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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31일>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정문 앞

3시부터 집회를 한다고 들었는데, 늦었다. 4시쯤 도착했다.

2백명남짓 모여서 집회를 시작했다.

정문은 콘테이너를 여러겹으로 막아놓았다.

콘테이너 너머에서 비정규지회 동지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구사대(?)가 마구잡이로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한다.

 

정문 왼쪽에 있는 주차장 쪽으로 가면 펜스 너머로 모여있는 비정규지회  동지들이 보인다고 했다.

우리는 일어나서 주차장 옆 펜스쪽으로 걸어갔다.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정규직 조합원들(그들이 바로 구사대란다...)!

순식간에 5백여명이 어디선가 나타나서 우리를 두들겨 패며 밀어내기 시작했다.

"우리 일주일째 일 못하고 있다"

"여기가 니네 땅이냐, 왜 남의 땅에 와서 이러느냐"

그들의 눈빛에서 살기를 느꼈다.

어떤 이들은 기아차비지회 방송차 위에 올라가 부셔버리겠다며 마구 짓밟았다.

카메라를 든 동지들에겐 수십명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두들겨 패며 빼앗으려 했다.

그들은 쏜살같이 달리며 우리를 밀어내고 팼다.

맨 끄트머리쯤 걸어나가던 나에게 그들은 계속 욕을 해대더니,

급기야 뒤통수를 후려갈기기까지 했다.

불과 몇 분만에 우리는 족히 몇 백미터를 밀려나 삼거리까지 쫓겨났다.

그 사이 공장 안에서는 비지회 동지들에 대한 폭력이 계속됐다고 한다.

 

우리를 우악스럽게 몰아낸 그들은 조끼를 입고 있었다.

뒷면에는 '노동해방'이라고 쓰여있다.

아....

한동안 공황상태에 빠졌다.

 

<9월9일>

 

계속 문자가 왔다. 뉴코아 강남점 집결.

엄마가 올라오신 뒤 한번도 같이 있어드리지 못했고, 엄마가 다음날 내려가신다고 해서

오늘은 엄마랑 같이 있을 작정으로 망원동 집에 있었다.

집회 못가는 게 내심 캥겼지만, 오늘 하루는 그냥...

엄마가 농수산물시장에 가자고 하신다.

차를 몰고 월드컵경기장 입구까지 오니,

우리가 갈 농수산물시장 오른편 홈에버 상암점.

전경차들이 즐비하고, 낯익은 행색의 동지들이 보인다.

가슴이 두근두근... 웬지 죄를 짓고 있는 듯 하다.

 

오른쪽 집회장을 두고 유턴, 농수산물시장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아휴~ 오늘도 경찰이 많네..."

시장 상인들이 하는 말이 들려오기도 한다. "집회 끝났나?"

빨리 그 자리를 뜨고 싶었다.

내가 홈에버에 들어온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얼굴이 화끈거리나...

 

집에 돌아왔는데, 문자가 왔다.

강남점 구사대들이 손도끼까지 들고 1천명 넘게 몰려와 동지들을 에워싸고 있다고...

 

아! 빌어먹을넘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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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0 11:24 2007/09/10 11:24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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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끝났다

2007/09/04 15:57

여름은 8월31일에 끝난다.

여름은 서서히 가는 게 아니라, 8월31일 밤에 끝난다.

가을은 서서히 오는 게 아니라, 9월1일 새벽에 온다.

내 여름은 8월31일까지다.

 

올 여름은 유난히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똑! 끝났다.

그렇다고 시간이 천천히 흐르지도 않았다.

시간은 쏜살같이 스쳐가는데도, 웬지 여름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튼 여름은 끝났다.

 

구지 계절로 따진다면, 난 이렇게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오는... 지금이 제일 싫다.

8월이 끝나고 9월이 오는... 지금이 제일 싫다.

 

이제부터 시간은 폭풍처럼 흘러갈 것이다. 그래서 12월31일이 될 것이다.

여름에 시간이 우뚝 멈춰서버렸으면 좋았을 것을...

그렇다고 여름에 행복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날이 가고 달이 바뀌고 계절이 흐르며...

점점 더 걷잡을 수 없어지는 게... 당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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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4 15:57 2007/09/04 15:57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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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애인)와 가족의 차이

 

친구(또는 애인)

- 같이 있으면, 특별히 재미난 일이 없어도 계속 같이 있고 싶고 헤어지기 싫다.

- 그러나 헤어지고 나면 그만이고, 안만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잊혀져간다.

 

가족

- 같이 있으면, 재미난 일을 해도 불쑥불쑥 짜증나고 헤어지고 싶다.

- 그러나 헤어지고 나면 한없이 마음이 짠하고, 안만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보고싶고 그립다.

- 그러나!!! 다시 만나면 짜증난다...

 

엄마가 올라오셨다... 흐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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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04 13:10 2007/09/04 13:10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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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또! 또!!!

자동차 시동도 안 끈 채, 키를 꽂아둔 채...

차 문 락을 걸고 내린 뒤, 씩씩하게 문을 꽝 닫았다.

늘... 문 닫고 0.1초도 안돼서...'이런~'

평균적으로 2달마다 1번꼴.. 보다 조금 더 자주 이런 일을 벌인다.

7월에 자동차보험을 갱신하기 전,

지난 1년 동안 차 문 열어달라는 데 긴급출동 서비스를 너~무 불러서,

급기야 기본서비스를 다 써버리고, 나중엔 한번 부르는 데 1만원을 내야했다.

 

열쇠가 있어야 하는 것 투성이다.

내 열쇠꾸러미엔

자동차 열쇠, 아파트 열쇠, 아파트 보조열쇠, 

사무실 열쇠, 사무실 셔터열쇠, 사무실 주차장열쇠...

 

열쇠가 아니더라도 온통 스위치나 잠금장치 투성이다.

 

집에 들어오면 불을 딸각 켜고, 컴을 꾹 눌러 켜고,,,

더울 땐 베란다 창문 잠금장치를 열어 창문을 열고,

뭐라도 데펴먹어야 할때는 가스렌지 또는 전자렌즈 레버를 돌리거나 스위치를 누르거나...

TV도 켜거나 끄거나,,,,

사무실이란 곳도 비슷하다...

컴 켜고, 에어콘 켜고, 창문 조임새를 확인하고,,,

 

툇마루...

툇마루가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

딱히 경계없는 집으로 돌아와서 가방이나 보따리 따위를 아무렇게나 집어던지고,

어떤 스위치나 잠금장치에 손대지 않고서도

툇마루에 털석 걸터앉아 두 다리를 대롱대롱 흔들며 콧노래 부르며 살고 싶다.

비오는 날은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숫물을 손바가지로 받으며 장난도 치고,

햇볕나는 날은 그늘진 툇마루에 벌렁 자빠져 간간히 부는 바람타고 낮잠도 자고,

때론 동무 하나 앉혀놓고 개다리소반에 된장이랑 고추, 막걸리 한사발 차려놓으면

것두 참 잼나고 맛나겄다.... 역시 한쪽 다리는 툇마루 밑으로 대롱대롱 흔들며...

아~ 그렇게 하고 싶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네.

지금은 컴퓨터 끄고, 전등 끄고, 문단속하고... 알람 맞추고, 머리맡에 핸드폰 두고,,,, 그러구 자야겄네....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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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31 02:13 2007/08/31 02:13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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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27일

2007/08/27 18:50

이틀 전, 8주기 추모식은 잘 마쳤다.

김종배동지는 8년 전 오늘, 비오던 날 세상을 떠났다.

추모식 날에는 거의 매년 비가 내리더니,

거의 처음이다 싶게, 지난 토요일 추모식 때는 비가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고 햇볕이 쨍쨍 내리쬐었다.

그러더니 오늘, 8월27일엔 어김없이 아침에 비가 후두둑 후두둑 떨어졌다.

 

세월이 흐를수록 떠난 사람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점점 추모식 전후로 압축된다.

추모식 준비하며, 추모식에서, 추모식이 끝난 뒤.

그래도, 추모식인데~

심상하게 건네는 한마디 한마디가 무척이나 서럽고, 속상하고, 때론 열받는다.

심상하게 술잔 부딪힌다 해서, 속도 심상한 건 아닐텐데...

나만 그런게 아니라 모두들 그럴텐데...

 

마치, 아무일도 없다는 듯, "너 무슨일 있냐?"라는듯한 말들이...

위로를 원한 건 아니었지만,

그냥, 뭐라 표현할 수 없이... 서럽다.

 

이렇게 여덟번째 추모식도 끝났고,

형이 떠난 바로 그날, 오늘도 지나간다.

 

하긴, 다 부질없는 기억 아니겠는가~

떠난 사람은 떠나고, 남은 사람은 남고, 그러다 남은 사람들 중 하나 둘 떠나는거지 뭐...

그 날짜 헤아리며 기억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대, 잘 가라~

 

 

## 부치지 않은 편지
- 시 정호승, 곡 백창우, 노래 김광석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다가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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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7 18:50 2007/08/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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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차가 된 닭장차

2007/08/24 22:36

장미꽃을 나눠주며, 닭장차에 꽂으라고 했을 때,

난 정말 이해할 수 없었고, 꽃이 아깝기도 했고,

이게 대체 무슨 짓인가 싶어서 꽃을 받았다가 다른 사람에게 줘버렸다.

그러나, 뉴코아-이랜드 조합원 동지들은 정성스레 그 꽃들을 받아들고 차에 꽂았다.

그 동지들에게는 그런 사소한 일에도 '소망'이 담겨있었던 것이다.

- 2007년 7월15일 뉴코아 강남점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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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4 22:36 2007/08/24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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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한 나날들...

2007/08/22 14:17

아직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는 거, 씁쓸한데...

이번에도 또...

 

이랜드투쟁 때문에 소집했노라고,

민주노총 지도부는 단위사업장 투쟁 때문에 대의원대회를 소집한 것은 민주노총 역사상 처음이라고 생색(?)을 냈다.

민주노총 관료생활 꽤 오래 했던 내 기억엔, 결코 처음이 아니고.

설사 처음이라 하더라도, '단위사업장 투쟁'이라고 말하는 그들의 사고체계를 이해할 수 없다.

단위사업장 투쟁을 안건으로 대의원대회를 소집했노라고 자랑할 일이 아니라,

이번 이랜드-뉴코아투쟁은 '단위사업장 투쟁'을 뛰어넘는 투쟁이라는 점을 강조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민주노총이 무기력하게 당했다고밖엔 볼 수 없는 '비정규직 살해법안'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마구잡이로 해고되고 있는데, 변변한 액션 한번 취하지 못하다가,

그 투쟁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조합원들이 직접 나섰다면,

그것을 차마 '단위사업장 투쟁'이라고 말하면 안되는 것 아닌가.

이번 투쟁은 전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이라고, 모두들 말하는데,

왜 민주노총 지도부만 그것을 '단위사업장 투쟁'이라고 하는가.

 

그래, 좋다. 그렇다 치자. 단위사업장 투쟁이라고 치자.

단위사업장 투쟁 때문에 대의원대회를 소집했다면,

대의원대회에 걸맞는 투쟁계획을 냈어야 한다.

그러나, 지도부가 제출한 안건은 구지 대의원대회를 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것들 뿐이었다.

돈 걷어주자. 계속 불매운동 하자. 추석 전에 집중타격해보자. 이 수준... 지금도 하고 있는 건데...

 

아무리 민주노총이 종이호랑이가 됐다 하더라도,

대의원대회 정도 소집했으면 '총파업' 정도는 결의해야 한다는 내 '상식'은 '오해'였다.

총파업은커녕,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조차 받을 수 없다는 지도부.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 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성원때문에 유회될 수 있으니,

'무조건' 안을 철회하라는 지도부.

그에 동조하는 대의원들.

 

결국, 성원이 안되는 것을 두눈 뜨고 보면서

그 허울좋은 '만장일치'라는 아름다운 '민주주의'에 갇혀,

민주노총 대의원 5백여명은 집행부 원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참 미련스럽다.

아직도 민주노총 회의 성원에 '희망'을 갖고 있는 거.

민주노총 지도부가 스스로 '총파업하겠다'고는 못해도, '총파업하자'고 제안하는 것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는 거.

지도부도 성원부족으로 유회에 대한 부담 때문에 '투쟁하자는 제안'을 전부 묵살할 수는 없을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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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2 14:17 2007/08/22 14:17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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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한한 세상

2007/08/16 11:35

아침 출근길 라디오에서 또 '학력위조'와 관련한 뉴스가 나온다.

오늘은 윤석화. 이화여대 안나왔다네~

더 웃긴 건, 이화여대가 윤석화가 거짓말하는 거 알면서도

유명하니깐~ '이대 출신'이랍시고 축제 때도 불러서 행사하면서 홍보하고 그랬다는구먼... 푸하하

 

더욱 재미난 건.

가깝게는 90년대 까지도 공장에 취직할 때,

고등학교까지만 나와야 하는데, 대학까지 다녔으면서 숨겼다는 이유로 징역살이를 했다.

'이력서 허위 기재/사문서 위조'...로 감옥행.

 

근데, 요즘 보니..

안나온 대학을 나왔다고 거짓말을 하면 교수가 되고 유명인사가 되네~

글타고, 안나온 대학 나왔다고 거짓말하고, 없는 박사학위 가짜로 만들어낸 사람들 다 감옥에 가두랄 수도 없고,

참 희한한 세상이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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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6 11:35 2007/08/16 11:35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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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무거워진다

2007/08/14 17:16

점점 무거워진다.

비구름이 낮게 깔린 것이 아주 무겁게 느껴지고,

언제 그랬냐는듯 쨍쨍거리는 햇빛 역시 무겁게 짓누른다...

 

몸도 무거워진다.

식탐만 늘어서 매끼 빌붙어 호사스러운 밥상을 벌리고

우적우적 쳐넣으니, 몸뚱아리가 무겁다.

팔뚝도, 정강이도, 허벅지도, 얼굴도 무겁다...

 

마음도 무거워진다.

해야할 일들은 계속 밀쳐두니, 등에 쌓인 짐이 무거워 허리가 휠듯하다.

안타까운 것들만 눈에 보이고,

난 가만히 있고,

왜 사나 싶어 식충이 같기만 하고...

노래도 있었지. "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

 

오로지 가벼운 건 머리뿐이다.

텅텅텅!!! 텅 비어있는 내 가벼운 머리!

가끔 두통이 찾아오기도 하지만, 그건 몸뚱아리가 무거워서 찾아오는 두통이다. 체해서 아픈 머리...

 

그저, 먹고 싶고, 마시고 싶고, 자고 싶을 뿐이다.

에그... 증말, 왜 이러구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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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4 17:16 2007/08/14 17:16
Posted by 흐린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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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봉희

2007/08/07 22:12

늙은 노동자가 운다.

비정규노동자가 울부짖는다.

주봉희가... 목놓아 통곡한다.

 

비정규투쟁 현장마다 어김없이 나타나 힘을 더했고,

온 몸을 다쳤으면서도 이랜드-뉴코아투쟁에 빠지지 않았던 노동자.

 

볼 때마다 아슬아슬... 마음이 무너지고 있는게 보였고,

울분이 가슴속에 다 차서 눈으로는 눈물로, 입으로는 울부짖음으로 넘쳐나는 것이,

내 눈에도 다 보이는데,,,

더 이상 그 포한을 덮어두기 힘들어하는 게 내 눈에도 다 보이는데,,,

 

비오는 오늘,

결국 그는 온 몸에 "박성수를 구속하라"고 쓴 채

그 높고 추운 곳에 스스로 올라갔다.

 

밑에서 할 수 있는 건,

올려다보는 것 뿐,,,

그가 목놓아 울 때, 내 눈에 흐르는 가볍기 짝이 없는 몇 방울 눈물이 빗물에 흘려 내려가기를 기다릴 뿐,,,

그리고,

더 솔직히, 그의 요구며 뭐며 다 필요없이, 박성수가 구속되든 비정규법안이 폐기되든 상관없이,

그가 무사히 내려왔으면 좋겠다는 생각 밖에는...

 

주봉희는 내려왔다.

3시간동안 쏟아지는 비를 온전히 맞은 그가 내려왔다.

말리지 마라며 칼을 휘두르고,

"이랜드 박성수를 구속하라"는 현수막 끈을 붙들고 있던 그가 내려왔다.

 

여전히 '분노'가 그의 몸과 마음을 휘감고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우리는 그를 끌어내렸고,

그가 내려온 뒤,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는 여전히 목놓아 울고 있는데,

주봉희는 여전히 마음속에 있는 분을 다 토해내지 못했는데,,,

주봉희가 분한건, 주봉희만의 분노가 아닌데,,,

 

웬지 '주봉희' 뒤에 뭐라고 붙여야 할지 먹먹해졌다.

동지도, 부위원장님도, 위원장님도, 부질없어졌다.

다 필요없다.

'주봉희'! 우리는 그를 잘 알지 않는가.

그가 왜 그러는지도 잘 알지 않는가.

우리의 비정규직 노동자 주봉희! 활동가 '주봉희'!

그의 울분, 그건 고스란히 우리 것이고, 또 우리의 울분이 고스란히 주봉희 것이 아니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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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07 22:12 2007/08/07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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