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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에 대한 집착

한때 카메라에 집착했던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내가 아니라 렌즈가 내가 누구인지 말해준다고 착각했던 것 같다.

내 앞에 카메라를 매달고, 어딘가에 렌즈를 갖다대면서.

나는, 사진이 아니라, 그 착각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따라서 나는 성장하면서 사진을 잊었다.

사진을 잃어 아쉽지만, 다행이라면 다행, 나는 성장하였다.

내가 찍은 사진을 어떻게 '전시'할 수 있을까- 그것은 잠시 나를 착각하게 해준 기특한 렌즈의 결과물인데- 에 집착하면서 스캐너를 샀었다. 없는 돈을 쪼개쪼개 반드시 사야만 했었다.

 

스캐너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잭 한 쪽이 떨어져나간지 오래됐다.

이쑤시개 보다 작은 쪼가리가 부러진 건데, 그럼으로써, 스캐너는 아주 무용지물이 됐다.

 

그런 스캐너를 가지고도 평화롭게 산지 몇개월이 넘었다(일년이 넘었는지도 모르겠다).

 

일곱살에 영구치를 얻고, 열네살에 성호르몬을 얻고, 스물한살에 방탕을 얻고, 스물여덟에 독립과 살림을 얻고, 이제 서른다섯. 구불구불 칠년마다 돌아오는 나의 자아는 지금 성장을 얻고 있는 듯. 그것이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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