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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보건의료개혁...

사실, 지금 보고서 땜시 정신이 없는데 시간 지나면 까먹을 것 같아서 몇 자 끄적..

 

요즘 하버드 보건대학원에 와 있는 동아시아(한,중,일,대만) 펠로우들이 모여 2주에 한 번 정도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첫 시간에는 김창엽 샘이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의 역사와 변화를, 둘째 시간에는 대만의 Rachel이 single payer system을 특징으로 하는 healthcare reform을, 그리고 오늘은 중국의 Lyning 이 역시 최근에 이루어진 healthcare reform 에 대해 발표를 했다. 

이미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동아시아에 정말 이 정도로 무지했나 하는게 마구마구 반성이 되는 그런 시간이다. 돌아보면, 미국이나 영국의  질병 분포, 의료제도에 대해서는 어쩌구저쩌구 (물론 그것도 잘 모르면서) 하면서 막상 붙어있는 옆나라, 그리고 상당부분 경험과 역사를 공유한 사회에 대해서는 어찌 이리도 모를까 한심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서양의학 교과서와, 서양의 사회과학 이론들을 고금의 진리로 공부해온 탓이라고 하기도 민망하고....

 

어쨌든 오늘 새롭게 알게 된 중국의 상황은 충격과 경악 그 자체였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내가 그동안 알고 있던 것과 달라서 놀란 건 아니다. 진실을 말하자면, 내가 알고 있는 중국의 모습은 "중국의 붉은 별", "한알의 불씨가 광야를 불사르다", "모순론" 과 아니면 구음진경, 규화보전 따위가 아니던가...

 

 



중국혁명이 일어난 이후  상당기간 동안(90년대 후반까지), 소위 의료보험은 정부 피고용인들- 즉, government officials & normal workers (국영산업체에 정식으로 고용된 노동자를 이렇게 부른단다 ㅜ.ㅜ 그럼 abnormal worker는 뭐야..)에게만 적용이 되었단다. 인구의 15%... 이 프로그램의 이름이 "socialization medicine"이란다. 그리고 현재는 인구의 50% 미만을 차지하고 있지만 어쨌든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농민들(혁명 직후 거의 80%)은 그냥저냥 방치되다가 68년에야 협동조합 형태의 보건의료체계(양과 질에서 모두 부족한)를 만들고 우리가 예방의학교과서에서 배웠던 "맨발의 의사"들이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럼 나머지 인구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어린이, 노인, 여성, 그리고 정식 고용되지 않은 노동자들은 아무런 사회보장 수단이 없었단다. 놀랍지 않은가... 그 힘든 대장정을 끝내고 농민과 노동자의 힘으로 건설된 나라에서 이게 무슨 변고란 말인가? 놀라운 것은, 이런 상황에서도 별로 사회적 요구가 없었단다 (사실 이건 대만, 한국도 마찬가지다. 건강 문제가 주요 이슈가 된 적이 없고, 건강보험제도의 변화도 상당부분 정부가 주도권을 행사하지 않았나. 물론 대만과 한국 모두 특별한!!! 사연이 있었지... 체제 경쟁의  파트너가 있었으니 ㅎㅎㅎ).

 

그러나... 세월은 흘러흘러 socilization medicine 의  부담이 커지고, 민영 기업들이 증가하고, 또 이들이 세금 내는 걸 싫어하고, 사람들은 도시로 밀려오고(farmer worker: 농촌에서 도시로 온 이주노동자, 대개 임시직, 불법적 지위)... 여차여차 하면서 결국 중국도 개혁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으니....

 

98년에 도시지역을 중심으로 한 개혁은 고용주들이 보험료의 80%를 내고, 피고용인들이 20%를 부담하는 "건강보험"의 형태를 띈다.  이 돈을 정부가 모두 모아서, 일부는 savings account (1년에 1인당 100불)를 할당하여 이걸로 외래 이용을 하게 하고, 나머지는 병원 서비스의 급여에 할당한다. 한편, 농민들을 위한 제도도 바뀌는데 중앙정부, 지방정부, 농민 이렇게 3자가 보험료를 내서 "New countryside Health system"을 운영하기 시작했단다. 물론 과거에 비해서 급여의 범위와 폭이 많이 넓어졌단다.

 

바뜨...

보건의료에 대한 정부 지출은 줄어만 갔고(2001년 현재 37.2%),  당연히 보건의료기관들은 알아서 살 길을 찾아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제약 산업에 의한 로비와 리베이트가 판을 치게 되었고, 의사들은 이들의 지침을 충실히 따라 좀더 고가의 서비스와 고가의 약을, 환자들은 점점 더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되었단다 (다른 사람들이 이 부분을 잘 이해못했는데, 나와 김창엽 샘은 단박에 이해해버렸다. 왜일까 ㅎㅎㅎ).  어디 그뿐이랴.. 민간 기업주들이 보험료 못 내겠다고 사보타지를 하고, 정부도 실업률 상승을 우려하여 보험가입을 강력히 쪼아대지 못할 뿐더러, 심지어 지방 정부조차도 농민을 위한 보험료 부담을 기피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다보니, 일반 대중은 물론 특히 농민, 실업자, 아동과 부양 가족들(중국은 보험 가입이 개인단위라서 다른 부양가족까지 포괄하지는 않는단다)은 보건의료 체계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단다. 이게 reform 이다. .....대개, 아무리 가난한 나라라도 어린이나 노인을 위한 프로그램(그것이 무늬만일지라도)을 가지고 있기 마련인데....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렇다고 너네 나라 진짜 웃긴다고 말하는 것은 동방예의지국민의 태도가 아닌지라... 발표 잘 들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나의 감정은 좀 복잡하다. 허나, 영어 수업에 가야할 시간인고로 나중에 다시 컴백하여 정리해야겠다. 며칠 전에는 미국의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강의를 들었는데, 그에 대해서도 좀 정리를 해둘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Kaplan의 사회역학의 미래(?)에 대한 논문도 한국 상황과 관련하여 좀 정리해야 하는데... 일단... 이번 주는 보고서의 한 길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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