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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미니스트가 자식 키우기

 

훼미니스트로 테레비 연속극 보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좋아라 보던 <열아홉순정>도 윤정이가 결혼하면서 몹시 구리다.

이제 쫌 있으면 량국화도 결혼할거다. 결혼하면 분명 보란듯이 아주 훌륭한 결혼생활을 할거다. 그걸 보면서, 대한민국에서 결혼하여 잘 살려면 역시, 단무지(단순 무식--매우 무식!!)거나, 부모 가족 없는 완전 쌩고아여야한다는 점 재확인.

 

 

규민이 어린이집에서 만난 남자아이들은 그나마 내가 친해볼 수 있는 남자아이들인데, 걔네들 상대하기가 어쩔 때는 매우 곤란하다.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난폭하거나, 상대방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해를 끼치는 그 행동들, 그것들 말인데, 그게 정말 원래 남자아이라서 그런 것인가.... 그런 분위기인가본데.. 그렇지 않다면 그것을 그렇게 태연하게 받아주지는 않을 것이니. (어른들을 보면서 느끼는 혼란임. 아이를 잡아서 버릇을 고쳐놔야한다는 게 아니라,  그것을 어른이 어떻게 보고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의 문제라는 것이다.)

 

원래 남자아이란 그래,하고 그들을 마주하자니, 참으로 남자란 .............. ...............................복잡한 심경이다.

 

이래가지고 우리 규민이 어찌 결혼을 시키겠느냐, 솔직히 벌써부터 그 걱정이 든다.

 

농담이 아니라, 우리 규민이 백설공주니 신데렐라니 인어공주니 하는 것들의 영향으로 결혼에 일찌기 관심을 갖고 (결혼식에 입는 공주드레스에도 홀딱 반했다) "나는 누구와 결혼할래"라는 발언을 심심치 않게 한다.

규민이 또래의 여자아이들은 이미 비슷한 관심을 드러내면서, 싸우고 치고 박기에만 머리를 쓰던 남자아이들이 어리둥절하는 사이에 여럿 결혼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걸 지켜보는 주변 어른들이 허허 웃으며 농담처럼 혼담을 건네는데.....

문제는 나의 심정...

 

초등학교에 올해 입학한 아들을 둔 엄마가 나에게 "우리 아들 어떄? 멋지지않아? 이다음에 사돈 맺는거야."라고 예의 농을 걸어왔다.

그 아들은 작년까지 내가 거의 매일 보았던 규민이 어린이집 졸업생이다. 작년엔 장난끼가 가득한 두 눈이 참으로 사랑스러운 아이였다. 그런데 올해 들어 분기마다 한번씩 밖에 보지 못하는 관계가 되었는데, 그때마다의 변화가 실로 놀라웠다.  그 남폭함과 상대무시하기란.

 

초등학교 1학년 남학생 앞에서 나는, 그러니까 굴욕감을 느꼈었었다.  

그런 감정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생각해야하는 걸까.

그 아이를 다음 분기에서나 만날 나는 이 숙제를 어떻게 풀어야하는지 모르고 덮어두었으니......

 

그 아이 엄마가 나에게 그 농을 걸 때(엄마는 참으로 서글서글하고 상냥하고 좋은 여자다), 이 자리에서나 고백할 수 있겠지만, 난 순간 정말 가슴이 철렁했다.

 

 

나중에 규민이가 어느 놈팽이를 데리고와서 결혼하고 싶다고 하면 어쩌나, 벌써부터 걱정이 든다.

내 눈에 놈팽이 아닌 놈은 있기나 할까만은.

이런 엄마의 심정을 규민은 얼마나 성가시면서 부담스러우면서 슬프면서 답답해할까.

그때가서 모녀전쟁을 치루지않으려면, 음-----------, 하고 난 결심한다. 규민이 스스로 놈팽이를 가려낼 수 있는 눈을 길러야돼. 그러나 대목에서도 나의 이십대를 떠올리면 힘이 쭉 빠진다..아이고....

 

아무래도 나는 아들을 키워봐야 할런가. 그래야 그들을 그들자체로 바라보고 진정으로 이해하고...사랑할 수 있으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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