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8'에 해당되는 글 3건

  1. 우울 (2) 2006/08/03
  2. 의미 2006/08/03
  3. 게바라를 내 속옷에 (1) 2006/08/03

우울

from 우울 2006/08/03 13:15

또 생각한다.

대체 여기서 뭘하고 있는 건데?

 

명철하지도 못하고 실천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그냥 이런 나라도 받아들여주지 그래.

갈 곳도 없잖아.

 

그래. 갈 곳이 없다.

나와 같은 곳을 향해 가는 사람이 없다.

 

왜냐하면 내가 어디로 갈지 나는 모르니까.

 

사회성도 없는 주제에.

건전하지도 못하고.

조금만 건전하게 지내다보면 금새 지쳐버리는 주제에.

 

정답처럼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도 한편 무서워한다.

너무 정답이라니...이상하잖아.

 

그렇게 안사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한심해 하면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08/03 13:15 2006/08/03 13:15

의미

from 우울 2006/08/03 12:07

한 사람의 삶, 한 단어, 한 이미지는

진실한 하나의 의미만을 갖는 것이 사실은 옳은 것일까?

 

나는 언제나 그 지점이 마음에 걸려왔다.

모두가 다르기 때문에 모두가 하나의 기호로부터 다른 의미를,

심지어 모두가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조차 끊임없이 다른 의미를 갖게 되는 걸까.

 

헛갈려서는 안된다.

도덕의 잣대로 현실을 평가하면서 스스로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다고 믿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사실에 대해 도덕적 개입을 하는 것이 옳지않다고 주장하면서 마치 그것이 사실을 지키는 길인양 말하는 것도 위험하다.

 

사실이 무엇인가도 결코 알 수 없으면서 그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위험하다.

그리하여 결국 불가지론자가 되는 것 역시 위험하다.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 대해 타인과 소통함으로써

근본적 분리로부터 벗어나려는 노력은

그 분리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부터 너무나 인간적이고

인간은 인간화의 과정을 밟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믿는 나는

'인간'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인간'이 되어가는 '인간'이 얼마나 대단한가 놀랍다.

 

원숭이가 인간이 되었고(사실 이부분은 좀 믿기 힘들지만)

노예가 인간이 되었고 흑인이 인간이 되었고 여성이 인간이 되었고

이제 백인과 남성을 인간으로 만든 후

모두가 더더욱 인간이 되면

서로가 서로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되어서

 

SF 소설에 가끔 등장하는 나와 타인이 구분되지 않는 세계.

어쩌면 그것이 '인간'화의 궁극인 것일까?



나는 점을 보지 않는데, 그닥 알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닥 관심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혹시 맞으면 기분이 이상할 것 같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것이 사실은 심리적인 합리화에 불과할지도 모르기 때문에..기타등등

하여간 그닥 돈을 들일 마음이 안든다.

 

하지만, SF 소설은 읽는데,

그들이야말로 진정 예언자적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예언은 꽤나 현실적으로 대개 이루어져 왔다.

성경이나 노스트라다무스보다 훨씬 신빙성이 있다.

 

어쩌면, 그들의 상상력이

우리의 상상력보다 조금 빠를 뿐 비슷한 수준의 것이기 때문인 것일까?

 

우리가 다른 상상을 하면

'인간화'의 과정도 달라지고

예언자들의 상상도 달라져서

세상이 달라질까?

 

야옹.

윌리엄깁슨은 뉴로맨서의 세상이 지금 현재의 세상보다 더 무서운 건 아니라고 했지만

그점이 바로 무서운 점이다.

세상이 그냥 지금처럼 계속 무서운 것.

 

무섭지 않은 세상을 상상해야지.

할 수 있는게 그것 뿐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08/03 12:07 2006/08/03 12:07

게바라를 내 속옷에

from 불만 2006/08/03 11:35

"미제에 맞서 총을 들고 싸우다가 숨진 혁명가가 술이나 여성 속옷 광고에 모델이 된 꼴은 비극이다"

 

언듯 공감이 갈 듯 하지만

솔직히 굉장한 시대착오적이고 초라한 사고방식이라고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2006년 8월, 적어도 내가 사는 곳에서는.

 

자본주의는 '운동'을 이윤의 도구로 삼은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이윤의 도구로 삼은 것이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이미지를 이윤의 도구로 삼은 것'은

자본주의가 아니라 그 안에서 일하는 기획자들, 디자이너들, 작가들이다.

 

그들은

'혁명'을 비하하거나 게바라를 모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체 게바라의 강하게 반전된 얼굴 이미지가 너무 멋져서,

단지 멋진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그곳에 그 이미지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람들이 보면 멋지다고 느껴서 살 수 밖에 없는 것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그들의 철없음을 탓할 것인가? 도덕에 대한 무감각을 탓할 것인가?

고래부터 무언가 아름다운 것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은

도덕을 무시하고 아름다움을 지지해왔다.

그들은 진보진영만의 도덕을 따라주지도, 자본의 도덕만을 따라주는 것도 아니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룰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체 게바라의 반전된 얼굴이미지가 특별히 너무 아름답고 멋진 이유는 무엇일까?

모자에 붙은 별과 잘생긴 게바라의 얼굴이 너무 잘어울려서?

검은색과 붉은색의 대조가 조화로워서?

 

다른 누구도 아닌 게바라의 얼굴이 정말 멋진 이유는,

위에 적은 내용들도 포함되겠지만,

무엇보다, 뜬금없게도, 게바라가 정말 멋진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제 게바라의 아름다움은 진보진영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좀 더 보편적의미를 가지고 세상에 존재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붉은 바탕에 놓여진 게바라의 반전된 검은 얼굴에서

자기 삶에 대한 근본적인 저항을 막연하게 느끼게 된다.

게바라는 그런 삶의 상징이며,

기표만 남은 것같은 이 시대에도, 잡히지 않고 명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개개인에게 조금씩 다른 어떤 기의(의미)로 그 상징에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진보진영이 술병이나 스타벅스 잔에서, 심지어 여성속옷에서(여성속옷이 어때서?)

게바라의 얼굴을 발견하는게 가슴 아픈 이유는,

그들이 자기연민에 빠지기 때문이다.

 

진보진영이 게바라의 얼굴을 상품광고에서 발견하는 것이 가슴아픈 이유는

더이상 그들이 게바라의 의미를 자기것으로 만들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혁명의 상징인 게바라의 얼굴 이미지가 자본주의에 더이상 위협이 되지 않게 된것은,

자본주의의 잘못이 아니라, 바로 진보진영의 잘못이다.

 

자본주의가 이전 운동의 성과를 너무 쉽게 무시한다고,

진보진영에서 징징대는 것은 진보진영 스스로에 대한 모욕이다.

대체 누구에게 투정을 부리고 있는 것일까?

 

게바라의 얼굴은 아름답다.

나는 그의 얼굴을 곳곳에서 보는 것이 좋다.

 

자본론이 드라마에 언급되는 것은 웃기다.

이해도 못하면서 중얼대는 것이 그냥 재밌다.

 

게바라 본인에게는 정말 미안하다.

기분이 많이 나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가 이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그의 아내에게도 많이 미안하다.

그녀의 투쟁을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그의 얼굴을 모욕하지 않는 길은

이미지를 사용한다고 자본에게 징징대는 것이 아니라

자본에 대항하는 다른 힘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언젠가는 다른 세상의 술병과 내 속옷에서 게바라를 만나게 되었으면 좋겠다.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아 글에 빈곳이 너무 많이 보인다.

이 빈곳을 메우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겠구나....

그래서, 귀찮아서 그냥 두기로 했다.

 

될대로 되라지 췟, 퉤!

 

생각해보니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진보진영에서 자본과 상품과 그 내부의 다양한 종류의 노동자들을 구분하지 않고

통째로 묶어 '자본'이라 지칭하는 것이 기분나쁘다.

자본주의 내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의 노동이 소외되지 않고 가치있는 것이 되도록

어떻게든 노력하고 있는데,

그들이 세계를 변혁하기 보다 사사로운 자신의 노동,

그 누군가가 그렇게 숭고하다 했던 그 노동에 최선을 다하는 것에 대해

무시하거나 비웃는 것처럼 느껴져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6/08/03 11:35 2006/08/03 1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