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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현대인의 미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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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8/26
    일팍 이팍(4)
    이유

일팍 이팍

지난 금요일, 여름방학을 마치고 학교 개학을 하였다.

이 불볕더위에 방학연장하면 안되나. 안된다. 방학에도 학비를 내시는 부모님들을 생각하라.

학교에서는 2학기 편입식이 있었다.

여섯명의 아이들이 새로 들어왔다.

머리에 화관을 씌워주는 것이 우리학교 입학,편입식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되어버렸다.

화관을 쓴 아이들은 정말 특별히 이쁘다.

 

집에 돌아와 남편과 규민과 뒹굴이를 하면서 이 얘기 저 얘기하다가 오늘 편입식 한 얘기를 했다.

남편:입학생은 없었어?

나 : 입학은 년초에만 있지. 3월에만.

규민 : 입학이 뭐야?

남편 : 여덟살이 되어서 학교에 처음 들어가는 걸 입학이라고해.

규민 : 알 수 없는 중얼거림.

           잘 들어보니, 일팍, 이팍, 삼팍, 사팍, 오팍...이걸 십일팍 십이팍까지 하고 있음

 

일팍, 이팍, 삼팍, 사팍, 오팍, 육팍, 칠팍, 팔팍, 구팍, 십팍, 십일팍, 십이팍.....

 

왜 그걸 하고 있나, 생각해보니, '입학'을 소리나는 대로 '이팍'이라고 받아들인 것임.

 

아, 아이들의 이 무한한 그냥 받아들임!

사실 이때가 애들 외국어교육의 적기인 것은 맞는 것 같다.

소리나는 대로 그냥 받아들인다.

소리나는 대로 그냥 그대로 입으로 중얼중얼 하는 거다.

그래서 외국어 시나 노래를 외우기에 딱 좋다.

이것은 단지 외국어 학습에만 좋은 것이 아니다.

분명하지 않고 모호한 상태를 받아들이는 (참는) 연습이 되는 것이다.

분명한 상태가 될 때까지 마음이 불안하다. 이것은 현대인의 불행, 정신적 미성숙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미성숙의 극치임)

사실 분명하다고 하는 것은 무엇인가 말이다.

얇고 뾰족한 직선 하나를 얻기 위해 부드러운 곡선과 뿌옇게 그 공간을 채운 달무리의 빛깔을 버리는 것.

 

문제는 또한, 외국어 학습이라고 하면 온통 비디오나 테이프, 그리고 들어보면, 아침에 일어나 굳모닝, 수준의 것이라는 방법의 문제.

그 옛날 무식하게(?) 공자왈 맹자왈 외우고 또 외우며 한자 공부를 하였던 시절. 통째로 외웠던 문장들이 죄다 고전이었다. I am a dog, I bark.하는 문장을 통째로 외우는 저속함. 거기에 어찌 언어의 생명과 숨쉼이 살아있겠나. 

 

규민이는 집에 있는 자기 책을 다 읽고(우리부부는 어째 규민이 책을 잘 안 사게 된다. 규민이에게 무슨 책이 좋을지,를 생각하는 것 자체를 별로 하지 않고 있는 느낌이다.--나는.(남편은?)그래서 규민이 책이 스무권 될까? 책이 더 필요한건지 어떤건지 판단이 어렵다. 어린이집에서 읽고있기도 하고, 도서관에 가끔 가기도 하니...), 규민의 사촌오빠에게 물려받은 초등학생 저학년 동화책을 결국 넘보게 되었는데, 물론 글자를 못 읽으니 읽어달라고 해야하는 형편이다. 그렇게해서 며칠전 규민이가 읽게 된 책이 <집 없는 아이>였다.

그림도 많고 글씨도 크지만 무려 108페이지짜리이다. 이걸 어떻게 다 읽나, 읽다 지루해지겠지, 그럼 말겠지, 싶어 읽기 시작했다.

난 어렸을 때 이책이 너무 슬퍼 끝까지 읽지 못했었다. 

그리하여 읽다보니, 모녀가  <집 없는 아이>를 처음 읽는 호기심으로 점점 부풀어 올라, 나도 입에 침이 짝짝 마르면서 그 다음에 어떻게 될까?로 책을 놓지 못 하고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헥헥, 아이고 입 아파.

 

나는 너무 건조하게 읽나......누구는 책 읽어줄 때 슬픈 장면이 나오면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던데, 우리 규민이는 여전 또랑또랑한 눈. 그런데 나는 감정을 넣어 책 읽는다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책은, 원래 혼자 읽는 것이 목적인 책은 내용이 나에게 들어올 때는 건조하다.

규민이는 요즘 <집 없는 아이>를 데리고 갔던 할아버지가 부리던 원숭이, 조리클 재미에 빠져있다.

조리클이 길거리 연극을 하면서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잘난체를 하였습니다.'라는 문장을 몇 번 반복하여 읽어달라고 하더니 집에 있는 인형 하나를 조리클이라고 하고 담배를 뻑뻑 피우며 잘난체하는 짓을 하는 놀이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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