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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11
    엄마
    이유

엄마

골목 안에 박힌 음식점을 간신히 간신히 찾아가는 중.

엄마는, 내가 나가있을께,했다.

뭘 나와 다 찾았는데, 금방 갈테니까 그냥 앉아계셔,했지만,

몇 시간 만에 도착하게된 목적지를 앞에 두고

엄마가 앞에 나와 있으면 왠지 더 좋을 거 같다.

엄마가 날 기다렸다는..

엄마가 날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싶다는..

나도 엄마 보기를 기다렸다는..

나도 엄마를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싶다는..

 

저 골목 모퉁이를 돌면 원하던 그 음식점 간판을 단 출입구가 바로 보일것이다,라고 점찍은 그 모퉁이.

그 모퉁이를 돌자마자, 과연 엄마가 서성이고 있다.

짧은 곱슬머리, 회색의.

목이 드러나보이는 모자달린 티셔츠(그러나 캐주얼분위기는 아니고, 점잖은 분위기의 후드티?).

그리고 몸뻬지만 헐렁해서 몸뻬인지 넓은 건지 헛갈리는 바지.

그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끼고.

내가 이 쪽 모퉁이를 돌지, 음식점 출입구를 가운데 두고 저끝 모퉁이를 돌지 몰라 이 모퉁이 저 모퉁이 양 쪽을 다 살피는 모양새. 몸은 내 쪽 모퉁이에 가깝게 두고 고개는 저 쪽 모퉁이를 향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엄마의 뒷통수를 먼저 봤다.

그리고 엄마가 날 봤다.

 

엄마의 그 짜증스러운 찡그린 얼굴.

 

흉내를 내보았지만, 안된다.

경이로울 지경이다. 어떻게 그렇게 좁게 미간을 붙일 수가 있을까.

 

그 표정이 싫어 엄마한테 말한 적이 있었다.

 

주름살이 굳어 박히면 밉상이라고. 얼굴 좀 펴.

 

내가 늦게 온 게 짜증스러워서 저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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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뒤통수를 보면서 그 표정을 상상하였다.

조수석에 앉아있는 엄마의 뒤통수를 뒷자리에 앉아 보면서.

지금 또 그 좁은 미간을 하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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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전화를 걸면, 발신자 번호가 찍히는 아빠의 집 전화, 반드시 아빠가 받았다.

엄마는?하지 않아도 옆에서 바꾸라고 하던 엄마의 인기척 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엄마..

엄마의 그게 싫어.

그러지 않으면 안돼?

왜그래?

설겆이를 하며 엄마와 대화편 시나리도를 열 편도 넘게 쓴다.

 

 

오늘밤,

아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엄마는 내일 서울 오신대?하고 물었더니, 드디어 오늘, 엄마가 전화를 건네달랜다, 옆에서.

엄마, 엄마, 내가 미안해, 사실은 내가 미안해.

라고 말할 뻔 했다.

그랬으면 눈물이 덜컥 나왔을 것이다.

그랬으면 난 챙피할 것이다.

엄마 앞에서 엄마 때문에 우는 것이 난 왠지 챙피하다.

 

엄마,엄마, 큰엄마가 주신 동부 말야, 그거 아빠네 냉동실에 그냥 두고 왔거든.

그거 가져오느라 고생하지 말고 거기서 그냥 드시라고해.

응.응.그래.나도너한테 무슨 할 말이 있었는데..그래.응.그거였나보다,나도. 냉동실에 동부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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