 모았을 것들을 받아 들었다. 그리고는 그가 어찌 지내는 지는 상관 없다는 듯이 그저 그곳의 생활에 대한 이야기만 했다. 난 괜시리 속이 상했다. 난 그 집에 있으면 있을 수록 한국에 있는 그 이주노동자가 생각 났고 그는 이 식구들에게 뭔가 생각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주노동자 중엔 이런 경우가 많다. 이제는 그만 돌아가고 싶은데 이미 본국의 식구들은 그가 혹은 그녀가 벌어다 준 돈으로 일정정도 생활 수준이 높아졌고 그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면 누군가 끊임 없이 그 돈을 벌어야한다. 그러니 누군가는 계속 이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되는 거고 그래서 돌아가고 싶다는 사람에게 조금만 더 있지 그러니...하는 거다. 그도 그러한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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