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에게 가는 길2

from 2005/07/22 19:18
그녀가 내게 보내준 이메일에는
간단하게 타야할 버스와 내려야할 장소만 적혀있었다.
언제 오라는 말도 없었다.
공항을 나와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았다.
그도 내 곁의 의자에 앉았다.

의자는 생각보다 차갑지 않았다.
하늘은 짙은 회색의 구름으로 덮여있어서
오후 1시라기 보다는 어느 시간에도 속하지 않는 것 같았다.
구름들 사이로 드문드문 보이는 연한 하늘색이 낯설었다.
다카하시 겐이치로의 '사요나라 갱들이여'를 생각했다.
헨리 4세가 죽을 때, 나는 너무 슬펐다.
자꾸 작아진다는 것...죽음에 가까워진다는 것...
몸이 썩어가는 것...내게서 지독한 냄새가 난다는 것...

254번 버스가 도착해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올라탔다.
공항에서 내리면 버스를 타거나 택시를 타거나
자가용을 탈 수 있다.
그는 내게서 조금 떨어진 뒷좌석에 앉았다.

셀로니오스 몽크의 피아노 연주를 들으면서
음습한 낯선 도시의 건물을 바라보자
이대로 버스에서 내리지 못하고 계속 살아야 할 것만 같았지만
곧 시내였다.
시내에서 또 버스를 갈아타야 했다.
버스는 한시간에 한대뿐이었다.
모르는 사람들이 낯선 얼굴로
줄지어 오는 버스에서 내리거나 또는 버스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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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22 19:18 2005/07/22 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