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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일기_20200612

hongsili님의 [도시농부일기_20200527] 에 관련된 글.

 

작업 전날 미리 내려가서 저녁 10시 취침....

 

화장실 다녀오는 길에 내 손바닥보다 더 큰 개구리인지 두꺼비인지랑 마주쳐서, 일도 시작 못하고  심장마비로 사망할 뻔...  ㅡ.ㅡ  생각해보니 벌레만 싫어하는게 아니었어.

일단 절지동물문이 다 싫음. 자연계 생물종의 80%를 차지한다는데 ㅋㅋㅋㅋ 거미, 곤충, 갑각류....  그나마 갑각류가 좀 괜찮은 것도 같지만 막상 랍스터도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냥 벌레 확대 구조 아닌가말여..

게다가 척추동물문 중에서도 양서류와 파충류 강도 싫음 ㅋㅋㅋ  현존 생물 종의 절대 다수를 싫어하는 농부라니 ㅋㅋㅋ 그렇다고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진균류를 좋아하냐 그것도 아니고.. 어류, 조류는 좋아하나, 이것도 뭐 특별한 호불호야 없지만 닭은 눈 마주치기 싫음 ㅋㅋㅋㅋㅋㅋ 랩터의 후예.. 뭔가 사악해 보인다....

 

실물 자연보다는 아텐보로 영감님이 해설해주는 BBC 다큐로만 자연을 접하고 싶은 농부의 마음이라니 ㅋㅋ

 

하여간... 놀란 마음 붙잡고 잠을 청하여 새벽 5시 기상, 작업 시작

 

세상에.. 하루가 다르게 밭이 변해간다. 가지도 쑥쑥, 지난 번 심은 겨자채와 샐러리, 수박도 잘 자라고 있당.. 샐러리와 겨자채는 이제 이름표 없어도 알아보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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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샘이 지난 겨울에 심어놓으신 양파와 마늘 수확..  그나마 양파는 괜찮은데 마늘은 정말 뿌리가 얼마나 단단하게 박혀 있는지 그냥 호미로 살살 파낼 수가 없음. 쇠스랑 같은 걸로 땅을 깊숙이 뒤집어 엎고 호미로 살살 털어내며 뽑아냄...  랜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일부 마늘은 씨앗을 키우며 크게 자라서 일단 씨앗을 받아볼 요량으로 남겨둠

뽑아낸 양파와 마늘은 바로 흙을 털면 잘 털리지 않아서 일단 두둑에 잠시 말리고, 아침 먹고 와서 수레로 옮김...  자랑 삼아 서울 사람들한테 사진보냈더니 어디 끌려갔냐는 다급한 답문자가 옴 ㅋㅋㅋ

양파도 마늘도 시중에서 파는 것처럼 알이 굵지는 않은데 향이 엄청 강함.. 지난 번에 양파 가져가서 맛 봤는데 진짜 맛남... 보관도 꽤나 오래할 수 있음. 이번에도 양파와 마늘 수확한 거 싸왔음.

마늘 심었던 자리는 이미 흙이 다 갈아엎어진 상태라 물을 충분히 주고 선비잡이콩(?)과 제주 푸른독새기콩(?), 이름모를 까만콩을 심음..  이것도 여섯 두둑이나 심었음 ㅋㅋ 선비잡이 콩은 이름이 웃긴데 찾아보니 과거보러 가는 선비를 잡아 앉힐만큼 맛난 콩이라는 뜻 ㅋㅋㅋ 뭐 이런 뻥쟁이들 같으니라구...  어디 두고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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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일을 시작했고 날도 약간 흐린 편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정말 어찌나 무덥고 땀이 나는지... 그늘에서 좀 식힐 겸 (?) 언덕에 올라 매실 수확...  아래쪽 가지에 달린거 열심히 수확한 다음에 비탈길에 삼발 사다리 놓고 올라가서 매실 따고 가지치기 하니까 진짜 농부된 것 같은 느낌적 느낌....  귀여운 꼬랭이가 응원하려 옴 ㅋㅋㅋㅋ  사다리  인증샷 하나 남겼어야 하는데... 아쉽네...

내가 농활 가서 과수원 일 할 때도 사다리는 안 올라갔었는데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싶음 ㅋ

영농 작업하다 산재 사고 왜 나는지 알겠음 ㅋㅋㅋㅋㅋ 뼈가 부러질 것 같지는 않은데 떨어지면 온 몸이 다 긁히겠구나 싶었음.

나무 겨우 네 그루인데 커다란 바구니로 한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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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밭으로 내려와 이제 토마토, 오이, 수세미 같은 작물 지지대 고정하고 머리결 다듬어주기 ㅋㅋ

할아버지께서 그물망 설치를 늦게 하셔서 오이가 다 바닥에 깔려 있음.. 이러면 벌레가 파먹거나 썩는다고 함... 줄기 다듬어서 올리고 그물에 연결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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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울토마토, 흑토마토도 벌써 꽤 큰 열매들이 달려 있는데, 키가 큰 만큼 윗 가지를 지지대에 붙여서 고정해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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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미도 이제 좀 자라서 김 매주고 지지대 세워 줄기 올려줌.. 이쪽 두둑은 멀칭을 잘 했는데 잡초들이 엄청나게 올라와서 그거 다 뽑느라고 땀뺐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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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이른 봄에 심었던 완두콩은 벌써 수확철...  이것도 얼마 되겠나 싶었는데 쪼그리고 앉아서 다 따고 보니까 한 상자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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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한 송이 안에서 몇 개씩만 시차를 두고 익어가는 블루베리 나무들을 돌며, 열매 채취...

저 푸른 안토시아닌을 보라... 저절로 눈이 맑아지는 느낌 ㅋㅋㅋㅋㅋ

아니 이렇게 매일매일 새롭게 열매가 익어가면, 한동안은 매일 따먹을 수 있다는 거잖아!!!

정착 농경인에 비해 수렵채집인들이 의외로 영양상태가 좋고 노동강도가 낮았다더니 무슨 소리인지 알겠네 그려... 서울 집에도 심고 싶은데,  아무래도 밭에 심은 것만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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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마치고 샤워하고 온 싹 다 갈아입었는데도 열기가 좀처럼 식지를 않음 ㅋㅋㅋ

은근히 노동강도가 빡세서 점심 먹는데 손이 후들거려서 젓가락질을 못하겠더라구 ㅋㅋㅋㅋ 나물을 집지 못했다니까... 물 가지러 가는데 의자에서 다리가 안 떨어져서 손으로 들어 옮김 ㅋㅋㅋㅋㅋ

배는 엄청 고픈데 밥도 반공기밖에 못먹음.... 식혜만 한 사발 드링킹...  이제 작업할 때 그냥 맹물이 아니라 뭔가 매실차나 식혜 같은거 들고 나가서 먹으면서 해야겠음 ㅋㅋ

 

다음에 내려갈 때 쯤이면 감자를 캐야 하지 않을까 싶음.. 그 때까지 블루베리 더 남아 있으면 좋을텐데 ....

아우 근데 상업적으로 단일작물 농사는 정말 어려운 일인 거 같음. 온 몸의 관절과 근육이 남아나지 않는 느낌....  (정신줄도 덩달아)

하루가 지났는데도 안 아픈데가 없다구 ㅜ.ㅜ 저녁에 돌아와 씻고 그냥 다이...

겨우 요 정도 도시 농부의 삶도 너무나 고달프다.... 

 

* 자연의 신비 추가

블루베리만 신기한게 아니라 수국도 신기한 식물임. 꽃이 처음에 약간 연두색에서 시작해서 아이보리 색으로 갔다가 이제 점차  진한 핑크로 진화.... 진화하는 포켓몬도 아니고 우째 이런 일이 있나 몰라..

심지어 작년에는 꽃이 하나도 안 피고 지나갔는데 올해 이렇게 탐스럽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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