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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그리고 숙제

하루님의 [] 에 관련된 글.

1.

진즉에 기획서 쓰는 일을 포기했었다.

아이 새로운 어린이집 적응기간에 뭔가 한다는 것이

이전처럼 또 날 괴롭히고 주변 사람들을 괴롭힐 것이 뻔해서.

그리고 이젠 작업할 때 좀 찬찬히 하나 하나 억지로 하지 말고 넘쳐나서 하자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준비 많이 하자고 맘 먹고 있던 터라.

마음 접고 상반기에는 '포기'하고 그냥 후반기에 작업시작해야지 했었다.

 

그런데 그게 쉽게 안되더라. '포기'라는 거.

그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더라.

 

객관적으로 넘 시간이 없는 건데도 자꾸 포기라는 생각만 들고 자꾸 스멀스멀 뭔가 올라오고 그래서 한동안 꽁해 있었지. 아니 '포기'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문제인지도 모르고. 여튼 내겐 포기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좀 꽁해 있다가...

 

난 이 대목에서 왜 꽁해질까?

왜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맘 편히 들여다 보지 못하고 쪼그려 들까?

아구야.

 

결국, 도저히 안되겠어서 단 며칠이라도 기획서 작업하겠다고

상구백에게 미루 적응하는 일을 전담시켰다.

하지만 단 며칠이면 되냐고요. 게다가 그 단 며칠도 이사갈 집 구하러 다녀야지 교육하러 다녀야지. 참...시간이 없다.

 

갈피를 못 잡으니 주변에서도 같이 갈피를 못 잡고.

 

근데 문득 하루의 글을 보면서 참 큰 사람을 봤다.

물론 하루의 고민이 얼마나 깊은지 얼마나 디테일한지 다 알지는 못해도

어떤 면과 면을 왔다 갔다 했을 지 알듯도 하기에 그저 그녀가 좋다.

 

나는 자신을 안 잃으려 찌질하리만치 몸부림 치지만 결국 친구를 실망시키고

주변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하고 같이 사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녀의 선택들과 그녀의 행보를 보면서 나도 한호흡 가다듬으며

기획서를 다시 미룰까 하다가...

결국 그래도 조금이라도 써놓자로 맘을 잡았다.

그게 그냥 나니까. 조금은 실 없고 또 같이 사는 사람들 괴롭히고

쩔쩔매며 자신을 학대하고 그러겠지만 왠쥐 이전만큼은 아닐거 같고.

지금의 나도 그냥 나이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뭔가 첨가된 나이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갈란다.

히~

 

그래도 주변에 배울 사람들이 많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2.

이전에 나루가 공중파에 대응했던 것도 그렇고

지금 하루가 대면하는 상황도 그렇고

독립제작자들의 환경은 참 아리다.

 

내가 내 주인공들을 위해서 좀 오버한다 싶을 정도로 원칙적으로

보호하려 노력하지만 알고 보면 난 참 수동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공중파에서 아무 연락도 없이 내가 만든 작업의 영상을 가져다 썼다.

어디서 어떻게 구했을까 참 복잡도 한데...내 주인공의 모습이 그렇게

공중파를 탔는데 난 욱해서 분에 못이기며 며칠밤을 잠을 설치다 아무일도 못했다. 마음만 들썩이고 쪼그러져 그냥 시간을 보냈다.

 

내게 남은 숙제다.

좀 더 힘을 내서 우선은 담당 피디에게 전화하고 이야기라도 들어야지 싶다.

나루처럼 잘해낼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잘해낸 나루가 있으니 나도 열심히 해야지 싶다. 든든하고 고맙고.

 

3.

많이 갔다고 생각했는데 그냥 그자리이기도 하고 조금은 돈듯도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앞으로 가는 듯도 하고 참 더디지만 그래도 참 똑똑해지는구나.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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