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새벽 여명은
이 소박한 권리조차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들은
빨간 날 새벽 여명 속으로 출근하고 있었다
; 정규직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새벽 출정처럼 한 무리였으나
새벽 여명은
그들이 서로 다른 업체에 소속된 비정규직 노동자란 걸
하청의 재하청인 사내들이 뼈마디 성한 곳 없이 서로 경쟁하고 있다는 걸
물량을 달성하기 위해 서로 짜증내고 윽박지르고 화내고 있다는 걸
명령에 익숙하고 명령이 당연하며 명령에서 벗어 날 생각이 조금도 없다는 걸
매일 매일이 위험한 작업, 다행히 죽지 않았음으로 용접사가 되고 배관사가 되었다는 걸
좀처럼 친절할 수 없었다는 걸
살피지 않는다
새벽 여명은
더 이상 붉지 않았다
詩 ㅣ 조성웅
저자
조성웅
1969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시집 『절망하기에도 지친 시간 속에 길이 있다』, 『물으면서 전진한다』, 『식물성 투쟁의지』가 있다.
박영근 작품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전국현장노동자글쓰기 모임, ‘해방글터’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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