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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5
    한국의 뜨거운 여름(1)
    김산

한국의 뜨거운 여름

 

자본주의의 악성 종양과도 같이 점점 커져가는 지구온난화로 한국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억압받고 착취받은 평범한 사람들의 분노와 저항도 이 나라를 뜨겁게 달구어 오고 있다.

 

짜고치는 고스톱

짜고 치는 고스톱은 눈에 안보이면 사실 할 말이 없지만, 눈에 훤히 보이면 욕 밖에 안나오는 게 인지상정이다. 결국 MBC 100분 토론에서 한 시청자는 '이명박이 죽으면 떡 돌리겠다'는 말로 그 노골적인 민심을 토해내고 말 정도였으니, 상황은 국회를 단독 개원한 한나라당 자신이 느끼는 것 보다 훨씬 더 심각할 수도 있음을 보여 준다. 물론 한 개인의 격앙된 감정이 제작진과 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것일 수도 있다. 사실 당사자도 그리 해명하였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각계의 시국선언의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는  '민주주의, 위기인가'라는 제하의 토론프로그램에서 튀어나온 말이라는 맥락을 고려한다면, 이미 그의 분노는 시국선언을 한 지식인 노동자 학생들의 그것들과 다를 바 없음을 보여준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짜증

문제는 이 짜고치는 고스톱의 멤버들, 그러니까 보수언론이 동뜨고, 청와대가 지시하고, 검찰이 수사하며, 한나라당이 홍위병 구실하고 기업들이 힘 돼주는 이 찰떡궁합이 출연하는 한국 사회의 '안봐도 비디오'식 낯익음이 식상함의 도를 넘어 짜증으로 화(化)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짜증은 어떤 점에서는 정치적 무력함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치적 무력함은 패배주의의 만연에 의해 야기된 정치현상이다. 변하지 않는 정치지배자들의 독선이 어떤 종류의 도전에도 끄떡도 않고 해방 이후 한국 사회 이곳저곳을 지배하는 경험을 가진 평범한 사람들이 정치를 대하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여기서 한국의 정치사(史)는 개인의 도전과 실패와 성공 스토리의 개별적 종합으로 비춰지며, 어떤 개인은 이런 개인들의 소외의 대자적 표현이 되기도 한다. 아마도 노무현 전대통령의 죽음이 갖는 사회적 의미는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런지 모른다.

 

경제위기

하지만 지금의 짜증을 정치적 무력함으로만 해석할 수 없는 여러 근거들이 존재한다. 무엇보다 지금의 경제가 위기의 저점을 지나기는 커녕, 앞으로도 더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말해주듯이, 그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의 분노는 정치적 무력감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을 터주는 것이 된다. 실제로 미국 증시 하락과 더불어 세계 신용이 위험하다는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으며, 한국의 신용부도위험도 눈에 띠게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사실상 실물 경제의 불안을 반영한다.

 

당장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한 달 가까운 공장점거는 세계 자동차 시장의 침체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크라이슬러가 파산 선언을 했고, 유럽의 GM 자동차는 공장문을 닫고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중이다.  그러면서 세계 자동차 시장의 재편이 이루어지는 데 대체로 과잉설비의 문제에 따른 것들이었다. 아마도 구조조정은 버릴 것 버리고 살릴 것 살리는 과정이 될 것이다. 여기에는 인간도 포함되지만.

 

최저임금을 낮추고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늘리려는 정부와 재계의 의도는 이런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생산단가의 절감을 통한 수출 가격 경쟁력의 확보일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요침체가 만연된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이 외국 상품에 대하여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싼 가격의 상품을 들이대는 것만이 상책은 아니다. 결국 국내의 구조조정을 동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구조조정을 무슨 금과옥조마냥 외치고 있는 경제관료들과 보수, 자유주의 정치인들의 태도가 전혀 놀랍지만은 않다. 실제로 전경련은 지난 22일 "구조조정을 모든 기업으로 확대해야한다"고 주장했으며,  채권은행들은 "은행빚 50억 미만 중소기업도 구조조정하겠다"고 하며,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기업 구조조정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홍콩비즈니스포럼에 참석하면서 말했다.

 

분노

문제는 이것이 직접적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생존을 크게 위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쌍용자동차의 해고노동자들의 상당수는 생계가 막막한 상태다. 며칠전 명퇴한 사원이 자살을 한 것도 빚독촉 때문이었다고 한다. 며칠 전 KBS 비정규직노동자들의 계약해지사태,  올해 초 은행권의 우선 비정규직 해고 사례 등도 마찬가지다. 만일 최저임금을 낮춘다면, 당장 최저임금 수준에서 일하는 청소 및 시설 등의 경비 및 관리 업무를 맡는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 뿐더라, 전반적인 임금 하락 압력이 드세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제 상황이 억압적인 정권에 대한 도전으로 자동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피억압 계급의 불만들이 분출하기 위해 운동이 이와 연결될 필요가 있다. 군데 군데 노동자들의 투쟁이 이명박 정권에 대한 반감과 연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조직노동자들의 상층부는 이것을 전면화하려는 데 주저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예컨대 전투적 노동운동을 표방하는 민주노총은 정부 한나라당과 함께 5인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이것은 정권퇴진운동을 외치던 자신들의 약속에 대한 위반이자, 거꾸로 정권에 시간을 주는 꼴이다.

 

지금 한국은 여름을 향해 가고 있다. 이제 얼마나 뜨거운 여름으로 만들것이냐는 조직된 운동과 대중의 불만이 만나는 것에 따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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