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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쿨하지 못하다

오랜기간 별거를 정리하고 이혼을 결심했다. 더 이상 신뢰도 애정도 없는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무의이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부모님을 깊은 상심에 빠뜨렸으며 형제들과 동기동창을 혼란스럽게 했으며 무엇보다 내가 큰 상실감에 빠졌다.

부부라는 관계는 인간관계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관계 중 참으로 복잡미묘한 거 같다. 과도하게 밀착되어 있고 미래라는 시간을 담보하고 있고 육체적 친밀감까지 겹쳐진 참으로 총체적인 관계이다. 게다 한국사회의 봉건성과 가부장제까지 버무려 놓으면 참 복잡스럽기도 하다. 이 관계를 불신과 실망으로 마무리할 때 왜 상실감이 안 느껴지겠는가.

그런데 솔직히 고백하건데 좋기도 했다. 딱 내가 감수해야 할 만큼의 더티한 가부장제에서 해방될 수 있었으므로. 이 해방을 배우자가 함께 꿈꾸어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는 나는 인정하지 못하는 자기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했다.

싱글로 돌아오는 길은 생각 이상으로 험난했다. 어휴..썅...정말 신경쓸 게 많았다. 그리고 난 지금 안정되어 간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모르게 씩씩한 척하면서 나만의 애도기간을 거쳤다.

그런데 ...한통의 전화가 나를 hot하게 만든다.

2년만엔가 전화한 동기...너 남편 동문회지(우리는 같은 학교 출신이었다)에 일을 어디서 하고 둥지를 어디로 옮겼다고 써있던데 어디로 이사간거야?

쿨할 수가 없다. 겨우 전화를 끊고 부글부글 또 끓어오른다.

썅넘이 같이 있을 때도 그리 고생시키더니, 좀 유예기간을 가지면 어떻다고 동문회(동창회가 아니라 민주동문회임)까지 출현해 지랄이냔 말이다. 아예 갈라섰다고 전제를 하고 소식을 싣던가. 난 보구 싶은 선후배도 연락끊고 사는데...하여간 기득권 가진 것들이 항상 이긴다.

어찌나 유명하신지 엠비악법 국회저지할 때 그 육중한 몸으로 텔레비전에 출현하셔서 나한테 폭력을 휘두르려 할 때처럼 날쌔게 굴어서 인구에 회자됨으로 인해 나를 괴롭히더니...

 

휴...난 왜 헤어졌다고 오랜만에 연락온 오래된 친구에게 말하지 못했을까.

이 블로그를 신성하고 성숙한 성찰과 날카롭고 현명한 인식으로 채우고 싶었는데.

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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