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어려운 책, 애매한 책...

도서관 반납 때문에 허둥지둥 정리...

사무실에도 몇 가지 정리할 책들이 곱게 쌓여있는디...

기록이 없으면 기억도 없어지는 처참한 현실을 몇 번 경험하고 짧게라도 독후감을 꼭 남겨두려 하는데 이것도 쉽지는 않아...

 

 

#1. 테리 이글턴 [반대자의 초상]

 

반대자의 초상 - 지젝부터 베컴까지 삐딱하게 읽는 서구 지성사
반대자의 초상 - 지젝부터 베컴까지 삐딱하게 읽는 서구 지성사
테리 이글턴
이매진, 2010

 


언론의 리뷰가 하도 좋길래 빌렸는데, 황새 쫓아가려다 다리 찣어진 뱁새 꼴이랄까...
비평 대상으로 삼고 있는 대상과 배경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어서 도무지.. ㅡ.ㅡ


딱히 텍스트를 구구절절 참조한 것만은 아니기에
꼼꼼하게 읽어보면 굳이 비평 대상 아니더라도 그 자체로 좋았겠지만

일단 흥미가 떨어져서리....

그나마 백만년 전에 세미나했던 프랑크푸르트 학파,

재작년에나 읽었던 데이비드 하비에 대한 이야기 정도만 어렵사리 이해...
저작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워낙 유명하고 난해한 인용문들 때문에 이름만 알고 있는 스피박에 대한 비평 약간 이해... 그녀의 글이 지나치게 어렵다는 건 나만의 생각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 것이 최대 수확이랄까...

한 10년 지나도 이 책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뭐 꼭 그래야 하는 것도 아니고... (여우와 신포도)

한 가지 궁금점... 이 책에 대한 호평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다들 참 유식하구나.... ㅡ.ㅡ
 

#2. 문제적 저작 [세계시민주의]

세계시민주의 - 이방인들의 세계를 위한 윤리학
세계시민주의 - 이방인들의 세계를 위한 윤리학
콰메 앤터니 애피아
바이북스, 2008

 

"시민"이 스스로 충성을 맹세한 특정 폴리스에 속한다는 것에 비해,
"세계시민주의"는 코스모스 (우주)에 속함으로써 모든 시민이 여러 공동체 중 하나에 속해야 한다는 전통적 관점을 거부... !

내가 지향하는 '나라없는 사람' (보네커트의 에세이집 제목이자, 아인슈타인이 실제로 10대에 성취했던 놀라운 업적)에 대한 설명과 사람들의 궁금함, 고민의 지점들을 차분히 설명해주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


어쩌면 가장 기본적 의심은

추상적 개념인 인간의 이름으로 구체적 대상에 대한 충성과 애착을 포기할 수 있냐는 것..

쫌 황당한 에피소드라면,

'인류의 친구이지만 그와 관계있던 모든 사람들의 적'이라고 평가받은 미라보는
'인간의 벗'을 집필하느라 아들이 투옥되는 걸 알지 못했고

연민을 인간의 본성으로 이야기한
루소는 다섯 아들을 고아원으로... ㅡ.ㅡ

다른 사람의 삶의 방식에 대한 철저한 무지는 강자의 특성이라는 말에 절대 동의!!!

 

윤리와 도덕에 대한 상대주의가 진리라면,

결국 '내가 서 있는 곳에서는 내가 옳다. 그렇지만 네가 서 있는 곳에서는 네가 옳다'로 끝나고

그러면 대화는 불가능해짐

흔히 상대주의가 우리를 관용으로 이끌 것이라 생각하지만
서로에게 배울 수 없다면 대화는 무의미하고

상대주의는 대화를 장려하기보다 침묵하게 만든다는데도 역시 동의!

우리가 하는 웬갖 특이한 습속들의 이유는 어떤 특별한 근거가 있다기보다

대부분 우리가 '평소에 하는 일이기 때문'
이를테면 동성애자에 대한 관용성이 높아진 것은 합리적인 견해를 찾거나 사회적으로 합의가 성숙해졌다기보다 단순히 익숙해졌기 때문일 수 있음...
이는 반드시 뭔가 합의에 도달해야 서로를 인정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줌.

또 일치하지 않는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시사...


인류학의 교훈이라면,

이방인이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존재라는 점을 인지하고

사회적 삶을 공유하면 호불호를 떠나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

나의 진리를 세계 보편으로 만들겠다는 보편주의의 위험성 지적에는 동의.
그리고 단 하나의 보편적 진리라면

모든 인간은 다른 모든 인간에 대한 의무가 있다는 것... . 즉 모든 사람이 소중하다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 모든 차분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불편한 지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분쟁의 근원이

율법에 철저한 무슬림과 유대인 모두 예루살렘성전과 특별한 관계를 가진다는 것 때문?
장난하셔???


마찬가지로, 문화제국주의가 주변부 사람들의 의식을 구성한다는 담론은 타자를 무지렁이로 취급한다는 비판에 일정부분 동의하지만, 만일 그러한 영향이 전혀 없다면 다국적 기업들은 왜 그리 결사적으로 주변부 시장 공략에 나서나? 맥도널드가 저개발 국에서 서구적이라는 이유로 인기를 끄는게, 기업 본사에서조차 결정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라는 것이 과연 적절한 설명?

사람들은 알아서 재량껏 상품을 고르고 산다고???

.
또 국가성립 100년밖에 안 된 나이지리아,

아무 기여한 것 없는 이집트 후손들이 조상들의 문화유적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는게 어불성설이라는 이야기는 미치겠음...
모든 유물을 돌려받은 현실적인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약탈당한 유물이 반환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도대체 뭔 소리임?
특히나 식민지배와 관련된 약탈과 착취를 이리 간단하게 말해도 되는 것이여?

한편 '무슬림이 아닌 우리같은 사람들이...'라는 표현 자체가 무슬림을 타자화...

대부분의 내용이 성찰과 깊은 윤리적 기반을 갖고 있는데 비해

막상 정치경제학적 문제들에 대해서는 어찌나 리버럴하신지....

기묘하게 흥미롭기도 하고, 위험하기도 한.. 애매한 책이라는 생각...

 

이런 건 여럿이 함께 읽고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거 같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