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비바람 속에서...

서울만큼 폭우가 쏟아진 것은 아니었지만,

비'바람'만큼은 장난 아니었다.

 

#1.

 

퇴근 길에, 유등천 위로 힘겹게 날고 있는 하얀 새 두 마리를 보았다.

우산 들고 휘청거리는 다리위의 사람들만큼이나, 제 한 몸 가누기 어려워보였다.

 

며칠 전, 선물받은 문화상품권으로 책을 몇 권 주문했는데 사은품으로 딸려온 공지영 씨의 친필 (을 인쇄한) 엽서에 이런 글이 쓰여 있었다.

 

"세계가 거짓말을 하는 날들이 있고

 세계가 진실을 말하는 날들이 있다.

 세상을 바꾸려는 게 아니라

 세상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싸우는 것이다."

 

비바람 속에서 날아오르려 애쓰던 하얀 새의 모습은 이 문구의 메타포.... 

 

#2.

 

오전 나절에, 한국전 당시 공주 인근에서 자행된 집단학살 유해발굴 현장에 다녀왔다.

대전을 출발할 무렵에는 비가 걷히는가 했더니, 계룡산을 지나면서 장대비가.... ㅜ.ㅜ

흙탕물이 개울을 이루고, 토사가 무너져내리는 산길을 10분 정도 올라가면 현장이었다.

매우 그로테스크했다.

 

영문도 모르고 줄지어 결박당해 총살을 당하고,

60여년의 세월 동한 저렇게 나란히 누워 구천을 헤메고 있었을 영혼들을 생각하면 짠하다기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인간이 인간에게  이리도 잔인할 필요가 있을까? 왜?

 

 

지난 첫 지리산 둘레길에서 마주친 산청-함양 집단학살 추모관에 보면 해방 전후 전국에서 이루어진 각종(!) 민간인 학살 기록이 주~욱 나열되어 있는데, 사건 이름만으로도 벽 한 면을 채우고 남았다.

아마 희생자 이름으로 나열한다면, 팔만대장경을 집필할 수도 있으리라.....ㅡ.ㅡ

 

 

현장에서 유골과 함께 발견된 탄피와 탄창...

 

 

역사는 기록하는 자의 것이라고 했다.

잊지 않기 위해, 반복하지 않기 위해 역사는 기록되어야 한다.

 

그러나 과연 요즘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과연 우리 사회가 과거로부터 어떤 배움을 얻고 있기는 한건지 의심이 된다. 저 이성없는 학살의 현장이, 오늘날에도 충분히 재현될 수 있을 거라는 불안이 가시질 않는다.

 

온통 찌뿌린 하늘, 몰아치는 비바람만큼이나 내 마음도 스산한 하루....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