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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민이 지금 다니고 있는 어린이집을 조만간 그만두게 되어, 당분간 인기 인사가 되었다.
여기저기서 밥 한 번 같이 먹자고 대기 중. (회사든 뭐든 그만 둘 때도 이런 적은 없었지. 정작 내가 당사자일 때는 어정쩡한 관계, 어정쩡한 끝맺음인데, 애가 당사자가 되니까 쌍방 친한 척 하기 편하다. 서운해, 아쉬워, 가지마, 가기 싫어, 보고싶어 어떡해.....가 쏟아진다. ) 그거 한 바퀴 돌자치니 수첩에 스케줄이 빡빡하다.
그래서 서둘러 스타트를 끊었다. 엊그제 토요일, 엄마둘이 백세주를 놓고 마주 앉았다.
하여 진탕 벌어진 수다 판.
애엄마들의 수다는 일단 무궁무진 이어진다는 특성.
각자 뒷통수에 무얼 담고 있는지를 까끌까끌하게 느끼지 않아도 통 크게 돌아간다는 특성.
역시 애가 중심이 되어주어 그런가보다.
나를 중심으로 얘기했을 때는..... 어디 그랬나.... 대화는 뚝뚝 끊기기 일쑤였어.
그래도 내 뒷통수에 무얼 담고 있는지 들키지 않아서 뚝뚝 끊기는 대화가 더 좋았다. 아니, 대화를 아예 갖지 않았지.
그 엄마와 나는 서로 애 키운 역사를 일단 꿰었다.
그리고 애 키우기 일반론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이런 애, 저런 애, 이런 케이스, 저런 케이스를 얘기하다보니, 어느덧 상통하는 진리가 있었던 것인데..... 그것은 feeling secure, 사랑이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모두 벼라별 어려움을 겪는다.
식사습관, 간식습관, 배변습관, 관계맺기,언어,학습,사회성,.... 모두 걱정 한가지씩은 다 하고 있다.
아이가 이런 어려움을 갖고 있을 때...
음... 이것은 말과 글이 다르다.
윗 글을 다시 보면,
'아이가 이런 어려움을 갖고 있을 때'...
평이하고 평이한 문장이다.
그 어떤 뒷말, 부연이 따르지 않는, 따를 필요가 없는.
그런데, 현실에서는 막상 그런 문장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어린이집에서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 아이를 말 할 때,
보통은,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 하는 아이...' 혹은 '사회 적응이 안되는 아이', '예민한 아이'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아이가 또래와 잘 어울리지 못 하는 문제를 갖고 있는 경우'라거나,
'아이가 사회적응의 문제를 갖고 있는 경우'라고 말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른들은, 문제를 보지 않고, 아이를 본다.
아이의 문제를 보지않고, 문제아를 보는 것이다.
그리하여 어른들은 문제를 고쳐보려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고쳐보려고 한다.
어린이집에 얼마전까지 논쟁의 중심이었던 한 남자아이(만 네살)가 있었다.
걜 두고 뒷얘기도 많았고, 앞얘기도 많았었는데, 어른들은 한참 쿵덕쿵덕 어쩌구 저쩌구 뒷얘기 앞얘기 하는 동안, 아이는 어느새 의젓이가 되어있었다.
매일 자정을 넘겨 퇴근하고, 주말이면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낚시와 축구를 다녔던 아빠가 변한 것이었다.
때로는 동화책 아홉권을 읽어주었다고 했다.
(동화책 읽기가 얼마나 힘든 노동인지 아시는 분은 안다. 세 권만 읽어도 지친다.)
사실 부모가 변하는 것이 가장 어렵다.
부모는 변하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변하라고 하는 일......
아이는, 먹여주고 재워주고, 병에 걸리면 낫게한다고 잘 자라는 것이 아니다.
아이는 잘 자라지 못 하면 어려움을 겪고, 그게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이것저것 문제거리다.
아이가 잘 자라려면 바로 사랑을 먹고 살아야하는 것이다.
자신이 듬뿍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feeling secure.
(요즘에는 애를 오냐오냐 키워서 버릇없다는 식의 평이 많지만, 그것은 죄다 사랑이 아닌 듯.
돈으로 대신 때우거나(나도 그런거 가끔하는데, 늦게 퇴근한 날이 많은 주말에 장난감 하나를 큰 거 사준다든지, 몸이 피곤한 날에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여놓는다든지...), 컨디션 좋은 날 무지 잘 받아주었다가 컨디션 나쁜 날엔 내가 짜증을 낸다든가, 식의 왔다갔다...)
이것이 바로 성장의 베이스라는 생각.
이것을 제대로 받지 못하여 그야말로 제대로 성장하지 못 한 경우, 문제는 어른이 되어도 계속 드러난다. 나의 경우가 그럴테고, 당신의 경우가 그럴 것이다.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
따뜻하게 성장의 베이스를 깔아주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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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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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고개 끄덕끄덕.부가 정보
벼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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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맘이 트랙백 걸어서 들어오게 됐습니다 ^^너무 잘 읽었어요.
먹여주고 재워주는게 엄마가 줘야하는 사랑의 전부가 아니라는거
저한테 필요한 말이에요, 지금. 직장에 다녀서 그런지 밤에 애 데리고 자는 것이 굉장히 큰 의미였나봐요. 집에 잠깐 다니러 온 시어머니가 그걸 건드릴려고 하면 파르르르 화가 나고 감정적이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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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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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손님들이 오셨었네, 청소 좀 싹 하고 있을걸. 머리꼴도 엉망인데..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