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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한테 이런 이메일을 받고 울었다.

즐겨마셨던 커피의 병바닥까지 탈탈 털어 간신히 한잔을 만들어

마지막을 음미한다.

설마설마 하면서...

언젠가는 하면서...

너를 바라봤던 것 같다.

선배로써 뭐 하나 제대로 해주지도 못했지만

그저 안타깝게 바라보기만 했었던것 같다.

 

머리속에 든 지식도

가슴에 품은 열정도

사람관계를 맺는 품성도

지혜로운 삶의 방식도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는 네가

그래도 변화를 꿈꾸며 들어온 여기에서 네가 겪었을 여러 겪었을 일들...

한숨과 회한, 고통과 상처들이

희망의 시작이 아니라

삶의 질곡으로

너를 지금까지 끌고 왔을 생각을 하면

가슴 한편이 아리다.

 

애당초 운동이란 것을 저버린지 오래됐지만

조직에 별 저항없이 수긍하고 살아가는 나도

스스로 안타깝기도 하다.

 

운동 정리하고

나를 찾는답시고 떠났던 몇개월간의 중국여행이

어쩌면 나에겐 오히려 더 삶을 운동적으로 바라보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론

거대한 담론보다는 일상에서 내 몫만큼만 하고 싸우며 살아서.

 

난 너의 예민한 감수성이

운동이라는 이유로 등안시 되거나 소홀히 네 스스로에 취급당하지 않았음 좋겠다.

운동이 스스로의 변화라는 구태의연한 이론을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네가 바라는 것

네가 좋아하는 것

네가 하고 싶은 말들

그렇게 너의 감정들을 원색적으로 표현하면서

감정들을 안으로 삭히는 그런 일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내가 너를 잘못 이해한 것이면 좋겠다만...

난 너의 그 인간애가 참으로 부럽다. 말을 예쁘고 재치있게 하는 것도.

모두 운동의 대중성을 염두에 두며 스스로를 훈련시킨 것들이라 할지라도...

그런데...

네가 아프다니까...

한번쯤은, 아니 이제 그런 것들 모두 버리고

정말 네가 원하는 것, 네 감정이 시키는 것들을 하며 살라고 말하고 싶다.

한고비 한고비 넘는다는게

퇴보가 아니라 성장이기를 바라면서...

 

못난 선배가

잠이 안와 몇 자 적어본다.

네가 행복해지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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